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동물나라에는 동물들이 살았어요. 이 나라는 어둡고 눈만 오는 나라였어요. 그런데 이 눈을 맞으면 한 시간씩 기절해요.’
김예서(서원초2)양이 올해 출판한 ‘토끼토꼬’의 한 대목이다. 야채를 먹지 않아 못생긴 얼굴과 비뚤어진 마음을 갖은 동물 친구들, 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토꼬는 당근을 가꾸고 나눠먹기 시작한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의 묘사, 설정이 기존 동화책에서 볼 수 없는 기상천외해 어른도 무릎을 ‘탁’치게 만든다. 당장 서점에서 판매해도 손색없는 그림책이다. 초등학교 2학년 예서양의 그림책 출판, 어떻게 가능했을까?
◆ 아이의 상상력, 바퀴를 달다
대전 둔산동에 위치한 ‘바퀴달린 그림책’ 박용범 원장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꺼내고 미술활동으로 생각을 구체화 하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자신만의 그림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퀴달린 그림책’은 아이 스스로 주제를 고르고 내용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표지를 디자인해 한 권의 책이 나오는 전 과정을 지도한다. 바퀴달린 그림책은 처음 수업 단계부터 어떤 주제로 그림동화책을 만들 것인지 교사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다. 그 후 자신 가족 꿈 일상 친구 등등 자신의 이야기를 만족할 만큼 쏟아내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마인드맵, 스토리텔링, 기획의 단계를 거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 아이는 미술과 글쓰기 실력은 물론 기획 능력도 습득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상상력이 구체화 되는 출판의 과정을 통해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그림 작업은 색연필 물감 수묵화 핸디코트, 그 밖에 다양한 기법으로 글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작업한다. 일반 미술학원에서 대상을 놓고 그리는 주입식 수업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다양한 재료로 표현할 수 있어 미술학원과 차별성을 갖는다.
◆ 말하고 그리고 만들다 보면 책 한권이 뚝딱
“처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아이 중 열에 아홉은 단답형 문장으로 말해요.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지 모르는 거죠.”
박용범 원장은 아이 생각을 밖으로 꺼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경청’이라 말했다. 박 원장은 “아이의 이야기 능력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사람을 발견할 때 ‘레벨 업’이 되며 자신 또한 타인 이야기를 경청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예서 엄마 이은희(37·둔산동)씨는 “아이 이야기를 경청해 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예서가 바퀴달린 그림책 오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며 “그리기를 좋아하는 예서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 같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예서는 주 1회 (90분 수업) 있는 바퀴달린 그림책 수업을 일주일 동안 기다린다. 기다리며 틈틈이 짧은 글과 그림을 그려 에피소드를 모은다. 이야기 장면에 맞는 그림을 구상할 때는 자신의 얼굴도 찬찬히 관찰하곤 한다. 주인공이 감정이입하는 장면을 그리기 위해서다.
박 원장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단순한 만화 캐릭터를 그리는 수준에서 감정을 담은 피사체를 표현할 수 있는 단계로 표현력이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개인차는 있지만 주제별 이야기 시작부터 8∼9개월이 지나면 자신만의 그림책을 출간할 수 있다. 수강생 층은 6세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해도 자유롭게 그림책 출판까지 수업할 수 있다. 박 원장은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결과물을 실체화 할 수 있는 창작활동이 우리의 교육목표”라며 “아이들의 상상력에 바퀴를 달아 마음껏 달릴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진 윤덕중
글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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