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어야 공부하는 아이들

지역내일 2012-12-15

학원 전형고사 마지막 장에 어느 중학생이 쓴 시를 제시하고 각자가 느끼는 바를 쓰라고 합니다.


수학이란?


졸려서 참을 수 없는 수학의 밤은
어쩐지 덧없이 몸에 사무친다.


‘대학 수학이라면 몰라도
이 정도의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도저히 문명인이라 말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어차피 나는 야만인.


그 옛날의 망령이여, 재수 없는 피타고라스여.
당신의 수학으로
나의 존재를 증명해 주소서.


그렇지 않으면
수천년 전 옛날에 점잖게 잠들어
나를 괴롭히지 말아 주소서.



미래를 위해 괴로워도 참는다?
열 명중 대여섯 명은 이 시를 쓴 학생의 마음에 전적으로 공감하든지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합니다. 아예 아무런 답도 안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전형고사 문제 풀기도 힘든데 수학에 대한 생각까지 쓰라니 짜증도 나고 귀찮기도 하겠지요. 이렇게 해서 학원에 다니게 된 신규생들 강의 첫 시간에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뭐니?’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대부분의 대답은 ‘대학 가려고요’입니다. 매우 현실적인 대답입니다. 맞는 대답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고통스러운 수학 공부를 참는다는 것이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저도 그랬던 적이 있고 지금도 많은 선생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입니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여야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하게 되고 그러다가 수학 성적이 향상되어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지요. 현재 좋은 성적을 내는 학생들은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수는 매우 적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비를 넘지 못합니다. 고등학생중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이 70%라는 조사 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중학교 때 한 고비를 넘었다 하더라도 고등학생이 되면 더 큰 고비가 다가오고, 내신을 넘으면 수능이라는 더 큰 산을 만나게 되어 결국에는 인내의 한계에 도달하고 맙니다.


꿈이 있어야 수학이 재미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거나 고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설교식 강요보다는 ‘꿈이 있어야 수학이 재미있다’는 것이 요즘 학생들의 정서에 좀더 가깝기는 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적성을 파악하여 구체적인 진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이 필요합니다. 지식 전달 위주의 현재의 교육 풍토에서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극소수의 몇몇 학생들에게나 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렇다고 목표하는 학과와 대학이 정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수학이 재미있다는 학생
앞의 시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 수학 문제가 풀렸을 때 기쁘다’라고 답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간혹가다 ‘수학은 현실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수학을 제대로 공부한 학생입니다. 이런 학생을 만나면 강의와 학습 관리에 지친 심신에 활력이 생깁니다. 다른 과목들처럼 구체적인 주제를 다룰 때는 당연히 현실적인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수학은 다릅니다. 수학은 가장 추상적인 학문입니다. 즉 ‘현실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이 수학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수학 과목의 특성에 맞게 ‘생각하는’ 공부를 해야 재미를 느낍니다. 10분, 20분 고민하다 끝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을 때 찾아오는 희열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는 수학
선생님이 모든 것을 다 알려주고 학생은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 적어 암기하는 주입식 강의에서는 학생들의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문제가 잘 안풀린다고 해서 고민도 없이 바로 선생님께 질문하거나 해설집을 펼치는 식으로는 절대로 생각하는 수학이 될 수 없습니다. 생각하는 과정이 없으니 수학이 재미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각하는 수학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기본 교재를 스스로 읽으면서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질문지를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원리 이해를 합니다. 그러고나서 조별로 협력하여 문제를 풀고 발표합니다. 다른 조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허점을 발견하여 공격합니다. 지겨운 수학 공부는 어느덧 서로 경쟁하는 지적인 게임으로 바뀝니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습관이 되면 학원에 오지 않고 자기 책상 앞에 앉아 수학 문제를 풀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급기야는 누군가의 사전 설명 없이는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았던 응용문제마저 차츰차츰 그 실마리가 보이게 됩니다.


수학 가르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
요즘 아이들은 재미있어야 공부를 합니다. 따라서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며 재미있게 수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강의 교재와 강의 방식, 학습 관리 시스템을 정교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학생들이 한걸음 한걸음씩 수학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면서 …….
  
최 재 용 원장
서울대 졸업
20년간 대학 입시 지도                                                                                               
베리타스룩스메 원장                                                                                               
교육문의 911-0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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