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클래식을 외면한다 해서 들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는 없지요.” 아산시 교향악단 홍원기 지휘자는 클래식이 필요한 이유를 “수학이 싫으면 배우지 말라고 할 건가와 같은 문제”라고 힘주어 말한다.
“나는 순수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압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가 하는 음악을 듣고 클래식을 사랑하게 된다면 나는 비로소 내가 할 일을 해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 아산시 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당시 열정적으로 지휘하고 홍원기 지휘자 모습
음악을 향한 열정 =
아산시 교향악단 홍원기 지휘자는 충남 당진에서 전형적인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17살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 시절 교회를 다니다 피아노를 치는 어여쁜 누나를 동경하면서 음악을 꿈꾸기 시작했다.
기타줄 한 번 튕겨본 적 없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에게 음악은 난데없고 만만치 않은 선택이었다. 기술적으로는 스승이 필요했고, 경제적으로는 지원이, 또 음악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내기 위한 절대적인 시간도 요구됐다. 대학 입학시험에서 음대를 지원했고 고배를 마셨다.
재수시절 공장을 다녔다. 한 달 12만원을 벌어 레슨비를 대고나면 한 푼도 남지 않았다. 생활비와 레슨비를 함께 구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연탄 배달이었다.
혹독한 겨울, 새벽 5시에 일어나 늦은 밤까지 일했다. 2, 3년을 그렇게 살았지만 연탄 배달은 겨울 한 철 벌이에 지나지 않았다. 비수기인 여름이 되면 레슨을 받지 못했다. “돈이 없는 건 힘들지 않았지만 레슨을 받지 못하는 건 부끄러웠다”고 그는 소회한다.
그렇게 도전한 대학시험에서 두 번째 고배를 마시고 입대를 했다. 우연찮게 민가의 교회를 다니며 성가대를 지휘했다. 생애 첫 지휘봉이었다. 제대 후 대학 시험을 치르고 세 번째 도전 만에 대학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6년 만에 음악대학 학생이 됐다. 대학 4년 동안 택시 운전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아무도 하지 않아도 나는 할 것이다” =
홍원기 지휘자는 2004년 불모지이다시피 한 아산에 클래식 연주 단체인 아산시 교향악단을 만들었다. 단원 모두 홍원기 지휘자 못지않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이들이다.
하지만 순수예술을 하는 많은 이들에게 가장 힘든 점은 생계다. 단원들이 지역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해서 그는 “기획자가 지역민에게 보여줄 공연 작품을 선정할 때 지역 예술단체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열악한 지역의 문화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지역예술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매년 1월 달력에 한 해의 소망을 적는다. 그의 오래된 소망 중 하나는 아산에 클래식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좋은 공연장을 갖는 것이다.
“클래식은 삶의 질에 관한 문제입니다. 클래식이 밥이 될 수는 없지만 삶에 윤활유는 될 수 있습니다. 공연장을 찾는 단 한 사람의 관객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쉬지 않고 지휘봉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산의 훌륭한 공연시설에서 더 좋은 소리로 지역민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문의 : 아산시 교향악단 공연팀 010-8952-1978
지남주 리포터 bisket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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