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칼바람이 유난히 매섭다. 뜨끈한 아랫목과 얼큰한 국물이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다. 신천역 새마을시장 부근의 호수매운탕은 잠실 일대에서 꽤 소문난 민물고기 매운탕집이다.
골목길 안쪽 구석진 곳에 있어 지인 소개가 아니면 쉽게 찾을 수 없는데도 음식점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든 음식점은 오랫동안 우직하게 한자리를 지킨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음식점 입구에는 대여섯 개의 대형 수조마다 매기, 쏘가리, 광어, 우럭 등 각종 활어들이 헤엄치고 다닌다.
중독성 있는 진한 국물 맛
‘민물고기는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앞섰지만 입소문을 믿어보기로 하고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메기매운탕을 주문했다.
메기는 생김새처럼 먹성도 좋고 영양가도 뛰어난 민물고기다. 겉은 거무죽죽하고 볼품이 없지만 속살은 희고 보드라우며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예로부터 민간요법에서는 부기를 없애고 소변을 잘나오게 하는 몸보신용으로 메기를 즐겨먹었다고 한다.
한참을 기다려 나온 매운탕 냄비 안에는 메기, 잡고기를 비롯해 국물을 제대로 내주는 민물새우가 수북하게 들어가 있다. 매운탕에 쓰이는 활어는 강원도에서 공수해다 쓴다고 주인장은 말한다. 칼칼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데 필수적인 미나리, 양파 등 각종 야채도 넉넉하게 들어가 있다. 다만 매운탕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고추장, 고춧가루를 듬뿍 넣었지만 국물 맛이 그리 맵지 않다.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을 한 숟가락 떠서 목에 넘기자 시원하게 퍼지는 국물 맛이 일품이다. 마치 쇠고기 육개장을 푹 끓여낸 것처럼 걸쭉하다. 기름기 많은 민물고기로 맛을 냈는데도 감칠맛이 느껴지고 뒷맛은 살짝 달착지근한 맛까지 감돈다.
따끈따끈한 방바닥에 앉아 얼큰한 매운탕을 연신 입안에 떠 넣으니 영하의 날씨가 무색하게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다.
민물 매운탕에는 수제비가 빠질 수 없는 법. 육수가 적당히 끓자 종업원이 와서 수제비를 떠 넣어준다. 밑반찬으로는 시금치, 콩나물 무침, 도토리묵, 김치, 깍두기가 나오는데 맛은 평범한 편. 수제비와 밑반찬, 육수 리필 인심은 후하다. 다만 매운탕에 넣어 먹는 미나리 리필은 치솟는 야채 값 때문에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종업원이 귀띔한다.
특히 이 집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을 손님상에 올리기 때문에 밥맛이 좋다. 솥에다 밥을 짓기 때문에 오래 기다려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구수한 누룽지밥과 숭늉까지 먹을 수 있으므로 꾹 참고 기다리는 보람은 있다.
제철 맞은 새조개 샤브샤브
보양식으로 인기가 좋은 쏘가리 매운탕은 철마다 시가로 제공된다. 요즘에는 겨울철 별미인 새조개를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새조개는 새의 부리를 닮은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지어진 이름으로 모양도 신기하지만 유난히 쫄깃하고 단맛이 돈다. 12월초부터 잡히기 시작해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한겨울에 살이 올라 제철이기 때문에 이맘때만 되면 식도락가들이 즐겨 찾는다. 다만 양식이 되지 않는 자연산이기 때문에 가격은 비싸다. 뜨거운 육수에 데쳐먹을 수 있도록 새조개 샤브샤브로 제공된다. 쫄깃쫄깃하고 야들야들하며 씹을수록 나는 달큰한 맛이 일품이다. 새조개를 먹고 난 육수에 국수사리를 넣어 끓여 먹어도 좋다.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해 사용하기 때문에 실내 인테리어는 특색이 없다. 그래도 오랜 단골이 많아 식사 시간대는 붐비므로 예약하고 가는 것이 좋다. 얼큰한 매운탕에 소주의 환상 궁합 때문에 단연 남자 손님들이 많다. 특히 매운탕은 끓이는 시간이 있으므로 30~40분전에 미리 주문하고 가면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고 주인장이 귀띔한다.
위치 : 신천역 새마을시장 부근 하나은행 뒤편 골목길
(주소) 송파구 잠실본동 241번지
주차 : 가능
메뉴 : 메기?잡고기 매운탕(1인분) 1만4000원, 광어?우럭 1kg 3만4000원, 송어 1kg 3만원
튀김 8000원
운영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10시30분
문의 : (02)415-8400, 422-8380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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