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책이 주목받고 있다. 어느 시대나 청춘은 방황과 좌절을 겪으며 성장하니, 그 성장통의 과정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그 아픔을 받아들이라는 충고는 위안보다는 피하고 싶은 암담함으로 다가온다. 대체 천 번을 흔들리려면 얼마나 긴긴 고통의 동굴을 통과해야 하는 것인가!
이 책의 첫 이야기는 ‘진짜 꿈’을 찾고자 직장에 사표를 내고 떠나는 제자에게 주는 필자의 편지로 시작된다. 제자는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갔는데, 이내 실망하여 ‘진짜 꿈’을 찾아 떠나겠다고 돌연히 선언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이보다 심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지난 세월, 나는 몇몇 대학에서 동화 창작 강의를 했다. 나도 늦깍이 대학생 시절을 보냈거니와, 문예창작과에는 나이 많은 학생이 종종 들어온다. 그런 어느 해엔 나와 같은 또래인 제자가 십여 명이나 우루루 들어와 교수진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대부분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이 허기를 못 참고 불혹의 나이에 다시 꿈을 찾아 왔다.
꿈이란 대체 무엇이기에 저토록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위 일을 계기로 나는 꿈에 관한 탐구를 하게 되었다. 지독한 가난으로 인해 초등학교를 중퇴하고서 꿈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세월을 살아온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렇게 몇 년간 ‘꿈의 탐구’를 진행한 결과, 자신에게 꼭 맞는 참꿈과 그에 상반되는 헛꿈의 개념을 잡고, 꿈을 찾는 방법도 나름대로 터득하게 되었다. 그 상세한 내력을 지면상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요결하면 다음과 같다.
참꿈을 이해하고 찾기 위해서는 먼저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늘 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꿈은 찾는 것이 아니다. 꿈은 이미 내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꿈이 없다거나 모르겠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틀린 말이다. 꿈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늘이 사람을 낼 때 먹고 살 복록과 더불어 그 안에 꿈의 씨앗도 심어 내보내는 까닭이다. 다만 그걸 발견한 사람과 발견하지 못했거나, 헛꿈을 갖게 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타고난 재능과 소명보다는 가식적 욕망이 추구하는 헛꿈은 이루어도 여전히 허기에 시달리므로 행복할 수가 없다.
참꿈은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있으므로 가장 순수한 순간에 만나게 된다. 그 시기가 바로 사춘기가 시작되는 때부터 열정이 가득한 청춘기 사이다. 이시기에 영감과 지성이 함께 발달하므로 순수함을 잃지만 않는다면 참꿈은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참꿈을 찾기보다는 사회적 유행과 가치와 욕망과 서열의 경쟁으로 내몰아 순수함을 잃게 한다. 나날이 흉포해지는 학원 폭력과 사회의 어지러움도 꿈을 잃은 그런 교육 탓이 크다. 꿈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불태워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그 에너지가 폭력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꿈을 찾는 일은 개인의 행복은 물론 우리 교육의 문제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와도 같다. 그 참꿈을 찾으면, 천번을 흔들리거나 아파할 필요 없이, 꿈을 보다 크게 완성해 나가는데 매진할 수 있다. 참꿈을 품으면 그 어떤 고난이 와도 꿋꿋하게, 흔들리지 않고 이겨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올해 초에 삶의 큰 변화를 맞았다. 월악산 집필실에서 유유자적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던 생활을 접고 도시 속으로 나왔다. 고양 파주 지역의 대안학교 교감 초빙에 응한 것이다. 초급중학교로 명명된 우리 학교는 5, 6학년으로 구성된 새로운 학교다. 사실 성장기 아이들이 6년을 같은 시스템 속에서 지낸다는 건 얼마나 갑갑할 것인가. 또한 사춘기가 막 시작되는, 꿈을 찾기 위한 출발선에 선 학교이기에 흔쾌히 산을 내려온 것이다. 교사의 직분이란 지식을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참꿈을 찾도록 도와주고 격려하는 일이 중요하다. 입학식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의 꿈을 이루어줄 수는 없지만, 여러분의 꿈을 찾을 수는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사람에게 꿈은 행복의 절대 조건이다. 사람이란 꿈 없이 살 수는 있을지라도, 적어도 꿈을 품지 않고서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은 꿈을 찾아 이루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숙명이요 일생 일대의 과업이다. 이와 같으니 참꿈을 찾는 일을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겠는가!
박윤규
시인/동화 작가
다산학교 초급중 교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