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해진 날씨 탓에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구수한 음식에 자꾸 눈길이 간다. ‘제철 먹거리는 잘 지은 보약 한 첩에 버금 간다’고 했다. 요즘 제철 음식 중 하나가 시래기다. 과거 먹을 것 없어 궁여지책으로 먹었던 시래기가 세월이 지나면서 웰빙 식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건강식품으로 소문, 몸값 비싸진 시래기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건너편에 위치한 시래옥은 시래기를 테마로 고향의 구수한 맛을 살린 음식들을 선보여 맛 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메뉴는 단출하다. 시래기 생불고기, 갈비찜, 차돌박이 구이와 야채무침, 시래기 정식. 모든 메뉴에는 감초처럼 시래기가 푸짐하게 곁들여진다.
푸른 무청을 새끼줄 등에 엮어 겨우내 말린 것이 시래기다. 옛 조상들은 야채를 어떻게 하면 겨울철 내내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아이디어를 낸 것이 바로 건조 방식이었다. 말려놓으면 부피가 줄고 오래 보관해 두었다가 먹을 수도 있다. 특히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이 20~50% 정도 줄면서 다른 영양성분이 농축돼 영양가가 높다.
시래기와 생고기의 찰떡 궁합
비타민, 무기질, 미네랄, 칼슘이 풍부한데다 체지방을 연소시키는 비타민C 함유량이 배추, 무 보다 많으면서 열량은 낮아 다이어트식으로 제격이다. 또한 식이섬유로 이뤄져 있어 위, 장에 좋고 변비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이처럼 시래기가 건강식품으로 각광 받으면서 몸값이 귀해졌다. 시래옥에서 선보이는 시래기는 질깃한 맛이 없고 씹는 맛이 한결 부드럽다. 주인장은 전국을 돌며 발품 팔아 찾은 충청도의 한 시래기 전문 농장에서 공수해온 것만 쓴다. 시래기 맛에 매료되어 따로 판매도 하는지 넌지시 묻자 음식점에서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물량이 달린다고 종업원이 에둘러 거절한다.
이집의 인기 메뉴는 시래기 불고기. 구리로 만든 고기 불판을 불에 달군 다음 황태, 사과, 키위 등 과실을 넣어 만든 불고기 육수를 먼저 붓는다. 팔팔 끓는 육수에 시래기를 자작하게 넣고 익히며 생고기는 육수에 살짝 적힌 후 구워 먹으면 된다. 고기는 양념이 되지 않은 샤브샤브용 생고기를 사용해 금방 익으며 육질 또한 부드럽다. 식성에 따라 메밀 냉면 사리를 추가해 끓는 육수에 말아먹어도 좋다.
양념간장에 비벼먹는 시래기밥 별미
시래기밥도 이곳의 별미. 갓지어 나온 밥에는 잘게 다진 시래기가 그득하다. 들기름에 달달 볶다 육수를 부어 압력솥에 밥을 짓는데 시래기가 천연 양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밥맛이 구수하다. 대접에 넉넉히 나오는 시래기 밥에 양념 간장을 넣고 쓱쓱 비벼먹으면 된다. 건강식으로 즐겨먹는 곤드레 밥과는 또 다른 풍미가 느껴진다. 고기를 주문한 손님에게는 시래기 밥이 할인된 가격에 서비스된다. 시래기 밥을 좋아하는 손님은 주문할 때 미리 이야기 하면 양이 넉넉하게 나온다.
시래기 정식을 주문하면 고등어조림이 푸짐하게 곁들여져 나온다. 고등어에 된장과 고춧가루로 양념한 뒤 시래기와 무를 양껏 넣어 넓적한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나오는데 얼큰하게 양념이 밴 시래기와 적당히 잘 익은 무가 입맛을 당긴다.
함께 나오는 밑반찬도 정갈하다. 매콤새콤한 치커리 겉절이는 바로바로 무쳐서 손님상에 오르기 때문에 한결 맛깔스럽다. 무생채와 열무김치도 간이 잘 맞고 신선하다. 시래기 나물, 말린 가지 볶음, 두부 조림, 깻잎 장아찌, 계란찜 맛도 깔끔하다. 구수하게 끓여 나오는 된장 찌게도 입맛에 잘 맞는다.
밝은 색상의 원목으로 꾸며 내추럴한 분위기가 느껴지며 실내 인테리어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테이블과 좌식을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편한 좌석을 선택하면 된다. 종업원들도 밑반찬 리필을 바로바로 해주는 등 전반적으로 친절한 편이다. 식사 후에는 소화도 시킬 겸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길 건너 올림픽공원을 산택하는 것도 좋다.
위치 :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건너편. 탐앤탐스 커피숍 옆.
(주소) 송파구 방이동 177-6
주차 : 발fp파킹 가능
메뉴 : 시래기 불고기(1인분) 1만8000원, 시래기 나물밥 8500원,
시래기 갈비찜(중) 4만5000원, 시래기 정식 1만2500원
운영 시간 : 오전 11시30분 ~ 오후 9시20분
문의 : (02) 416-1288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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