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예공방 ‘모루아트 ’ 박종남 작가

지역내일 2012-11-16


‘나의 작업실’은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프로페셔널한 작가의 아틀리에 뿐 아니라 작업실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작은 공간이지만 남다른 감각과 솜씨가 배어있는 공간까지...공간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나만의 공간, 나만의 작업실에서 창작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나의 작업실
금속공예공방 ‘모루아트 ’ 박종남 작가
강렬하지만 때론 부드럽고 섬세한 매력에 빠지다
!!


  
  국립암센터 맞은 편 정발산동 낮은 주택가 골목은 숨어있는 작가들의 공방이 많은 곳. 느릿느릿 걷다보면 보물찾기 하듯 의외의 예쁜 공간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성교회 사이 길에 위치한 금속공예공방 ‘모루아트’도 바로 그런 곳. 갤러리처럼 모던하고 예쁜 공간에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금속 장신구들이 진열되어 있는 이곳은 박종남 작가의 작업실이자 샵 공간. 금속의 단조와 열풀림에 따라 차갑고 단단한 금속이 부드럽고 섬세한 공예 작품으로 탄생하는 기쁨, 부드러움과 차가움의 매력에 푹 빠져 사는 박종남 작가를 만났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미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금속공예의 길
 
     ‘모루아트’의 문을 열자 주인장을 닮은 듯, 간결하고 절제된 조형미가 돋보이는 장신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나가다 이색적(?)으로 보이니까 쇼윈도우를 들여다보기는 하는데 갤러리인가 싶어 선뜻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는 많지 않아 아쉽다”고 웃는 박종남 작가. 그가 금속공예가의 길을 걷게 된 동기는 조금 색다르다.
강릉에서 여고를 졸업한 작가는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서울에서 디자인 관련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당시 유행하던 스테인드글라스 회사로 옮기게 된 것이 금속공예가의 길로 접어들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카페나 대기업, 교회나 성당의 벽면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하는 것이 유행했는데 다니던 회사는 스테인드글라스 대형 프로젝트를 맡아 하던 회사였어요. 원래 미적인 호기심이 강하고 좀 소질도 있는 편이라 책임을 맡고 능력도 인정받았었죠. 그런데 회사 대표가 거래처에 저를 소개할 때 어떨 때는 E여대를 나왔다, 또 어느 때는 H대 미대를 나왔다 그러는거에요. 그때까진 대학을 꼭 가야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끼다가 그때 아 대학을 가긴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래서 그는 1992년 서울여자대학교 공예학과를 졸업하게 된다.
사실 그의 모든 작업은 호기심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형화되고 틀에 박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알고 싶은 것에 대한 궁금증은 꼭 풀고 가야 하는 호기심은 그를 다양한 방면의 미술적 작업에 몰입하게 했다. 아이들 옷과 자신의 옷 그리고 집안의 패브릭은 모두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냈고, 비즈공예에 빠져 기능미를 넘어 회화적인 아름다움까지 더한 작품을 만들곤 했다.
비즈공예를 해도 남들과 같은 것을 만들진 않았던, 그의 숨길 수 없는 손재주와 끼의 드러남은 그를 우연한 기회에 금속공예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모루아트 서랍장 안에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비즈목걸이는 수천 개의 작고 섬세한 비즈를 엮어 만든 형태미가 모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문제는 목걸이를 끼우는 부속인 고리였어요. 목걸이는 만족할 만한 형태미를 갖추었는데 고리가 너무 싼 티(?)가 나 격이 떨어진다고 할까. 마땅한 부속을 찾아 동대문, 남대문 시장을 뒤졌지만 조악한 품질의 중국산이 대부분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러던 차 마침 집 가까운 곳에 금속공예로 유명한 대학 교수의 개인 작업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목걸이 고리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던 작업이 그에게 금속의 매력의 푹 빠지게 만든 계기가 됐다.


-처음 시작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새로운 작품구상에 늘 설레어
      
  “정말 열심히 빠졌던 것 같아요. 고맙게도 교수님이 일주일에 한번 씩 강습을 해주셨지만 작업은 일주일 내내 했어요. 교수님이 낮 시간에는 강의를 나가시는 바람에 작업실이 비어있던 덕을 많이 봤지요.” 작가는 대학을 갔던 것이나 금속공예를 하게 된 것 모두 타인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다 싶으면 해내고야 마는 자존의식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금속공예의 매력에 푹 빠져 다양한 작업에 몰두하던 그는 또 한 번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 아이가 고3이 되던 해 금속공예를 더 전문적으로 배우겠다며 유학을 결심했던 것. “대학에 입학하면 제 손길이 그렇게 필요치 않겠다 싶었고, 아이에게 넌 여기서 대학을 다니고 난 유학을 가겠다 선언했죠. 그랬더니 마침 아이도 미술관련 전공을 하려고 했던 참이라 같이 유학을 떠나자 하더군요. 아이가 5살 무렵부터 영어공부를 꾸준히 한 덕분에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이태리 IED Jewelry Design School로 제가 먼저 떠났고 아이는 일 년 후 이태리로 왔어요.” 무엇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그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고, 가고 싶은 길이 있으면 가는 도전정신이 오늘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영어를 꾸준히 공부했다고는 해도 처음 이태리 학교에서 시작한 수업은 난항이었다. 귀에 하나도 들어오는 것이 없고, 또 하나하나 그림을 그리던 디자인 도안 작업도 듣도 보도 못했던 CAD 작업을 통해 이뤄져 좌충우돌 어느 것부터 해결해야 할 지 난감했다. 나이도 제일 많고 언어도 능통하지 않은 그가 당당히 졸업장을 쥐기까지 상상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털어 놓는다.


-‘모루아트’가 생활 속 금속공예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처음 시작할 때의 두려움은 많이 사라졌지요. 금속공예는 쉽지 않은 작업이에요. 강하고 날카로운 금속에 열을 가하고 구부리고 늘이고 또 두드리기를 수없이 반복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 수 천 수만 번 손길이 닿아야 하는 인고의 작업이지요.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은 늘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3년 전 작업실 겸 숍 공간으로 ‘모루아트’의 문을 연 그는 아직 금속공예의 대중화의 길은 멀다고 말한다. “갤러리가 아니냐고 하는가 하면 또 지레 고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다”는 그는 많은 이들이 보다 더 친근하게 소장품으로, 또 장신구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20만원 내외의 작품을 주로 만들고 판매하고 있다.
어쩌면 편한 길을 놔두고 험한 길을 지금 가고 있는 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작업을 하는 동안은 더 없이 행복하다는 그. 오늘도 모루 앞에 앉은 그는 자연원석이 가진 멋을 거스르지 않고, 재료가 가진 자체의 느낌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모루아트’에서는 현재 20% 할인이벤트를 진행 중이며 취미반, 전문반, 일일클래스 등 수강도 가능하다. 문의 010-7730-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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