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아침, 아산시 도고면 장애인 복지시설 ‘선한 이웃’ 마당이 북적였다. 자장면 봉사를 하러 온 신우회(현대자동차 기독교 모임) 회원들이 부지런히 밀가루반죽을 밀고 있었다. 이 가운데 어른들을 전두 지휘하듯 신나게 말하는 학생이 한 명 있다. 올해 중3인 정민균(16) 학생. 정군은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발달장애아다.
아버지를 따라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봉사를 시작한 지 3년째. 정군은 이 시간이 정말 즐겁다.
“봉사하는 사람들이 친구 되어 줘” =
정군의 얼굴엔 해맑은 미소가 가득했다. 정군은 “봉사를 하면 기분이 좋다”며 열심히 자장면 반죽을 밀었다. 정군의 아버지 정병선씨는 “클수록 다른 아이들과 차이가 많이 났다. 대화 수준이 맞지 않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아들에겐 친구가 필요했다”며 봉사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되는 정군을 봉사할 때마다 데리고 다녔다.
정군은 어른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즐거워했다. 아버지를 따라 오는 이 시간은 정군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정씨는 자신의 아들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동료들이 고맙다.
신생아 때 패혈증을 앓았던 정군은 한 달간 대학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지냈다. 정씨는 “아내가 모유를 짜서 날랐는데 병원에서 안 먹인 것 같았다. 의사는 병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고 물어봐도 전문용어를 써가며 알아듣기 어렵게 말했다”며 “의사와 간호사의 말이 서로 달랐고, 퇴원하면 책임 안진다고 했지만 믿음이 안가 퇴원시켰다”고 그 때를 떠올렸다. 정군은 걸음걸이 빼고는 신체적으로 건강했다.
“장애인도 맞춤교육 필요해” =
정군의 이상이 눈에 확연히 띈 건 6세 때. 집 앞 어린이집을 보내면 그냥 와버리곤 했다. 테스트를 받아보니 지적장애 3급에 지능은 5세 수준이었다.
하늘이 노랬다. 정씨는 특수교육기관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중증장애아 위주의 교육방식은 정군하고 맞지 않았다. 지금 상태보다 후퇴하는 결과도 가져왔다. “거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맞춤식 교육이 되지 않는 한 내 아이는 나아지기 힘들었다.”
아들의 미래가 불투명했다. 정씨는 궁리 끝에 특수교육과 학생들을 찾아 정군에게 맞춤교육을 시켰다. 그러나 변수 많은 대학생들은 오래 하지 못했다.
중3이지만 정군은 여전히 한글도 다 모르고 덧셈 뺄셈도 못한다. 상대가 왜 화를 내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정씨는 고민을 거듭했다. 정군을 부러 일반중학교에 진학시켰다. 고등학교도 일반고에 진학시킬 예정이다. 사회에서 부딪히며 사는 사람들과 미리 부대껴보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아내는 직접 특수교육교사가 되려고 특수교육과 특별 전형을 알아보고 있다.
“내가 아들 하나 먹여 살리지 못하겠나. 다행히 큰 아들은 야무져서 제 갈길 잘 갈 거다. 민균이는 이 아빠가 책임지고 함께 살 거고….” 순간 정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순간순간 힘들지만 국가가 해주지 않는 한 내 짐이다. 정상적인 아이들도 미래가 어려운데 이런 장애아들은 어떻겠냐”고 탄식했다.
“아들 앞으로 재단을 만들고 싶다. 구족화가가 활동하는 서산 ‘그림이 있는 정원’처럼.”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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