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영어독서교육, 잘하고 싶은데...

지역내일 2012-12-15

학교가 끝나기 20분 전이다. 3학년 아이들은 숨을 죽인 채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다. 점심시간에 열심히 뛰어놀아서 피곤 할만도 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들은 피곤함을 잊은 채 귀를 기울인다. 오늘은 찰리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처음으로 초콜릿 공장을 방문하는 날이다. 캐릭터에 따라 변조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이들의 머릿속에 찰리와 찰리 할아버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려준다. ‘내가 찰리였다면…’으로 시작된 생각은 꼬리를 물고 끝이 없는 상상의 세계를 펼쳐준다. 달콤했던 시간도 잠시였다. 시계 바늘이 30분을 가리키자, 종료 벨이 학교 건물 내내 울려 퍼진다. 아이들은 어서 내일의 2시 10분이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교실을 유유히 빠져나간다. 위 내용은 필자의 경험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식 독서 교육이다.


문학이 발달되기 시작한 3,800년부터 지금까지, 독서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어왔다. 독서는 배움에 있어서 특히 언어에 매우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 할 것이다. 필자 또한 유년시절에는 독서(extensive reading)를 사실 꺼려했다. 그렇지만, 위에 언급한 독서 수업으로 인해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오늘 날까지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에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얼마 전의 일이다. 오랜만에 식구들과 외식을 하는데, 늦둥이인 여동생이 친한 친구 한 명과 같이 왔다. 그러나 둘은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 한 채, 같은 장소에만 있을 뿐 대화 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이렇게 사람이 앞에 있는데도 대화를 하지 않는데 자기만의 시간을 내서 과연 독서를 하겠는가?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 폰이나 게임기와 같은 독서방해 요소에 둘러싸여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주로 핸드폰을 이용하여 “메세징”을 한다. 정확한 맞춤법, 비속어, 은어 그리고 축약어를 사용하는 메세징은 언어발달에 있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지 못하며, 사고의 전개가 깊이없이 빠르게 진행됨으로써 글쓰기(Writing)에 매우 치명적이다.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단연 축구일 것이다. 성별을 불문하고 축구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을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축구는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규칙을 안다고 해서 실제 경기력이 향상되는 걸까?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체력, 슈팅, 드리블 같은 개별적인 훈련에만 매진한다고 해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직접 경기에 참여하며 실전감각을 키우는 연습 없이는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영어교육에 있어 “언어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실전감각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은, 언어감각이 자리 잡기도 전에 필요하거나 부족한 언어영역들을 성급히 보충하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언어학습은 시험의 도구가 아니라, 언어답게 사용해야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정독으로(Intensive Reading) 단어학습 및 문제풀이를 반복함으로써 문제풀이실력 (problem-solving skill)을 향상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을 영어의 주된 목표로 학습 하는 학생들은 장기간에 걸쳐 영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언어답게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습득하지 못 하게 된다.


글 앞부분에 언급했듯이 독서(extensive reading)는 “언어감각”을 향상 시키는 데 필수이다. 독서를 통해 지식과 생각의 폭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이며, 언어감각 및 어휘발달에 크게 기여한다. 그렇다면 독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독서를 하는데 정독은 큰 효과를 얻지 못 할 것이다. 정독처럼 글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과는 달리 다독은 전체적인 글의 내용 및 줄거리를 이해하는 게 목표다. 또한, 다독은 독자가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글을 읽음으로써 독서에 흥미를 유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라고 다독을 하는 도중에는 사전을 최대한 멀리 두는 습관을 들이자.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올 수도 있다. 전체적인 맥락과 흐름만 이어갈 수 있다면 일단 지나쳐 가도 된다. 매 번 사전을 찾아가면서 해석하는 것은 전체적인 글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독이 된다. 그렇다면 뜻을 무시하고 지나가야 되는가? 절대 아니다. 언어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글의 상황 또는 내용을 보고 추측하는 것 또한 하나의 과정이다. 독서를 한 후에 뜻을 찾아도 늦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독서를 하기에 불리한 시대 속에 살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매체와 현대 기계들의 유혹이 우리 아이들을 독서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언어감각은 변치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영어에는 “좋은 글을 읽지 않는 사람은 글을 읽지 못 하는 맹인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좋은 책들은 자리를 지키며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조급하게 행동으로 실천하려고 하지는 말자. 좋은 글을 읽기 전에 “손이 가는 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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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 Writing 주임교사
박진홍
문의 031)90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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