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진안 용담호 수변길
물길 따라 가을을 찾아 떠나는 여행
용담호, 망향의 아픔 딛고 만수의 환희로 가을 맞아
누가 뭐라고 해도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은 역시 10월이 제격이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을 벗삼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수많은 예술가들도 자신만의 창의력으로 이 가을을 뽐내려 하지만 가을만의 풍요로움과 화려함, 그리고 그 여유로움을 다 담아내지는 못하는 듯하다.
쾌청하게 맑은 휴일 날 오후, 수많은 인파로 들썩이는 축제의 현장이 아닌 수줍게 내려앉은 가을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진안 용담호로의 물길 여행을 떠나본다.
나고 자란 정든 고향을 잃은 설움, 망향탑에 담아
전주역에서 30여분 정도 진안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우편으로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용담호 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느 해 같으면 마른 날씨 탓에 호수의 수면위로 깎아지른 산비탈이 보일만도 하건만 올해는 한여름에 내린 폭우로 한없이 넓은 물그릇에 물이 가득 고였다. 도로변엔 아직 가을 냄새가 덜 하지만 유독 물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나무들은 울긋불긋 붉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10여분을 수변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하늘위로 우뚝 솟은 망향탑이 보인다.
이 탑은 수몰민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위로하기 위해 ‘망향의 동산(진안군 정천면 모정리 산 136번지)’에 세워진 것으로 17개 마을 정천면 사람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묻은 곳이다. 동산 아래 보상을 받아 새로이 형성된 마을이 보이고 만수된 용담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팔각정 망향대에서 만난 김철진(31) 씨는 “저 호수 속에 저의 어린시절 추억이 모두 잠겨있어요. 고향집과 함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다 수몰되었고,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았던 골목길도 이제 모두 기억속에서나 존재하는 것들이지요.”
나고 자란 정든 고향을 등지고 떠났다가 해마다 그 망향의 설움을 달래고자 부모님을 모시고 이곳을 찾는다는 한 젊은이의 말이다. 내려오는 길에 예전 마을의 안내표지석들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밖에도 용담댐 주변의 상전면(망향의 광장), 안천면(망향의 동산)에도 실향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망향대가 있다.
전북의 용수난 해결사 용담댐
용담댐 건설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설움이 있었지만, 용담댐은 전라북도의 용수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다목적 댐이다.
92년부터 댐이 건설되기 시작해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댐은 완성되었고, 전설속 이야기처럼 금강의 상류에는 거대한 연못이 생기게 된 것이다.
예로부터 이곳 용담에 거대한 연못이 생겨 그 연못에 물이 가득 차게 되면 용이 하늘로 승천한다는 마을의 전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용담댐은 전라북도 진안군과 무주군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댐의 규모로는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크다. 용담호는 임실군에 위치한 옥정호와 함께 전북의 큰 우물로 용담호의 물은 전북권과 군산국가산단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로 공급되고 있다.
덕분에 전주에 살고 있는 리포터는 충분한 물 공급으로 여지껏 물에 대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고 있음이라.
가을날 찾은 용담호는 만수다. 호수에 가득 고인 저 물처럼 많은 이들의 설움과 아픔도 가득하겠지만 여러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주는 문명의 이기임에는 틀림없다.
자연관 환경, 인간의 공존을 꿈꾸는 곳, 물문화관과 환경조각공원
용담댐 한켠에 2001년 3월에 한국수자원공사가 물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고 용담댐 건설과 관련한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물문화관을 세웠다. 물문화관은 지상 2층 건물로, ‘문명, 자연 그리고 물’ 이라는 주제로 상설전시를 한다.
1층 제1전시실에는 ‘지구의 탄생과 태초의 물’, ‘지구촌의 물’, ‘물의 순환’, ‘고통 받는 물’ 등 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내용이 전시되어 있고, 제2전시실에는 용담다목적댐의 현황과 수력발전관련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2층의 제3전시실에서는 용담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에 대한 갖가지 기록물과 분포도, 금강 상류의 동·식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용담댐 전망대로 활용되는 야외테라스와 휴게실도 있다. 물문화관 건물 밖으로는 용담호가 끝없이 펼쳐지고, 호수를 따라 드넓은 공원 겸 광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에 용담댐 환경조각공원이 들어섰다.
환경조각공원 중간에는 용담댐에 얽힌 전설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용 조형물과 제각각의 명찰을 단 조각작품들이 살포시 내려앉은 가을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다.
이 작품들은 청산 이웅휘선생님이 용담면 와룡마을로 귀촌한 이후 주변의 폐품들을 재활용하여 자연·환경·인간을 주제로 작업한 작품 101점을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이곳은 차로 달리던 길과는 사뭇 다르게 가을이 한가득이다. 형형색색 물든 단풍을 찾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풍요의 계절 가을에 은빛물결과 금빛물결로 일렁대는 만수된 용담호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들떠있던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진다. 호수 주변으로 유독 가을이 짙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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