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건물에 캠퍼스가 있는 곳에서만 배울 수 있다는 편견은 버리자. 이웃집 할머니에게 듣는 밥상머리교육, 우체국 아저씨의 길 빠르게 찾는 법, 세탁소 아줌마의 빨래 비법, 나의 휴대폰 사용 매뉴얼 등 우리 마을에 있는 주민 모두가 선생이 될 수 있고 일상 공간에서 서로의 지혜를 나누고 배우는 수업이 될 수 있다. ‘우리 함께 이런 대학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가’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구로는 예술대학’. 구로구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대학은 구로지역 곳곳에 숨 쉬고 있는 자원을 재발견하여 일상을 예술로 만들어간다. 서울시 돋보이는 마을공동체 구로구편, 구로는 예술대학을 만나보자.
구로는 예술대학, 그런 대학도 있었나?
구로의 일상에서 예술을 발견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삶을 공유하기 위해 뭉친 사람들이 있다. 바로는 ‘구로는 예술대학’. 예술대학이라고 하면 묘한 설렘이 있다. 자유와 실험, 치열한 배움 등을 내포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 대학에서는 무엇을 배울까?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운다. 구로예술대학 프로젝트 매니저 박종호씨는 “세상의 모든 것이 예술이 된다면 인생은 좀 더 재미있고 가치 있고 즐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로는예술대학에서 중요하지만 소홀하게 여겨지는 삶의 가치들을 발견하고 알아가려 한다”고 구로는 예술대학을 소개한다.
‘구로는예술대학’은 명칭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연상시키긴 하지만 평생교육과는 조금은 다른, 어감 자체가 주는 희망적 모습을 띠고 있다. 학과는 단 하나뿐. 구로문화재단과 함께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구로는예술대학 마을만들기 학과가 진행되었다. 청년과 마을이라는 주제로 구로에 숨겨진 자원을 찾아 그 자원을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버무려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역의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하는 곳, 이런 청년들이 지역 안에서 활동함으로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청년기획자가 되고, 청년활동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되게 되었다.
2012년에는 12주간 24강의 수업이 진행되었고, 20명의 청년이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와 토요일 오후 2시에 옹기종기 구로아트벨리와 신도림 예술공간 고리에 모여 회의와 기획 그리고 실행까지 함께 하는 경험을 했다. 여기서 모인 청년들은 나이만 청년이 아니다. 바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열정이 불씨가 있는 마음이 청년인 진짜 청년들이 모여 있다. 여기 모인 청년들은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알로하, 썸머, 공룡, 봄날, 김뽕, 하다, 윤숭, 다채, 주민, 삐융, 김뽕, 모래, 숙이, 등등~ 자신을 대표하는 닉네임으로 그들을 드러낸다. 이런 청년들의 6개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실행했고, 구로커, 구로예술고등학교, 참새의상실, 아웃사이더아트, 구로시네마, 토요일 밤의 열기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이들은 배움이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간다. 소소하고 평범한 우리 일상의 단편이 곧 예술이 될 수 있고, 구로 시장 냉면집 아주머니의 손맛이 담긴 비빔냉면, 동전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얼마인지 알 수 있는 버스 기사아저씨의 예리한 관찰력, 돈과 술 없이도 제대로 놀 줄 아는 어린 놀이발명가 아이들, 구로는예술대학의 참여자들은 이 모든 것을 예술이라 생각한다.
일상이 예술이라면
구로는예술대학은 구로구의 주민이 구로에서 예술을 쉽게 접하고,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하고 교육이 복잡해진다고 해도 사람을 통하여서만 배울 수 있는 지혜가 있을 터. 앞 집 사는 아주머니로부터 듣는 펀드보다 계가 좋은 이유, 옥탑방 총각에게 배우는 기타 연주법, 골목 맨 앞집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비 오는날 마시는 막걸리의 참 맛과 같은 것들이 그런 예다. 그래서 구로는예술대학에서는 구로가 가진 지식과 다양한 표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구로구민과 함께 하고자 한다.
근데 이걸 왜 하는 걸까? 사람들은 흔히 문화예술을 비싼 돈을 지불하고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 꼭 가지 않아도 우리의 일상에서 예술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다면 삶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이처럼 문화예술을 지역 사회 안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럼 무엇을 배우나.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예술이 된다면 인생은 좀 더 재미있고 가치 있고 즐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구로는예술대학’에서는 구로가 가진 지식과 다양한 표정을 찾아 배우고 싶은 것을 함께 찾아서 배움으로서 교과서 안에 박제된 지식이 아닌 실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대학이다.
그 대학은 어디에 있을까. ‘구로’ 라는 마을 전체가 바로 구로는에술대학의 캠퍼스다. 구로의 지역, 구로에 사는 사람들, 구로에 있는 모든 것이 바로 캠퍼스가 되고 교실이 되고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로 전체가 캠퍼스다.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 현재 구로는예술대학은 구로주민과 휴학생, 대학생, 직장인, 군인, 선생님, 아티스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있다. 비록 서로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일상 속의 소소한 가치들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마음으로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면서 행복해하고, 아이들보다 땅따먹기를 더 재미있게 할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다.
입학조건은, 생활 속의 잠재된 예술을 발견하고 즐겨보고 싶은 사람, 문화예술을 매개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사람, 마음이 젊은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학자금 대출 받을 일도 없다. 구로는예술대학은 등록금이 공짜다.
구로커, 구로시장의 재기를 꿈꾼다
우리 동네, 구로에 대한 문화적 정보를 공유하고 실질적인 주민간의 교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은 장이 되길 원하는 구로커(Guroker)팀은 ‘우리 동네의 놀거리를 소개하자’며 시작된 구로는예술대학(이하구로예대)의 프로젝트 팀으로 첫 번째 타겟을 구로시장으로 잡았다.
누군가는 명품이나 좋은 차로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고 싶어 한다면, 누군가는 구제 시장에서 빈티지를 구입하고, 재래시장에서만 참기름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소비 성향도 역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남들의 취향에 끌려 다니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좇는다. 그 사람들을 우리는 구로커라고 명명하고, 그들을 위한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구로시장의 구석구석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구로시장을 탐방하면서 재래시장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구로커 팀이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문화를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상 홍대로 가지 않고, 타임스퀘어에 가지 않고도 우리 동네에서 놀 수 있는 문화를 소개해 보기로 했다. 시장에서 소개하고 싶은 곳은 구로시장의 먹자골목과 한복 거리 (일명 비단길)이다. 이후에 다룰 기사에서는 구로커가 진행할 ‘청년구로시장탐방’프로그램과 구로시장의 맛집 등을 소개하면서 우리 동네에서 놀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참새의상실
참새의상실 이라고 쓰고, 참새_의상실 이라 읽고, 참새의_상실 이라고도 읽는다. 옷을 짓는 작은 양장점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라진 연대와 공동체를 되살리는 공간이 되려한다. 참새, 작은참새, 노디, 대니와 함께 재봉틀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대를 만드는 재미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기술을 배움으로써 쓰임이 분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자본주의에 대안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재봉틀을 배웠다. 첫 날에 컵받침을 만들었고, 다음 주에는 조개 파우치를 만들고, 그다음 주에는 각티슈 케이스를 만들었는데, 모두 나한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재봉틀을 배우러왔는데, 정작 내가 만들고 있는 것조차 나한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당시 일상에서 대면한 나름의 중한 문제였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나눔재봉틀’을 생각하게 되었다. 참새의상실은 내가 지나온 시간과 일상에서 만난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이다. 나는 재봉틀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를 만들고 싶다.
우리만의 재미있는 영화, 구로시네마
구로에서 우리만의 재미있는 영화를 찍어보겠다고 만들어진 프로젝트 팀이다. 첫 영화는 구로구 항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개발의 현장을 비판하고자 ‘전원공격’이라는 영화를 찍게 되었다. 전원공격이라는 영화는 도심 속의 숨겨져 있는 자연이 살아있는 항동이란 곳이 수목원 개발과 도로 개발이라는 재개발의 현장 속에서 이런 것들을 자연의 적이라 보고 재개발에 대항하는 자연의 모습을 영화로 만들어 보게 되었다.
작은 캠코더로 만든 5분짜리 단편영화지만 우리가 구로는예술대학의 활동을 통해 탐방했던 구로구 항동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우리는 자연을 파괴하는 재개발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재개발의 모습을 꿈꾼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구로를 춤의 현장으로, 토요일 밤의 열기
구로의 이미지는 왠지 회색빛이다. 구로공단의 이미지가 아직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이미지를 춤으로 변화시키려고 한다. 우리만이 추는 춤이 아닌 주민과 함께 추는 춤으로 말이다.
혹시 써니 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는가? 이 써니라는 영화를 보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과 패션을 보고 감흥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이 써니와 같은 감성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복고 댄스를 구로마을축제 “놀자”에서 함께 하였다. 늑대 옷과 오리 옷을 입고 축제에 모인 분들과 쉬운 동작의 복고 댄스로 함께 어울리며 놀았다. 플래쉬몹 같은 형태가 아닌 그 자리에 있는 분들과 즉석에서 배워서 추는 춤.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은 이런 거였다. 춤이란, 아니 몸을 움직이는 것에서 오는 환희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다. 우리는 이런 감정을 함께 추는 춤을 통해 만들어내고 언젠가 이 춤들이 구로구 전체 주민이 함께 출 수 있는 모습을 만들고 싶다.
그냥 그렇고 그런 일상이 구로는 예술대학에서 보물이 되었다. 이 순간에도 마을의 보물을 찾아나서는 이들의 걸음에서 예술이 되어버린 구로구의 미래를 그려본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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