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원 교육기고

아 멘

지역내일 2012-12-20

“내일신문에 어떤 내용의 글을 보낼까?” 두 명의 아이에게 물었다.
“이전에 쓰셨던 기조대로 쓰시면 될 거 같은데..!”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중3 남학생이 말했다.


학원의 1호 학생,
매우 똑똑하고 당당한 중2 여학생(이하, No 1)은 대답 대신 두 가지의 질문을 했다.
1. “학원이 왜 있어야 돼요?”
2. “학원에서 숙제는 왜 내줘요?”
역시! 학원의 No 1 답다.
첫 번째 질문의 답은, ‘학원존재의 당위성’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정도.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숙제를 안 가지고 집에 가면, 엄마는 학원에서 공부를 안 한 것으로 ‘간주’하시거든!”
“맞아요!!”- No 1
“학원에서는 숙제를 왜 내줘요?”- No 1
“학원은 엄마들을 알거든!”
서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지난 금요일의 영어수업은 시작됐다.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공부하기를 좋아했던 엄마가 있는 만큼이나 드문 일이다.
공부를 좋아하든 않든, 낮은 시험점수를 원하는 아이는 없다.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엄마 이전에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시험성적에 낙담하다, ‘다음 시험은 잘 봐야지!’ 이제부터는, ‘공부 열심히 해야지!’라는 자기 다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 따위로 공부할 거면, 학교고 학원이고 다 때려춰”라는 엄마의 살기를 뒤로 하며 학원으로 향한다.
‘다음 시간까지 프린트에 있는 영어단어 100개 외워’ 오라는 학원의 숙제를 당장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고 싶지만, 여차하면 학교도 학원도 못 다닐 처지를 근심하며 집으로 향한다. 
엄마는 학원에서 내어준 암기숙제를 확인하며, 다음 시험을 기대한다. 다음 시험에 대한 엄마의 기대와 공부에 대한 아이의 흥미는 정확히 반비례해 가며, 외울 것은 쌓여가고, 양자의 스트레스도 쌓여간다.


아이들이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은 당신들 생각이다. 그들은 경험이 부족할 뿐, 어떤 것이 옳은지, 무엇이 나쁜지를 안다. 성인들의 이성은 자신의 이해관계로 사물을 해석해 아이들의 그것보다 훨씬, 오염되어있을 뿐이다.


아이가 영어에 흥미를 잃은 것이 온통 그의 책임인 양 생각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편리한 엄마의 해석이다. 엄마와 함께 학원에 상담 온 아이들은 큰 죄라도 고해하러 온 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성적도 떨어지고 흥미 마저 잃고 있다!”는 엄마의 탄식에, “흥미 마저 잃게 한 무엇이 있겠지요.  아이의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을 전한다. “이 학원은 학생들 편인가 보다” 하고 가신 어머니가 아직 등록하러 안 오신 것에, 유감은 없다. 아이들을 몰아쳐서, 어느 시기 까지는 공부를 시킬 수 있다. 불행히도, 어느 시기부터는 아이 스스로가 움직여야 한다. 몸도, 마음도.


엄마의 싸늘한 다그침도, 100개의 영어 단어가 깨알 보다 조금 크게 인쇄되어 있는 학원의 ‘다음 시간 까지!’ 숙제도, ‘금 가루가 씌워진 밀가루 반죽의 만병통치약’임을 확인하는 것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을 것이다.


고 3이 되어 수능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아이에게나,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기쁨을 누릴 만한 중 3 아이에게나, 당차고 똑똑한 학원의 No 1 에게나 수능시험은 길고 지루한, 그다지 재미있을 것 없는 장거리의 여정이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받아 집으로 가져 간 암기물의 양이 자가발전의 동력이 되어, 먼 길을 한결 같은 속도로 달려가게 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못됨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내용 있는 수업을 위해서,
선생이 할 것이 있다.
학생이 할 것이 있다.
수업준비를 해 오는 학생과의 수업준비를 위해, 학원에 출근해 하는 일은 수업준비임을, 아는 이는 알고, 모르는 자는 알려줘도 모른다. 학원의 아이들이 이것을 이해하고 있음에 기쁘고, 아이들에게
감사한다.


그런 식의,
숙제 따위는 이곳 학원에 없다.
문의하실 때, 참조하시기 바란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교회에 나가 성가대석에 앉는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 얼굴을 떠올리며 기도한다, “힘겨운 십대,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우시고, 함께 하소서..”



김동현 원장
미래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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