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전국시니어대회 우승자 배출한 문촌7단지테니스회
“코트에 서면 근심 다 잊어요”
골프에 밀려 주춤해졌다지만 테니스는 여전히 인기 스포츠다. 상대방과 호흡을 맞춰 쳐야 하는 만큼 매너가 중시되기 때문에 ‘신사적인 스포츠’로 불린다.
일산에도 테니스장을 갖춘 아파트단지가 많다. 주엽동에는 문촌마을 7단지에 테니스장이 있다. 15년 째 시원스런 공 소리가 멈추지 않는 그곳으로 찾아가 보았다.
짧은 시간에 땀 흠뻑
맑은 가을하늘 아래 잘 닦여진 흙 코트 위에서 문촌7단지테니스회 회원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씨, 30분가량 게임을 뛴 이들은 실내에 들어가기 답답할 만큼 땀을 흘렸다. 좁은 코트를 누비며 공을 쳐야 하는 테니스는 이처럼 시간 대비 운동량이 많다.
김현영 씨도 막 운동을 마친 후 코트에 앉아 몸을 식히고 있었다. 그는 1966년에 ‘연식정구’를 배웠고 66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활기 넘치게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제 나이 되면 친구들이 자꾸 줄어요. 젊은 사람들하고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이 운동하는 거예요. 테니스는 집 근처에 있어서 좋고 반나절만 쳐도 운동량이 충분해요. 대인 관계나 건강 증진에서 다 좋습니다. 한 달에 회비 2만 원만 내면 한 달 내내 칠 수 있어요.”
입회 조건은 겸손
문촌7단지테니스회는 평균 연령이 40대 후반이다. 가장 어린 회원이 42세로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회원들은 “요새 젊은 층이 테니스를 즐기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중장년층이 많은 만큼 매너를 중시해 분위기가 좋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겸손하지 않으면 가입을 받아주지 않을 정도다. 레슨을 받지 않으면 입회가 불가능한 클럽도 있다지만 문촌7단지테니스회 입회 조건은 오로지 ‘겸손’ 하나다. 역정을 겪고 안정적인 기반을 다진 인생 선배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멘토를 필요로 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모임이기도 하다.
젊을 때 배워 평생 치는 테니스
테니스는 짧은 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순발력에 지구력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라켓으로 치기 때문에 격렬한 몸싸움이 없어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뛰면서 운동하다 보면 어린이의 뼈를 강하게 해주고 성인은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상대 선수가 치는 공이 어디로 날아갈지 보고 방향을 가늠해 발을 움직여 적당한 타이밍에 손으로 쳐내다 보면 손과 발, 눈 등 신체의 협응이 좋아진다.
기술이 쉽지 않아 실력이 잘 늘지 않는 면이 있지만 한 번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어린 시절에 배워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 즐기는 테니스 동호인이 많다.
최남수 씨도 그런 이 중 하나다. 그는 중학교 2학년이던 1976년에 처음 테니스를 접했다. 대학 때는 테니스장 사장집의 아들에게 과외 공부를 가르쳐 주면서 마음껏 칠 수 있었다.
“골프도 하고 운동을 많이 하는데 테니스가 가장 좋아요. 몸으로 뛰어 다니니까 진짜 운동이 돼요.”
테니스는 삶의 즐거움
테니스가 쉬운 운동은 아니다. 최남수 씨는 “나야 실력이 떨어져도 그냥 쳤지만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문촌7단지테니스회에 그런 말은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유대관계가 좋은 사람들을 우선으로 뽑으며 원할 경우 레슨을 받도록 한다. 레슨은 스스로 원해서 할 때 가장 실력이 빨리 늘기 때문이다.
2012 전국시니어대회에서 우승한 강숙자 씨는 2년 동안 레슨을 받았다.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건강 때문이다. 시간을 정해 레슨을 받으면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몸에 배어서 65세의 나이지만 발도 빠르고 잘 치는 선수로 전국 대회에 추천받아 큰 상을 받았다.
요즘 추세는 바닥이 딱딱한 하드코트다. 문촌7단지테니스회는 흔치 않은 흙바닥, 클레이코트다. 관리는 쉽지 않지만 많이 뛰어도 관절을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객토할 때 들어간 비용은 테니스회에서 모두 부담할 만큼 회원들의 사랑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김정숙 씨는 “테니스를 하러 코트에 나오면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다 잊는다”며 웃었다.
“테니스 하면 항상 즐거워요. 저의 즐거움이고 또 다른 삶이죠.”
문의 010-3760-4450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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