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들이
북촌한옥마을에서 인사동까지
가회동은 휴학을 하고 서울에 머물 때 살았던 곳이다. 그 때 당시에는 그 동네가 이렇게 관광으로 유명해질지는 꿈에도 몰랐다. 첨단을 달리는 서울의 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한옥은 별스러운 풍경이었다. 18년 만에 다시 찾은 가회동은 북촌한옥마을이라는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6개월을 살았어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동네를 2시간 동안 찬찬히 둘러보며 20대를 잠깐 떠올렸더랬다.
북촌한옥마을을 가다
북촌한옥마을 오름길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를 끌고 도착한 곳은 북촌에서도 소문난 피자집이었다.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찾다가 발견한 곳. 입소문보다 못한 집이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마을 입구에 자리한 피자집은 대만족이었다. 넉넉하게 배를 채운 뒤 북촌관광에 나섰다. 서울의 차가운 공기를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춥지 않았다.
지도를 얻을 요량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마침 관광통역사들이 지나갔다. 동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받아들고 골목길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에 조용히 해달라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높은 신식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 서울에 고즈넉한 한옥이라니. 현대와 고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서울은 다채로운 표정으로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서울에 올 때마다 느끼는 부러움이다.
카메라를 둘러맨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어떤 느낌으로 한옥을 바라보는지 알고 싶었으나 짧은 외국어 실력이라 감히 말을 붙이지 못했다.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는 모양으로 봐서는 꽤나 만족스러운 볼거리가 아니었나 싶다.
북촌8경을 둘러보다
북촌한옥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 시내
북촌한옥마을에는 전통체험공방이 많다. 옻칠 공방을 비롯해 염색, 바느질, 자수, 매듭, 한지공예, 전통연 만들기 등 5000원에서 많게는 십 만원까지 비용을 내면 다양하게 체험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부엉이 박물관도 이색 볼거리 중 하나다. 세계장신구박물관과 북촌동양문화박물관, 북촌생활사박물관, 인문학박물관 등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한옥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게스트하우스도 운영 중이다.
북촌에 가면 북촌 8경은 빼놓지 말고 둘러봐야할 곳이다. 창덕궁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북촌1경을 시작으로 원서동 공방길로 불리는 2경, 한옥 내부를 감상할 수 있는 가회동 11번지 일대의 3경, 수많은 기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점인 가회동 31번지 언덕 4경, 밀집 한옥의 경관과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가회동 골목길(내림)의 5경, 한옥 지붕 사이로 펼쳐지는 서울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가회동 골목길(오름)의 6경, 가회동 31번지의 7경, 마지막으로 삼청동 돌계단길인 8경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사진을 찍는 곳은 6경인 오름길이었다. 처마 끝 사이로 보이는 서울 시내 전경은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멋들어진 풍경을 선사한다. 딸아이 역시 이 곳의 풍경이 가장 예쁘다며 흔쾌히 사진의 모델이 되어주었다.
인사동길을 걷다
인사동 쌈지길
북촌한옥마을을 둘러본 뒤 인근 인사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서울에 올 때마다 인사동은 습관처럼 들리게 되는 곳이다. 인사동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모든 간판이 다 한글로 쓰여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 스타벅스를 한글로 써놓으니까 커피맛이 떨어지는 것 같아 보인다”며 왜 영어로 써놓는지 알겠단다. 예쁜 글씨체도 많을텐데 하필이면 무뚝뚝해 보이는 간판이라 확실히 세련된 맛은 없어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간판은 아기자기하게 예뻤다. 순우리말로 쓰인 간판도 눈에 들어왔다. 인사동 구경거리 중에는 다채로운 간판도 한몫 거든다.
인사동 쌈지길은 처음이었다. 1층부터 옥상정원까지 복도를 통해서 막힘없이 다다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상점들을 차례차례 구경하며 옥상에 올랐더니 엄청나게 많은 종이가 붙어있었다. 빼곡하게 메시지나 소원을 적어놓은 종이의 이름은 ‘사랑의 꼬리표’. 근처 가게에 가면 5000원에 살 수 있단다. 동그란 종이일 뿐인데 마음을 담아 걸어 놓으니 이채로운 풍경이 된다.
인사동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차없는 길을 운영하고 있어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외국인들도 서울에 오면 가장 먼저 인사동에 들린다고 하니 사람들을 이끄는 매력적인 곳이 맞다. 휴학생 시절, 낯설기만 했던 서울에서 그나마 인사동길을 걸으며 마음을 달래곤 했다. 전통이 주는 따뜻한 편안함 덕분이었을 게다. 여전히 입에 맞지 않는 서울식 떡볶이로 허기를 달래며 인사동길을 빠져 나왔다. 다시 서울이다.
쌈지길 옥상정원 ‘사랑의 꼬리표’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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