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메뉴까지… 구내식당 인기
요즘 물가가 무섭기까지 하다. 남편 월급만 빼고 모두 올랐다. 더구나 장바구니 물가는 고르기가 겁이 날 정도다. 그래서 외식으로 눈을 살짝 돌려보지만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불과 2~3년전 만 해도 5천 원미만의 점심도 찾을 만 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이 만 원 선. 한 번 밖에 나가 외식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럴 때 구내식당을 한 번 이용해보자. 모든 업체가 개방되는 건 아니지만 일부의 대기업, 관공서에서 일반인에게 구내식당을 오픈하고 있다. 3500원의 저렴한 가격이라고 우습게보지 마라. 다양한 메뉴에 원하는 것을 눈치 보지 않고 맘껏 골라먹을 수 있는 재미, 여기에 철저한 위생관리와 영양사들이 맞춘 균형 있는 식단표까지. 이용하지 않으면 왠지 손해 볼 것 같은 지역 주민들에게 활짝 열려 있는 구내식당을 소개한다.
맛집 부럽지 않은 ‘양천구청 구내식당’
지난 9일, 유명 맛 집으로 소문난 식당 앞에서나 볼법한 풍경이 펼쳐지는 양천구청 구내식당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빛과 같은 속도로 식당 앞이 벌써 장사진이다. 구청직원뿐 아니라 구청을 찾는 ''민원인''을 포함 인근 주민까지 합세한 듯 보인다.
이날 메뉴는 흑미밥, 바지락 순두부찌개, 알타리 김치, 중식 고추잡채, 감자채볶음, 깻잎찜. 식판 하나 달랑 들고 무얼 먹을까 고르는 재미를 맘껏 누려본다. 단돈 3500원에 어디서 이런 호사를 누려볼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구청 민원실에 들렀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밥을 먹으러 왔다는 김미숙(42· 목동)씨는 “반찬이 너무 맛있고 완전 진수성찬”이라며 “주변에 있는 웬만한 식당보다 맛이 좋아 자주 찾는다”고 전한다.
구청식당은 매일 바뀌는 다양한 메뉴와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구청 직원들은 물론 인근 직장인과 지역주민들까지 즐겨 찾을 만 했다. 게다가 가격은 놀랍도록 저렴하다. 직원은 2500원, 일반인은 3500원. 노인복지정책의 으뜸으로 유명한 추재엽 구청장이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은 직원과 동일한 2500원으로 책정했다. 단돈 1000원의 차이지만 어르신들은 그 세심한 배려에 감사의 뜻을 전해주시기도 한다.
음식 맛은 기본에 무엇보다 먹거리가 불안한 요즘 믿을 수 있고 영양이 가득한 식사에 만족한다는 평이 많다. 구내식당을 자주 들른다는 이미애(45· 목동) 주부는 “그날 그날 나오는 메뉴에 대한 기대도 구청 구내식당을 찾는 재미중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방문객은 하루 평균 1000여 명. 일반 이용객은 400여명에 이른다. 이렇듯 인기가 많다보니 양천구청 구내식당은 늘 식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전기절약 캠페인으로 1월 셋째 주부터 2월8일까지 점심시간이 조금 앞당겨져 직원들은 11시부터 12시까지, 일반인에게는 12시부터 12시30분까지 개방된다”며 시간이 잠시 변경된 만큼 늦게 와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당부의 말을 전했다.
우리 집 주변에 가볼만한 구내식당은 어디?
행복한세상 지하1층에 있는 구내식당. 점심은 11시50분부터 2시30분까지 저녁은 5시부터 6시30분까지 개방된다. 가격은 3500원, 밥과 국은 배식을 해주고 나머지 반찬은 자율배식이다.(6678-9000)
한국전력공사 지하에 있는 구내식당은 한 끼 3500원, 다양한 메뉴를 셀프로 먹을 수 있다. (2651-9123) 양천우체국 5층의 구내식당. 11시20분부터 2시까지(단, 토요일은 1시30분까지) 우체국 직원들과 우체국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구내식당을 개방한다. 직원은 2800원, 협력협체는 4000원, 일반인에게는 4500원의 가격으로 매일 바뀌는 다양한 메뉴를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2061-5512)
공공도서관의 구내식당 역시 값싸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양천도서관 구내식당은 새로 리모델링하면서 인기 식당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이나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이곳 점심값은 2500원∼3900원 선. 백반의 경우는 버섯고추장국, 오삼불고기, 얼갈이나물, 오이지무침, 김치까지 준비되어 있다. 강서도서관의 구내식당도 2500원~3500원 선. 돈가스는 4000원이다.
이벤트가 있어 즐거운 강서구청 구내식당도 인기. 백 번째 고객에게 선물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할 만큼 지역 주민들의 이용을 환영한다. 현재 이벤트는 잠시 접어두었지만 여전히 11시부터 1시까지 지역주민들에게 열려있다. 단, 넷째 주 금요일 휴무(2600-6108)
여의도로 나갈 일이 있다면 알리안츠생명 본사 23층 구내식당을 들러보자. 식사를 하면서 한강과 여의도 일대 전망을 즐길 수 있어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가격은 3900원. 한식, 양식 중 골라 먹을 수 있고 계절 디저트가 별도로 제공된다.
Tip. 어르신만을 위한 실버 식당
한 끼 2500원… 양천구청 양천노인종합복지관에 마련
매일 점심 한 끼. 어르신들을 위한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하는 곳이 있다. 바로 양천구청 과 양천노인종합복지관 실버식당. 대부분의 복지관 실버식당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해서 일반인은 이용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양천구청과 양천노인종합복지관은 65세 이상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누구나 와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가격은 한 끼에 2500원.
양천구청과 양천노인종합복지관에서 경로식당을 운영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노인복지 차원이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한 끼에도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은 5주 단위로 적절히 바꿔서 운영하며, 식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당일 입고해 소비한다"고 강조한다. 월~금요일 점심시간에만 이용 가능하다.
양천구 실버식당은 기존의 구청식당과 따로 분리되어 있어 혼잡하지 않다. 여기에 평소 방문 어르신 수를 감안, 일일 180명까지 식사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실버식당은 구청 지하상황실을 점심시간 동안 실버 구내식당으로 깜짝 변신시킨 공간. 한 번에 60명까지 수용 가능한 규모의 공간에 배식대 퇴식대 국보온통 등 구내식당과 동일한 장비를 갖추고 자원봉사자들의 배식으로 어르신의 점심식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양천노인종합복지관은 매일 200~300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할 수 있다.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한 끼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봉사자들의 손길이 있어 실버식당을 찾는 어르신들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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