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여 배추를 절이고 김치 속 재료를 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한 쪽에서는 수육을 삶고 떡메를 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추위를 녹일 화톳불을 연신 살려냈다. 아이들은 불 가까이서 고구마며 감자를 굽느라 얼굴에 검댕이 묻는 것도 아랑곳없었다. 하나 된 그들에게 동장군도 감히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12월 1일 광덕초등학교는 한 해 교육기부의 내용 및 활동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교육기부 및 방과후학교 페스티벌’을 열었다. 그리고 이날, 학교와 마을 주민은 모두 함께 잔치를 즐겼다.
* 12월 1일 진행한 사랑의 김장 나누기 체험활동
교육 기부? 학부모와 지역이 당연히 할 일! =
광덕초등학교는 전교생 59명의 자그마한 학교다. 하지만 움직임은 결코 작지 않다. 1년 내내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학교가 들썩인다. 그 과정을 학부모가 함께한다. 지난해 주5일 수업제와 함께 학부모 교육기부활동을 시작했고 활동은 올해 더욱 활발해졌다.
지난 2월 교육과정 편성수립 단계에서부터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가 힘을 합쳤다. 3월부터 결연부모, 공부도우미 등 정기부 활동은 물론, 전통 두부 만들기와 도예공방체험, 환경교육 어린이 인형극 관람, 환경기초시설탐방 등 지역사회 재능 및 콘텐츠 기부 등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김준호(53)씨는 친환경 배추와 무 재배에 아이들을 참여시켰다. 채소를 심고 키우고 수확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한 것이다. 1년 동안 정성껏 가꾼 채소는 12월 1일 사랑의 김장 행사에 기부했다. 엄마 아빠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 조막손으로 버무린 김장김치는 천안 시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냈다. 아이들은 체험을 통해 나눔까지 경험했다.
유은영(35)씨는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등하교길 안전요원, 학교체험활동 도우미는 물론, 특수학급과 통합활동수업으로 쿠키 만들기를 할 때는 보조교사를 했다. 김문경(37)씨의 경우 아이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학생들에게 계속 버섯 농장을 체험하도록 했다.
이밖에 인근 시설 공장 기관단체 모두 아이들의 배움터다. 실과시간 통장만들기 수업은 인근 농협의, 학교폭력 예방수업은 천안지검의 협조를 얻어 생생한 교육을 진행했다.
천안광덕초등학교 권석웅 교무부장은 “광덕초등학교는 전형적인 농산촌의 소규모 학교로 인적 물적 자원 확보가 쉽지 않았지만 교육과정에 학부모와 지역 기관들이 참여하면서 다양한 체험활동과 교과 운영이 가능해졌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윤 교사는 또한 “광덕환경교육센터나 농촌문화체험교실 등 열려 있는 시설들이 많다”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의 문을 두드려보라”고 일선 교사들에게 제안했다.
전교생이 하루 한 번 들르는 작은도서관 =
공동체를 이야기할 때 광덕초등학교 도서관을 빼놓을 수 없다. 광덕초등학교 도서관은 천안중앙도서관이 작은도서관으로 지정하며 학교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공존, 학생뿐 아니라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광덕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한다.
* 매주 화요일 운영하는 독서돌봄프로그램 ‘동시랑 말놀이’
2010년 개관한 광덕작은도서관은 현재 지역주민 200여명이 등록해 이용하고 있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이를 데리러 오가다가, 책을 읽으러, 학부모 모임을 갖기 위해 주민들은 작은도서관을 마실 다니듯 드나든다. 아이들도 잠시 짬이 날 때는 언제든 도서관에 들러 책과 함께한다.
작은도서관을 지키는 학부모 김종선(47)씨는 아이들에게 짬짬이 종이접기를 알려주고 일주일에 한 번은 영화감상을 하게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 아이들이 도서관을 좋아하게 이끄는 1등공신이다. 김씨는 “중앙도서관에서 작은도서관으로 지정, 운영하면서 성인을 위한 신간이 빨리 들어오고 엄마들도 많이 오가다 보니 자연스레 학교 일을 공유하게 된다”며 “학부모들은 작은도서관에서 나눈 정보를 통해 학교 운영에 도움 되는 일에 너나 할 것 없이 나선다”고 말했다.
광덕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가 재밌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교과서 속 내용을 눈앞에 펼쳐주고 수업시간 교과과정을 지역 기관에서 직접 확인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누구나 오가는 즐거운 공간이고 방과후 또는 토요일에는 동네 곳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한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바라보는 ‘공동체공간’에서 아이들의 꿈은 쑥쑥 자란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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