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학교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재료를 다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퍼진다. 냄새와 소리를 따라가니 발길을 이끈 곳은 가정실습실이다.
모여 있는 학생들이 저마다 진지하게 요리에 몰두하고 있다. 학생들은 완성한 요리의 맛을 보고 품평회까지 한다. 수학 문제 영어 단어에만 매달릴 것 같은 인문계고에서 요리연구 동아리 활동이 왕성하다. 그들의 맛있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역아동센터에서 1일 제과교실 봉사를 하는 요리연구 동아리 학생들
세계 최고 쉐프의 꿈 학교에서 키워 =
아산설화고등학교는 지난 3일 전남 순창군에서 주최한 ‘제9회 순창고추장요리경연 전국대회’ 고등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대회에는 고추장 등 장류를 활용한 요리를 주제로 전국에서 고등부 이하 30팀 대학부 30팀 일반부 20팀이 참가했다. 설화고는 교내 요리연구 동아리 2학년 4명(이관섭 김진석 박상민 박주영)의 학생이 참가, ‘세계와 함께하는 코리아’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입상했다.
이들이 만든 요리는 고추장을 넣은 매콤한 스튜와 닭고기 요리. 닭 껍질의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피’로 응용, 고기를 싼 후 바삭하게 튀긴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리팀을 이끈 이관섭(2학년) 학생은 “일반적인 밀가루 피를 이용하니 양념 때문에 많이 타더라. 고기 요리에 순 재료를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해서 레시피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장류를 세계화한다는 생각에 서양 요리에 고추장을 접목해서 외국인들도 즐길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네 명을 포함, 현재 요리연구 동아리 학생들은 3학년까지 모두 22명이다. 3학년은 대입으로 분주해 1·2학년 16명이 주로 활동한다. 모두 요리를 진로로 잡고 모인 학생들이다.
처음부터 요리를 고민한 학생은 많지 않다. 대부분 막연히 꿈을 꾸다 요리연구 동아리 활동을 보고 구체적으로 진로를 잡았다. 박상민(2학년) 학생은 “2학년 올라오면서 요리를 진로로 정해 동아리 활동에 참여했다”며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졸업 후 유학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민군은 대학 진학을 위해 자격증 시험 준비에 열심이다.
* 지난 3일 ‘제9회 순창고추장요리경연 전국대회’ 고등부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
즐겁게 활동하며 입시와 진로에 도움 =
요리연구 동아리 학생들은 일 년 내내 요리 캠프 및 교내 요리 경연대회, 조리 관련 교외체험학습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으로 호흡을 맞춘다. 정규동아리 외에 자율동아리 ‘요동포동’을 결성, 2주에 한 번 토요일에 모여 실력을 기른다. 인근 지역아동센터와 아산청소년교육센터 요리 봉사활동을 통해 나눔의 마음도 키운다.
3년 전 요리연구 동아리를 처음 만든 김정미 교사는 “당시 TV드라마에 요리를 주제로 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그 영향인지 요리에 관심 갖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요리연구 동아리를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주니 진로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사는 “최근 입학사정관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자신의 진로를 향해 얼마나 노력했고 과정을 거쳤냐는 것”이라며 “학교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내용을 채우니 입시에서도 힘을 발휘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산설화고등학교는 다양한 동아리를 계발 및 지원해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도록 돕는다. 지난해 자율동아리선도학교로 선정된 후 동아리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요리연구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박주영(2학년) 학생은 “동아리 활동이 진로를 더욱 구체적으로 고민하도록 도왔다”며 “요리캠프에서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지도 선생님을 만나고 조리교사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석(2학년) 학생은 “운동도 좋아해서 1학년 때는 운동과 요리 중 고민했는데, 동아리 활동을 지켜보며 요리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노력하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친구들은 진로를 정하고 열심인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학교도 힘을 모은다.
모든 것이 어우러진 가운데 아산설화고등학교 요리연구 동아리 구성원들은 매주 저마다의 꿈을 요리하고 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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