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간이나 백제의 수도였던 송파. 한성백제시대는 고도(古都)의 역사성과 멋스러움을 안겨준 송파의 자부심이다. ‘송파 역사’를 화두로 역사체험 교육의 볼모지였던 1997년부터 다양한 역사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서울 그리고 전국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간 단체가 ‘위례역사문화연구회’다. 최근에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삼전나루터비가 찾기 힘든 곳에 방치되어 있었다. 인도 반대쪽에 세워져 있어 비문을 읽기 힘든데다 차도 옆이라 위험했다. 실망스러웠고 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김윤성양 영동일고 2), “역사 관련 지식이 많은 것과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는 일은 별개며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한성백제박물관 도슨트 봉사에 참여했다.”(박석묵군 보인고 2)
교과서 속 역사를 발로 뛰며 생생하게 배우기 위해 위례역사문화연구회에서 청소년지킴이로 활동하는 중고생들은 약 150명. 송파 일대 중고생들이 주축이 되어 현재 12개의 동아리가 운영 중이다. 활발한 동아리 활동이 입소문이 나면서 강남, 강동, 성남 일대 학생들까지 지원이 늘고 있다.
알차게 운영되는 청소년 역사동아리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 환수, 서울문화유산, 항일 독립문화 유적, 무형문화재 등 테마별로 현장 답사, 모니터링, 역사 캠페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역사 뿐 아니라 환경생태, 다문화가정 학습 지도, 인권 등 봉사 영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짜임새 있는 활동 덕분에 문화체육부장관상, 서울시교육감상 등 굵직굵직한 상도 많이 받았다.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청소년 프로그램을 1회성 이벤트가 아닌 1년 단위로 운영한다. “역사체험, 1박2일 캠프, 문화재 이론 교육 등 모든 활동 후에는 꼭 보고서를 쓰며 느낀 점, 배운 점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요. 가령 문화재 도슨트의 경우 발성, 억양 같은 기초적인 말하기 훈련부터 시작, 문화재 해설서를 개인별로 만들어 현장에 활용하는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지도합니다. 이런 경험과 기록물이 차곡차곡 쌓이며 학생들은 성장하죠. 중1 때 시작, 5년째 활동하는 열성파도 여럿 있습니다.” 조우연 교육팀장의 설명이다.
12년째 청소년 동아리를 이끌어오고 있는 세월만큼 노하우가 쌓이고 내공도 깊어졌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게 핵심입니다. 아이들은 과거에 비해 보고 듣고 느끼는 채널이 다양해진 탓에 다들 똑똑합니다. 관심 분야를 찾아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판을 벌려주는 게 우리의 몫이죠.” 오덕만 회장이 다부지게 말한다. 그러면서 한 남학생의 사연을 들려준다.
“지적장애가 있어 학교에서도 외톨이였던 어린 학생이 엄마 손에 이끌려 찾아왔어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주말역사학교를 비롯해 온갖 프로그램에 수년째 참여했어요. 그러면서 또래 끼리 정이 들고 친구들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아이가 변하기 시작했어요. 최근에 대학 역사학과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뿌듯했습니다.”
강사 양성교육도 지속적으로 진행
위례역사문화연구회에서는 성인대상 문화해설사, 체험학습지도사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10여 년 전 학부모 교육이 시발점이 되었다. 달달 외우는 국사 공부 대신 현장 중심의 역사 공부, 과거와 현재를 접목시켜 우리 문화재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창의력 교육이 필요하다고 위례역사문화연구회에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들 자원봉사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성인 교육은 송파문화원, 각 지자체 지역사회교육협의회, 광명평생교육원 등 서울, 경기권으로 확대되었다. 노력의 결실로 2009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유산 방문교육 주관 단체로 선정되었다. 교육을 수료한 지도 강사들은 각급 학교 등 일선 현장으로 파견돼 역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이밖에 월간 소식지, 각종 연구 보고서도 꾸준히 펴내고 있다.
업력이 쌓이면서 올 7월 문화재청으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었다. 기업으로서 기틀을 닦는 동시에 ‘상상력, 호기심, 자부심을 자극하는 역사교육’이라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위례역사문화연구회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모으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미니 인터뷰]
위례역사문화연구회 오덕만 회장
아들, 딸과 주말이면 송파 일대 유적지를 찾아다닌 게 첫 인연이었다. 문화재 답사를 알차게 하기 위해 역사책, 교육 자료를 샅샅이 훑었다. 이웃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아이들 수가 점점 늘었고 대안 교육을 꿈꾸었던 목사였던 그는 아예 ‘위례역사문화연구회’를 꾸렸다. 13년간 진정성을 가지고 열정을 쏟아 부은 덕분에 유명세도 얻었다. ‘좋은 대학 가기가 아닌 좋은 인간으로 키우기’가 교육 신념이라는 오 회장은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고등 비판 의식’을 심어주고 싶다”는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있다.
문의 : (02)3401-0660, 2992 카페 daum.net/noljacokr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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