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고 싶다 - 작은도서관 ‘파레트’, ‘청개구리’, ‘성화꿈터’, ‘푸른숲’
작은도서관 통한 마을공동체 운동 활발
‘함께사는우리’, 성화동 곳곳 지역아동센터·작은도서관 설립
성화5단지 작은도서관(파레트)의 뜨개질 강좌에 참여한 주민들이 한 코 두 코 뜨개질을 하면서 가족 사랑을 키우고 있다.
청주시 성화주공 4단지 ‘성화꿈터 도서관’에서는 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함박눈이 쏟아지던 12월 5일, 대한(성화초 1)이와 정임(성화초 1)이는 서로 옷을 잡아당기며 장난을 쳤다. 꽤 시끄러울 법도 한데 바로 옆 윤지(성화초 4)는 아랑곳하지 않고 책 속에 푹 빠져 있었다.
성화 1단지 ‘청개구리 도서관’에서도 학교수업을 마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모여 책을 읽기도 하고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몇몇 여자 아이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서로 얘기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놀이터’이자 ‘공부방’
청개구리와 성화꿈터는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이다. 학생들은 주로 방과 후에 도서관을 이용하는데 이곳은 아이들에게 ‘공부방’이자 ‘놀이터’다. 맞벌이 가정 아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학교 수업을 마치면 센터와 도서관을 찾는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성화 4단지 지역아동센터 김윤지(성화초 4)양은 “집 근처에 센터와 도서관이 있어서 편하다”며 “이곳에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악기, 영어공부, 독서지도 등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 도서관은 30~40평 규모로 2000~4000여권에 이르는 도서가 구비돼 있다. 대부분 주민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다.
성화꿈터의‘주민사서 양성을 위한 도서관학교’는 지역의 건강한 독서문화와 평생교육을 고민하는 여성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초청 기초 교육 및 심화교육’을 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마을공동체 형성할 수 있는 곳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편하게 작은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함께사는우리’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사는우리는 교육과 문화를 통해 마을 공동체 회복과 더불어 사는 삶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다. 이곳은 2010년 10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충북본부와 공동으로 성화동 및 가경동 지역 4곳에 작은도서관을 개관, 운영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 커뮤니티 카페 ‘들꽃’, 반찬가게 ‘찬찬찬’, 교육문화센터 ‘가로수마을’도 함께 한다. 함께사는우리 박만순 대표는 “주민들 대부분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도서관 이용이 많지 않지만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재봉틀, 리본공예, 한글교실 등 주민참여 프로그램 활발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함께사는우리는 도서관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성화꿈터에서는 주부 대상으로 리본아트 강좌와 엑셀 등 컴퓨터교실을 개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리본아트는 주부들에게 인기다. 인근 대형마트 문화센터 강좌도 있지만 도서관 강좌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수강료도 무료이기 때문이다.
또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한글교실은 그동안 한글을 몰라 어려움을 겪었던 주민들에게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7~8명의 할머니들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수강하고 있다.
지성임(80)씨는 “친절한 선생님이 무료로 글자를 가르쳐주니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며 “한글을 알게 돼 책도 읽을 수 있고 사는 것이 재밌어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파레트 도서관’에서는 직접 재봉틀을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 강좌를 개설했다. 10여명의 주부들이 수강하고 있으며 지원자가 많아 대기자도 있는 상태다. 자원봉사로 강의를 하고 있는 도영주 씨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나도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재봉틀 이외에도 뜨개질, 서예 등의 강좌가 있다. ‘청개구리 도서관’에서는 주민대상으로 천연비누 만드는 방법과 오르프 연주 강좌도 개설돼 있다. 지역 어린이집과 연계해 유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특히 푸른숲 도서관은 가경4단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힘겨운 세대를 보내며 교육의 기회를 놓쳐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이 “이제는 밖에 나가도 묻지 않고 버스도 탈 수 있고, 간판도 읽을 수 있어서 모르는 곳도 찾아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이웃이 좋다, 책이 좋다’ 동네 책 잔치 열기도
지난 10월 이들 도서관은 녹색청주협의회와 공동으로 ‘이웃이 좋다, 책이 좋다’라는 주제로 주민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책잔치’를 열었다. 다문화 관련도서와 팝업 북 전시, 종이 인형 만들기 등 10여개 체험 부스도 마련했다.
초등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벼룩시장은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진행요원으로 참여했던 도영주씨는 “내 아이뿐 아니라 동네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대표는 “주민들 스스로 참여하고 기획하는 행사를 통해 마을공동체 운동의 토대를 만들 수 있다”며 “그 매개체는 바로 작은도서관”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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