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 - 12월 19일, 여성이 지켜본다
대선후보, 실현 가능한 여성정책 제시해야
돈 벌기 위해 발버둥치는 남편 안쓰러워 …“정당보다 여성정책 보고 투표할 것”
대통령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2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고 각 후보들의 열기도 뜨겁다.
불경기로 인한 시민들의 걱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이 캄캄한 불경기 속에 육아 교육 가정살림 등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 주부들의 걱정도 늘어간다.
천안아산 내일신문은 2주에 걸쳐 여성들이 원하는 정책과 대선주자들이 말하는 여성관련 정책을 점검한다. <편집자 주>
게재순서
① 대선후보, 실현 가능한 여성정책 제시해야.
② “선거 앞두고 급조한 정책에 더 이상 안속아”
현실 반영한 보육·교육 정책 꼭 필요한 1순위 =
“생색내려고 정책 만들었다가 오히려 점수만 잃은 꼴이죠. 눈높이를 높였으니 이번 대선에서는 여성들이 정책을 더 꼼꼼하게 볼 거예요.”
전업주부 이형미(38·천안시 쌍용동)씨는 “보육비를 지원받았지만 특별활동이니 뭐니 부가적으로 지출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며 “여성들이 무엇을 가장 힘들어 하는지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나마 여성들이 인정할 만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맞벌이를 하는 윤영경(43·아산시 풍기동)씨는 새로 기준을 정한 보육정책에 울컥했다. 지난 7월 정책 재검토 후 나온 기준은 차등지원. 소득 하위 70%(보육료를 지원받는 만0~5세 기준 자녀를 둔 가구 기준)선에 대한 지원으로 월 소득 인정액은 454만원(2012년 3인 가구 기준)이다. 소득 인정액은 월 임금소득과 집값(전세보증금 포함), 은행 예금, 가지고 있는 차량 가격 등을 모두 소득환산액으로 계산, 합산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 중 지원에서 제외되는 가정이 많다.
이에 대해 윤씨는 “돈이 많았으면 맞벌이 하나. 일하기 위해 아이 맡길 곳을 찾아 동동거린다. 차라리 아이 키울 동안 일을 쉬고, 지원 받은 후 나중에 다시 일할까 고민하는 동료도 있다. 그러면 개인도 사회도 얼마나 손해인가”라고 말했다.
천안아산내일신문은 한 달 간 여성 100명에게 ‘여성으로의 삶이 행복한가’와 ‘여성의 삶이 행복해지려면 사회적으로 무엇을 갖추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여성들은 실질적인 보육·교육정책을 가장 많이 요구했다. 육아와 교육의 최전선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업주부 직장여성 모두 절절한 외침을 쏟아냈다.
전업주부 김주현(30대 후반·아산시 배방읍)씨는 “모두가 하는 사교육 내 아이만 예외일 순 없다. 공교육에서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으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한 직장인 천이현(40대 중반·아산시 배방읍)씨는 “아이들 나이와 상관없이 육아는 여성들의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강선영(43·아산시 탕정면)씨는 ‘직장내 보육시설 확충, 직장 근처 보육시설 이용 가능한 근무시간의 탄력적 운영, 무상보육이 아니라 만 3세까지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있기 위한 휴직 및 보육료 지원 등’을 제시했다.
여성들은 육아와 아이들 교육은 더 이상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남편 부모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 =
“여자라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남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남녀 구분 없이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사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경기불황에 따른 물가인상이나 일자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남편에 대한 안쓰러움을 드러냈다.
김진희(43·가명·아산시 신창면)씨는 “일을 하는 여성들은 알게 모르게 슈퍼우먼 증후군에 시달린다. 가사와 보육을 남편과 나누고 싶어도 남편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답변에 응한 여성들은 애쓰는 남편과 아이, 힘든 세월을 겪고 노후마저 외롭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며 사는 부모를 생각하면 여성으로의 삶이 그나마 행복하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일상은 돈 버는 기계처럼 쳇바퀴 돌아가듯 돈다. 안쓰럽다” “현재 대한민국 남성의 삶보다는 여성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성은 살림 물가 육아 교육 등의 생활 속 전문가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행복을 개인이나 성별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여성만의 행복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남편 자식 부모를 포함한 내 가족이,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웃을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여성의 행복도 의미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여성정책이라고 따로 들먹이지 않아야 한다. 생색내는 정책은 필요 없다. 여성을 위해 따로 마련한 정책이라며 국민들을 선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컷 부풀려 놓고 실제 해주지도 못할 그런 정책은 입 밖에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국민을 위한 전 방위적인 복지를 실현하길 바란다.” 서인경(40·가명·아산시 배방읍)씨의 의견은 여성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황은지(38·아산시 권곡동)씨는 “정책을 만들 때 제발 전문가 말고 실생활에 관계된 사람들 의견을 받고 만들어서 실효성을 높이자”는 의견을 내세웠다. 여성들은 지금,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김나영 남궁윤선 노준희 지남주 리포터 bisket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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