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 아이들 비만, 이대로 둘 것인가<1>

학생비만, 성인보다 심각 대전 100명 중 14명

성장기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 유발

지역내일 2012-10-31

우리나라 청소년 비만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발표한 2011년 비만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고등학생은 15.4%로 100명 중 15명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의 경우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초·중등생 보다 고등학생의 비만율이 높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하며 자칫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전·세종 내일신문은 학생들의 비만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집중진단’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대전 학생, 100명 중 14명 비만
2. 청소년 비만의 주범, 고열량 식품
3. 공부로도 하루가 부족한 학생들
4.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
5. 저소득층 비만, 10년새 2배 급증
6. 비만교육이 필요하다
7. ‘기적의 체육관’을 만들자
   
유성구 노은동에 사는 주부 강옥영(45·자영업)씨는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의 ‘몰래 먹기’ 때문에 속상하다. 강 씨는 “딸은 160㎝에 80㎏이라 자신이 뚱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먹는 걸로 욕구를 해소하려 한다”며 “폭식을 하는 자신의 식성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몰래, 빠르게, 아주 많이 먹는다”고 속상해 했다.
딸 하지수(가명)양은 “배는 고프지 않지만 자꾸만 먹고 싶어 참을 수가 없다”며 “가끔 괴로울 때까지 먹곤 하는데 그땐 내가 너무 혐오스럽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수 양은 “그렇다고 날씬한 친구들이 부럽진 않다”며 “대학 들어가면 저절로 예뻐진다고 선생님이 말했다”며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현재 지수 양의 혈압은 145㎜Hg에 110㎜Hg으로 입시 보다 혈압을 걱정해야하는 상태다

입시보다 혈압을 걱정하는 십대 =
소아 및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비만은 성인보다 더욱 심각하다. 어린 나이에 시작된 비만일수록 당뇨 고혈압 심근경색 고지혈증 지방간 등 성인병 발생 시기가 빠르고 발생률이 높다.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과 달리 몸을 구성하는 지방세포 수의 증가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일명 ‘살찌는 체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불어난 체중으로 인해 대인 기피증과 자기 혐오증이 생길 수 있어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환자들이 많다.
아이사랑한의원 배준상 원장은 “소아·청소년 비만은 아이들 자존감과 직결된 경우가 많아 심리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상담과 뇌파 측정을 통해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지 다면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비만아의 경우 타인의 시선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쉬워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열량, 운동부족,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 =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침 굶지 마세요’라고 광고하는 컵라면 먹어요. 점심시간에는 급식, 오후 3시 수업이 끝나면 학원 가는 길에 간식 사먹고 학원 끝나고 또 간식 사 먹어요.”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김영우(가명) 군의 하루 일과다. 김 군의 성적은 학교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성적만큼 체중도 상위권이다. 김 군은 신장 155㎝ 몸무게 66㎏. 비만이다. 몸이 이렇다 보니 맞는 옷이 없다. 성인용 옷을 구입해 상의는 팔 길이를 줄이고 바지는 다리 길이를 줄여 입는다. 
김 군 어머니는 “성적이 상위권이라 게임을 해도 간섭하지 않았던 것이 원인 같다”며 “게임할 때는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피자 치킨 과자 등을 먹으며 2시간 동안 화장실도 안가고 게임을 한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다행히 교우 관계가 좋아 외모로 놀림 받는 일은 없지만 김 군 어머니는 무엇보다 아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 비만의 원인으로 어릴 적부터 칼로리가 높은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입맛과 운동부족 등을 꼽았다.
배준상 원장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부모의 ‘나쁜 식습관의 되물림’이 크다”고 말했다.
식습관은 고열량이 대부분인 서구식으로 바뀌었으나 그에 따른 고칼로리 방출을 위한 자각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는 얘기다.


트랜스지방에 대한 관련 규제 전무 =
대전시교육청은 지난해 식습관 변화와 운동의 병행을 위해 ‘건강생활습관실천 66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본인의 나쁜 생활습관을 선택하여 66프로젝트 주제로 정한 후 66일 동안 꾸준히 건강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전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이충열 장학사는 “학교의 보건 교사와 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 그리고 체육교사가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바로 잡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간식이 왜 나쁜지, 균형 있는 영양 섭취를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음식과 피해야할 음식 등을 설명해 올바른 식습관 형성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프로그램 참여로 올바른 식습관 형성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학교 밖 음식들에 대한 규제는 아직도 미약하다. 방과 후 학원으로 직행하는 아이들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는 음식들은 주로 길거리 음식으로 고열량과 트랜스지방을 다량 함유한 불량음식들이 많다. 트랜스지방은 비만은 물론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현재 모든 식품 제조업체에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0.5g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트랜스지방에 대한 관련 규제는 전무한 상태다. 대전시 식품안전과 손석진 주무관은 “그린푸드존은 물론 시판하고 있는 음식에 트랜스지방 제재 법규가 없다”며 “위해성은 알고 있으나 관련 법규가 없는 상황이라 관리·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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