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만나는 여성 환자분들에게 내원하시게 된 이유와 관계없이 반드시 묻게 되는 것이 생리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그중에서 생리가 시작되기 전의 신체 상태에 대해서 여쭈어보면 생리시작 일주일에서 열흘 전쯤부터 가슴에서 겨드랑이까지가 뻐근해지고, 몸이 붓는 것 같아 체중계에 올라보면 실제로 몸무게가 다소 늘어나 있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식욕이 항진되거나 혹은 정반대로 속이 메스껍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머리가 아프며 기분이 이상해지고 이유 없이 화가 난다고 호소하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증상들이 생리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서 치료가 필요한 증상으로 고려되기 보다는 생리를 하는 여성이 흔히 겪는 일로 치부되어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증상들을 의학적으로는 생리전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 PMS)이라고 하는데 가임기 여성의 약 40% 정도가 위에서 언급한 정도의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10% 정도는 갑작스러운 성격변화를 수반한 정신병적인 상태로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없어 폭발시키는 중증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생리전증후군의 증상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다양하여 서양 의학적으로 특정한 원인을 잡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진단이 일관된 방식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고 치료에 있어서도 대증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의학적으로 생리전증후군의 증상들을 해석해 보면 가장 두드러진 원인은 간(肝)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간(肝)은 혈(血)을 저장하면서 정서활동을 소통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간(肝)으로 흘러들어가는 경락은 생식기를 경유하여 옆구리에서 겨드랑이를 거쳐 머리에 이르게 됩니다.
간에 저장되고 있는 혈(血)이 충분하지 못하면 어지러움이나 두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울하거나 화가 폭발하는 것은 간(肝)의 소설(疏泄)기능, 즉 기혈(氣血)을 소통시켜 전신으로 잘 퍼질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억울(울체)된 감정이 정체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또한, 유방에서부터 옆구리와 겨드랑이, 하복부 부위의 팽만감은 간경(肝經)의 기혈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실제로 생리전증후군에 대해서 한의학적인 의미의 간(肝)기능을 개선시키는 치료를 시행했을 때 뚜렷한 호전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흔히 경험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조절을 통한 생활습관의 변화를 갖는 것도 생리전증후군을 예방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는 방법입니다. 밀, 옥수수, 보리 등과 같은 곡물류와 호두, 땅콩과 같은 견과류 및 제철에 나는 채소나 과일 역시 생리전증후군의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정경용 원장 (청주시 한의사협회 홍보위원, 정경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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