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스터가 추천하는 이주의 책 – 여울물 소리(황석영 지음. 자음과 모음)

고통과 상처투성이 근대, 그리고 이야기

지역내일 2012-12-16
황석영 작가가 등단 50주년을 맞아 신작 ‘여울물 소리’를 발표했다.



소설은 19세기 구한말 시대를 배경으로 ''박연옥''이라는 여주인공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박연옥''은 연정을 품고 일평생 그리워하던 그 ''이신통''의 행적을 따라 길을 나선다. 그 모습은 우리네 전통적 여인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때론 당찬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신통은 물론 주변인들의 태생, 성격과 이들이 겪은 일을 손바닥 보듯 훤하게 꿰뚫고 있는 연옥은 사실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에 근접한 1인칭 관찰자이다.
''박연옥''이 찾아다니는 ''이신통''은 서얼의 서자로 태어나 몰락한 지식인으로서 전기수, 강담사, 재담꾼, 광대물주, 연희 대본가, 그리고 나중에는 천지도에 입도하여 혁명에 참가하고 스승의 사상과 행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본명 ''이신''이라는 이름보다 ''이신통''으로 더 잘 알려지게 된 이 인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소설은 그의 행적을 통해 19세기 말 격변의 시대에 엄격한 신분 제도로서 유지되던 유교적 사상을 뒤엎고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놀랄 만한 선언을 했던 동학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을 스케치 하면서 고통과 상처투성이의 근대를 거대한 서사 안에 녹인다.
''천지도'', 즉 ''동학''은 비록 우리네 역사 안에서, 그리고 소설 안에서 관군과 일본군 토벌대에 의해 50만 명이 희생되면서 좌절됐지만, 우리의 근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근대화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천지가 놀랄 만한 일대 사건이었다. 작가는 그 시대의 ‘이야기꾼’을 통해 반세기에 걸친 스스로의 문학인생과 더불어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한 물음을 던지며 소설을 풀어나간다.
19세기는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으로 봉건왕조가 무너져가던 때로, 민중의 근대화에 대한 열망이 제국주의 외세의 개입으로 좌절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학은 민중의 자생적 근대화 의지가 담긴 사상이었고, ‘이야기꾼’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장 잘 나타내는 존재로, 이신통을 통해 작가의 담론을 펼쳐낸다.
 
교보문고 천안점
북마스터 이민정
041-558-3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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