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학생들과의 상담을 통해 그들의 속마음 읽기에 집중해오던 김수신(41·생물) 교사. 아이들에게 ‘저마다의 장점이 반드시 있다’는 생각에 한 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 주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2012 F1 in Schools 세계대회’가 바로 그것. 김 교사는 국내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건대부고 ‘선라이즈(Sunrise)’팀을 이끌고 세계무대에서 그들의 열정과 끼를 모두 발산하고 돌아왔다.
“학생들의 기발하고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마다의 몫을 충분히 해낼 때마다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많이 참여해 자신의 장점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융합교육의 좋은 예, 장점 발굴의 기회
‘F1 in Schools World Championships’, 매우 거창하게 느껴지는 대회이름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단합이 주가 되는 창의력 팀워크 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1의 자동차를 1/20로 축소한 나무모형으로 퍼포먼스 경쟁을 벌이는 대회로 학생 3명과 담당교사 1명이 한 팀이 된다.
하지만 활동은 오롯이 학생들의 몫. 김 교사는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려주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할 뿐, 한 번도 의견 제안이나 간섭은 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즐겁게 대회에 임하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일 수도 있는 게 바로 즐기지 않고 ‘등수’에 연연해 때론 지나치게 최선을 다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자신이 맡은 분야를 즐기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대회에 참가해 ‘Pit Display Award’라는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F1 in school’은 요즘 제시되고 있는 융합(STEAM)교육의 좋은 모델이다.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의 총 집합체로 제시되는 과제가 자동차 공학은 물론 디자인, 마케터의 역할까지 포한된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여러 활동 자체가 모두 ‘교육’이며,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갈 수 있다”며 “‘F1 in school’을 도입하는 학교가 앞으로도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대회경험, 창의력 발산하며 큰 성장
이번 국제대회는 특별히 서로 다른 두 나라 간의 연합팀으로 구성되어 진행됐다. 건대부고팀은 캐나다와 한 팀이 됐는데, 외국 학생들과의 사적인 교류를 통해 예전에 알진 못했던 많은 부분을 알게 된 계기도 됐다고.
“주말이나 사적인 시간엔 절대 대회와 관련된 활동을 하지 않는 캐나다 학생들 때문에 우리 학생들이 처음엔 맘고생도 많았죠. 하지만 그들의 다른 문화를 학생들이 인정하고 조급함을 버리더니 서로 화합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학생들의 큰 성장을 엿봤습니다.”
어른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학생들은 거뜬히 해치우기도 했다. 현지에서의 부스 설치가 바로 그것. 국내에서 부스를 디자인해 현지에 설치해야 하는데, 부스를 운반하는 게 큰 문제로 제기됐다. 부스를 제작하는 곳에서도 비행기로의 운반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 아무 것도 학생들의 번뜩이는 생각을 막진 못했다.
“무궁무진한 학생들의 창의력에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내더군요. 학생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을 때마다 그런 것들을 제대로 키워주지 못하는 현 교육에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학생들의 마음 읽어주고파
이번 대회 참가로 김 교사의 학생들을 마라보는 시선은 더욱 굳건해졌다. 학생들을 대할 때 그는 가치관이나 진학·진로, 직업에 있어서 특별한 기준을 정해놓지 않는다. 학생들 한명 한명을 그 자체로 존중하기 위해서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적인 지식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을 끌어내고 또 그 생각에 대해 동감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교사가 해야 할 커다란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부모님들도 아이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들 속마음을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즘 학생들 중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들이 많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능력, 장점을 꺼내서 관심 가져주는 게 부모님이나 교사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육체적으로는 예전보다 더 성숙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예전보다 덜 성숙한 경우가 많습니다. 덩치만 보고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로 다른 아이의 가치를 존중하고 아이들만의 장점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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