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의 구이생각

‘생선구이’ 반찬에서 요리로 진화하다

비린내 싸악 가시고 담백한 맛만 남아

지역내일 2012-11-21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고소한 생선구이 냄새에 이끌려 발길이 저절로 향한 곳에 ‘이정은의 구이생각’이 있었다. 고잔 신도시 메가박스 건너편. ‘분명 며칠 전까지 없던 가게인데 새로 오픈했나’라며 선뜻 문을 열고 들어서지 못했는데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온 손님들이 제법 있다.
용기를 내 들어선 가게 안은 여느 생선구이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넓은 홀 한 켠에 한식 뷔페 상차림이 줄지어 있고 주방에서는 자글자글 생선 굽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솔솔 새어나오고 있다.
큼지막하게 붙여진 상차림을 보니 점심으로 한식뷔페 이용요금은 5000원. 생선구이를 먹고 싶으면 구이요리를 추가주문하면 된다. 한국인의 국민생선 고등어, 삼치, 꽁치 구이는 3000원씩. 점심시간에는 런치세트가 5000원이다. 1인당 밥값을 계산해 보니 꽤 저렴한 편이다.


일단 런치세트를 주문하고 한식뷔페 코너로 향했다. 잡곡밥과 보리밥, 흰밥, 볶음밥 등 밥 4종류 죽 2종류. 각종 나물 무침과 제육볶음 등 맛깔스런 밑반찬과 국이 15가지나 준비돼 있다. 한식 뷔페 만으로도 한 끼 든든한 식사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여기 들어온 이상 고소한 냄새의 주인공 생선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주문한 생선구이 요리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한 젓가락 떼어냈다. 대표적인 국민생선 고등어부터.
‘고등어를 어떻게 했길래 이런 맛이 날까?’ 일반적으로 먹던 간이 강한 염장고등어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간은 강하지 않은데 비린 맛이 전혀 없고 부드럽게 잘라지는 고등어 살은 입안에서 녹는 듯 사라진다. 기름기가 많은 고등어와 달리 삼치 구이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생선구이와 밑반찬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한식뷔페와 생선구이라는 기막힌 조합을 생각해 낸 주인공이 궁금해졌다. 한가한 틈을 타서 양영복 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중앙동 중심상가에서 8년 동안 생선구이 전문점 ‘어굼터’를 운영했던 그는 며칠 전 고잔 신도시로 자리를 옮겨 ‘이정은의 구이생각’을 열었다. 간판에 걸린 ‘이정은’은 주방에서 음식 맛을 책임지고 있는 아내의 이름이다.
“생선구이는 원래 한식의 일부였다. 한식 코스 중 하나였던 생선을 좀 더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식사코스인 뷔페와 특별 요리로 생선을 선택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양영복 사장.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한식뷔페만 이용하고 다양한 생선을 먹고 싶은 사람들은 매일매일 다른 생선구이 요리를 선택해 맛 볼 수 있다.
그가 이처럼 생선구이를 반찬이 아닌 요리로 개발해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쌓아온 그만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가 남들과 다른 장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생선구이 식당을 운영하기 전 수산물 도매시장 도매인을 했던 경력 덕분이다. 수산물 도매인을 했기 때문에 싱싱한 재료를 값싸게 구입하는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오오랜기간 맛을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는 것. 특히 고등어는 부드럽고 기름기가 많은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사용하는데 단골 수입업자를 통해 최상품의 고등어를 공급받는다. 노르웨이 연안의 차가운 바다에서 서식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지방층이 두꺼워 몸에 좋은 오메가-3 합량이 높고 육즙이 풍부해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두 번째는 8년간 ‘어굼터’를 운영 하면서 쌓은 생선구이 비법이다.
맛있는 생선구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싱싱한 재료와 함께 비린 맛을 제거하고 맛을 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양영복 사장은 싱싱한 생선을 손질한 후 특별히 제조한 소스에 3일간 저온 숙성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생선의 비린 맛은 제거되고 생선 특유의 맛은 살아나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생선구이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점심은 뭐 먹지’할 때 생선이 떠오르거나 모처럼 가족과 함께 생선 먹고 싶지만 집안에 풍길 생선 냄새 때문에 걱정이라면 ‘이정은의 구이생각’을 찾아가 보자. 다양한 생선요리를 값싸게 또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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