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투표율 상식'' 완전히 깨졌다

투표율 고공행진 불구 ''박근혜 승리'' … 50대 투표율 89.9%로 최고

지역내일 2012-12-27
이번 대선 투표율은 2007년 대선의 63.0%는 물론 2002년 70.8%를 훌쩍 뛰어넘는 75.8%를 기록했다. 선거 전문가들의 전망대로라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안정적인 승리가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68~72% 사이의 특정 수치를 언급하며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지점)''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여야 정당도 같은 표정이었다. 19일 오전 투표율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자 새누리당은 ''멘붕(멘탈붕괴)'' 상태로 빠져들었다.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주요 당직자에게 "비상입니다. 투표율이 심상치 않게 높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선규 대변인도 "혹시 새누리당이 투표율이 높은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는 논평까지 냈다. 반면 민주당은 높은 투표율에 고무적인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긴장하고 있다"며 엄살을 피우는 여유까지 부렸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득표율 ''51.6% 대 48.0%''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투표율이 올라가면 야당이, 내려가면 여당이 유리하다''는 선거의 상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투표율을 선거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고 판단한 오류 탓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투표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지지율 변화의 요인과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가게 만드는 동기"라며 "투표율 자체는 선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4·11총선 당시 전국 투표율은 54.2%에 머물렀지만 지역구, 비례대표 정당득표 총수는 여야가 엇비슷하게 나왔다. 투표율 75.8%가 나온 이번 대선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이 108만표를 더 받았다. 투표율과 야야 득실은 큰 관련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잘못된 투표율 법칙''이 민주주의 근간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우리 전략은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투표시간 연장문제를 민주주의 확장이 아니라 정략적 차원에서 접근했던 민주당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 부소장은 "다른 변수는 고정시키고 투표율만 가지고 이야기하니 (전망이) 틀릴 수밖에 없다"며 "투표율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고 낮으면 여당이 유리하다고 보고 선거 전략을 만드는 것은 민주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투표율은 역시 문 후보가 앞서는 2030세대 보다는 5060세대가 크게 높았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와 30대 투표율은 65.2%, 72.5%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50대와 60대에서는 89.9%, 78.8%를 기록했다. 40대는 78.7%였다.
출구조사의 세대별 지지율은 박근혜 대 문재인이 △20대 33.7% 대 65.8% △30대 33.1% 대 66.5% △40대 44.1% 대 55.6% △50대 62.5% 대 37.4% △60대 이상 72.3% 대 27.5% 등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에서는 문 후보가, 5060세대에서는 박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40대에서 지지율 격차는 11.5%였다. 통상 40대 지지율에서 문 후보가 20%p 가량 앞서면 전체 결과도 문 후보 승리, 10%p 대에서는 박 후보 승리 결과로 이어졌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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