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골목탐방 ③ 판교 아트로드 25

지역내일 2012-12-24 (수정 2012-12-24 오후 12:58:29)


호젓한 예술 골목에서 감성을 품다






번잡스럽지 않은 덕에 분당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하는 판교.

도시 곳곳 소복이 눈이 쌓일 무렵, 판교가 주는 느낌은 고즈넉한 설렘이다.
아직 익숙히 알려지지 않은 골목 어딘가에서 무언가 새로운 상상이 몽실몽실 피어날 것 같아서다. 판교 아트로드 25길은 그래서 반가운 골목이다.
상가들이 하나둘 간판을 내걸 때 그림 갤러리와, 도자기공방, 나무 작업실이 모여들었다.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가게들은 서로를 빛내주는 이웃이 되었다. 그리곤 요란스럽지 않게 반짝이는 골목을 이루었다. 소담히 눈이 쌓여 겨울 정취가 무르익으면 누군가의 캔버스 위에서 조용히 설화가 피어날 것 같은 골목. 아직은 미학적 감성의 주인임을 믿고 싶은 주부 리포터 3명이 이 호젓한 골목을 거닐어 보았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아트로드 25는 문화예술 스튜디오들이 모인 판교동 25통 골목이다.

판교 청소년수련관과 도서관이 든든한 표지석이 되고 계절에 따라 색다른 운치를 전하는 금토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이다.  




골목이 조성된 건 2년이 채 못 됐다. 갤러리 ‘아트담’ (031-706-0503)은 상가가 조성될 초기 문을 연 곳이다. 투명한 유리창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그림들이 사뭇 따뜻함을 전해주는 곳. 누가 봐도 작가다운 외형(?)을 풍기는 동양화가 권인수씨의 작업실이자 그림을 배우는 사람들의 배움 공간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작업실 뒤로는 눈 덮인 금토산이 품을 내줘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은 그림을 그리며 위안을 얻고, 즐거움을 얻는 이들에게 소중한 공간이 되고 있다. 이름 뜻도 정겹다.
아트와 담을 뜻하는 말로 “옹기종기 모여 마음을 풀어 놓은 마음자리”란다. 






동양화와 여행지에서의 추억

그래서인지 권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붓질에 강약을 조절하는 주부 수강생의 표정이 평화롭다. 갤러리 곳곳에는 무수한 손길이 닿았을 동양화 작품들이 전시돼 있고 와인 병의 라벨에서, 1회용 커피 잔에서도 그림들이 피어오른다.
아트담 송설희 실장은 “그림은 특정한 누군가만 향유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요즘은 그림을 통해 쉼을 얻고 자신을 만나기 위해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주부나 기업체 CEO, 전문 직업을 가진 직장인 등 꾀 다양한 사람들이 그림을 배우러 온다는 설명.
창작의 기쁨을 제안하는 곳답게 밝고 환한 분위기가 여유와 따뜻함을 전해주는 이곳을 나와 다음 행선지로 택한 곳은 여행 갤러리다.
아트로드를 제안하고 대표직을 맡고 있는 정보상씨의 작업실이자 착한 커피를 만날 수 있는 ‘와우트래블 갤러리’ (070-4012-5825).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중앙에 걸린 커다란 사진 액자다. 사진 속 그곳이 어디인지는 짐작도 할 수 없지만 여행을 부추기듯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작은 테이블이 여러 개, 그리고 모퉁이를 돌면 여행지 사진이 조명을 받으며 전시돼 있다. 회색 갤러리와 사진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20여년 사진을 찍으며 여행 작가로 살아온 정씨는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여행 정보를 모아 이곳을 열었다.
멋스런 새치머리를 꽁지로 묶고 향긋한 커피도 직접 내리는 그의 분위기만으로 이곳은 이미 새로운 여행지다.
“여행에 관한 다양한 꿈을 꾸는 공간”이길 바란다는 정씨는 ‘엄마와 단둘이 떠나는 지중해 여행’ 등 나만의 맞춤 테마여행을 기획하고 안내해 주기도 한다. 또 원하는 사람들에겐 사진 강좌도 연다. 무엇보다 갤러리 한편에 전시된 사진을 보며 여행을 꿈꾸고 그 설렘으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완소 공간이다. 








도예갤러리와 젊은 여성작가
판교 아트로드는 현재 10개의 문화 공간이 모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대부분 예술적 감성을 풀어놓는 공간이 주를 이룬다. 공방 ‘디자인 °C’(031-781-5888)도 젊은 도예작가 2명이 공동 작업을 하는 도예 갤러리다.
분당 정자동에서 10년 동안 공방을 운영하다 1년 전 이곳으로 옮겨와 둥지를 틀었단다.
이곳은 언뜻 보기엔 잘 꾸며진 도예전시장 같다. 밝은 내부가 훤히 보이는 통유리 창도 그렇고 젊은 작가의 감각이 돋보이는 도예품부터 식생활에 쓰일 수 있는 식기와 인테리어 소품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호기심 많은 젊은이들이 이것저것 구경하며 머물다 가기도 한단다.
평일 오전엔 주부들에게 도예를 가르치고 주말엔 학생들에게 강좌를 여는 이곳. 도씨(°C)란 이름처럼 만든 작품은 직접 가마에 구워 가져갈 수 있다. 



디자인 도씨가 예술작품에 포인트를 줬다면 ‘소유공방’(031-701-4039)은 아이들의 발랄한 감수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역시 2명의 앳된 작가들이 아이들과 창의력 가득한 흙 놀이를 하고 틀을 이용해 식기, 컵, 접시 등 생활 도예품을 가르치며 만드는 공방이다. 체험위주의 수업이 진행되니 아이들에겐 재미난 발산 공간.
공방 주인장 안소영씨는 “공부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물레 돌리고 흙 만지면서 푸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한다. 더러는 틱이 있던 아이도 좋아지고 아이들 변화가 눈에 보이니 보람이 크다고 전한다. 방학이 되면 겨울특강도 연다니 이참에 아이들 물레경험을 시켜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겨울에도 꽃과 나무는 아름답다
판교 아트로드의 정체성은 ‘미 아뜨리에’(0505-333-0654)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다소 드라이한 리포터조차 아트로드를 걷다보니 꿈틀대며 올라오는 말랑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미 아뜨리에는 그런 감성에 적절히 반응해주는 곳이다.
서양화가인 신미선 작가가 운영하는 화실 겸 공방인데 그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가방을 벗은 듯 쉼을 얻을 수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이기도 한 신씨는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집중하느라 자기를 돌아보지 못한 주부들에게 신씨가 그림을 권하는 이유다. 좋은 엄마가 되려면 먼저 행복한 엄마가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감의 꽃들을 테마로 작업해 이곳은 계절과 상관없이 꽃밭에 와 있는 느낌이다. 손수건, 열쇠고리, 컵에 꽃그림을 새겨 넣은 소품들은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좋을 것 같다.
판교 아트로드는 인사동 쌈지 길처럼 문화와 예술을 담은 골목이다. 그래서 공방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주인장들에게서 하나같이 예술가적 포스가 느껴진다.
‘나무수작’ (031-8017-9237)의 서석현씨는 스스로를 목수라 칭한다. 갈색 빵모자와 머플러를 매치한 패션 감각이 유난히 돋보이는 그. 스스로 보증할 수 있는 재료로만 작업을 하는 덕에 하드우드 자연목에 못도 쓰지 않고 짜맞춤으로 가구를 만든단다.
자연목을 직접 골라 원하는 가구를 만드는 곳이 흔하지 않다는 생각에 공방을 열게 됐단다. 그는 “나무를 잘 다듬고 손님들과 의논해 원하는 가구로 탄생되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 목수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잘 건조된 하드우드는 300~400년을 지나도 견고함을 유지한다는 그. 나무에 생긴 흠집 하나도 가구이력으로 남아 대를 물려 기품을 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곳에선 자연목이 크기와 색깔에 따라 알몸을 드러내 놓고 있어 나무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결을 그대로 살린 식탁과 가구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과 호흡이 편안해져 마치 나무와 교감이 이뤄지는 듯하다.



아트로드는 따뜻하다

판교 아트로드에서 문화적 감성을 꼭꼭 눌러 채우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날이 저무니 조명 빛을 밝힌 거리가 오히려 운치있다. 골목 어귀마다 들어선 카페에서 달달한 커피와 와플을 먹는 연인마저 정겹다. 
낮부터 저녁까지 긴 시간을 보낸 골목이지만 짧은 해가 서운할 만큼 머물고 싶어지는 이곳. 조만간 다시 들러 넘쳐나는 이야기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듣고 싶을 만큼. 금토산 줄기에서 내려온 바람이 골목을 한번 쯤 휘감아 갈라치면 팔짱을 낀 연인들이 서로를 더욱 밀착시키는 이곳은 그래서 더 따뜻한 골목이다.
 
아트로드 25길, 이런 곳도 있어요~!
@ 원테이블 파티 하우스-‘쿠킹트리’ 



와우트래블 갤러리 바로 밑에 위치한 이곳은 정라영 대표가 운영하는 파티하우스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지인들의 작은 파티부터, 가족모임, 직장인 송년파티까지 주제와 콘셉트에 맞는 크고 작은 파티를 겸할 수 있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손님 수와 성격에 맞게 파티를 제안하고 음식도 선택할 수 있다.
방송과 잡지 등으로 이름이 꾀 알려진 정 대표는 파티 케이터링도 담당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준비로 요즘 한창 바쁠 시즌이란다. 하지만 평소엔 쿠키와 케이크, 떡도 만들고 파티 음식도 배워볼 수 있는 쿠킹 스튜디오로 활용되기도 한다. 정갈한 테이블 위를 장식한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으로 마음을 설레게 만들어 주는 곳. 인스턴트는 쓰지 않아 정성들인 홈 메이드 파티 음식을 만날 수 있다. (070-8200-6080)







@ 친환경 아이디어 멀티숍-‘G-스토리’
친환경 에코용품을 모아놓은 멀티숍이다. 천연허브농장 대표와 친환경 농산물 대표, 자전거 대표 등 여럿이 모여 프로젝트 숍을 함께 운영하는 색다른 공간이다.
이곳의 재미는 진귀한 친환경 에코용품을 구경하는 일이다. 건전지와 물만 넣으면 자동으로 식물이 자라는 식물성장 키트 ‘클릭앤그로우’. 물고기 배설물이 화초의 거름으로, 화초는 다시 물고기의 산소발생기로 순환되는 ‘아쿠아포닉스’등 아이디어 상품들이 눈길을 모은다.
소규모 농가의 친환경 상품을 모아 직거래로 판매대행도 해주는 이곳. 판교 청소년수련관 바로 앞에 위치해 지나는 이들의 호기심 천국이기도 하다. (070-4012-4905)




아트로드 25길-알고 가면 2배로 즐겁다~!






* 온라인 카페도 있어요-> 서판교 25통에 자리 잡은 10곳의 갤러리, 공방들이 모여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나 행사공지를 미리 알고 가면 알차게 즐길 수 있다.
(http://cafe.naver.com/artroad25)
* 아트로드25 프리마켓-> 여름과 겨울을 제외한 4월~6월, 9월~10월 1ㆍ3주 토요일마다 판교 아트로드 곳곳에서 프리마켓 장터를 연다. 갤러리, 공방 등에서 만든 작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다양한 체험 이벤트도 즐길 수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주차시설 및 편의-> 아트로드 25길을 이용하려면 판교청소년수련관에 주차하면 된다. 시간에 구애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연회비 1만원을 내면 아트로드 25 멤버십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문화 공방 체험비 1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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