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 자리 잡은 영동일고(교장 권용란).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근사한 학교 정문을 들어서자 도서실, 카페테리아, 원형극장, 기숙사 등 현대적인 학교 시설이 눈길을 끈다. 몇 년 전부터 실험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덕분에 진학률이 상승세를 타며 잠실 지역 인기 고교로 부상하고 있는 영동일고를 속속들이 들여다보았다.
점심시간 고3 교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부족한 과목을 공부하고 있다. 점심 자투리 시간 30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담임 교사들은 공부 분위기를 다잡으며 학생들을 격려한다. 최근 도입한 영동일고의 봄방학 특별 프로그램은 성적 향상에 효과를 거두며 호응을 얻고 있다. 고3을 앞두고 우왕좌왕하기 쉬운 2월에 예비 고3생 전원이 등교, 별도로 제작된 3년간의 기출 문제집을 풀어보며 수능 시험 유형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이 기간 중에 담임교사들은 학생과 1:1 면담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특성, 진로, 고민 등을 파악하며 진학 관련 조언도 해준다. 이 같은 봄방학 프로그램은 3월 모의고사 성적 향상과 직결, 학생들이 수능준비에 자신감을 갖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꼼꼼한 데이터 분석으로 교과 편성
매번 모의고사를 치른 후에 진학부에서는 모든 학생들의 성적 분포도, 과목별 취약 단원 등을 면밀히 분석해 담당 교과 교사들과 자료를 공유하며 수업 내용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정기 간담회,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건의 사항을 수집한다. 방과후 프로그램은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등 수준별로 다양하게 편성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영동일고는 수리영역 최우수 학생이 전국 평균보다 많다. 2010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영재학급 운영학교로 지정된 후 수학, 과학 성적이 우수하고 창의성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해 영재수업을 진행 중이다.
자기주도학습 돕기 위해 기숙사 운영
인문계고 가운데는 드물게 학교 내에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공교육에서 자기주도학습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보자며 교사들의 아이디어를 내 2011년 오픈했다. 남녀학생 60명 정원, 4인1실로 운영 중이며 사감교사 1명이 24시간 상주한다. 기숙사생 전용 도서관도 갖추고 있으며 별도의 전담 교사팀이 수시로 학생들과 담하며 공부를 돌봐주고 있다. 기숙사생 선발은 희망 학생 가운데 성적, 학업계획서, 교사 추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면접을 통해 결정한다.
진로 상담교사들은 학생들과 수시로 면담을 하며 수시전형, 입학사정관제, 정시지원 등 다양한 대입 제도 가운데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전형방법을 가이드하며 필요한 포트폴리오 준비법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
입시에서 구술면접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학생들이 면접을 준비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이런 점에 착안, 올해부터 고3 학생들을 위한 실전면접 대비반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진학담당교사, 탐구영역교사 등 교사 3인이 한 팀을 이뤄 학생 개개인의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전공적합도 관련 예상 질문 리스트를 뽑아 모의 면접을 실시하며 답변 내용을 코칭해 준다. 전 과정은 동영상으로 촬영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20명의 교사가 참여해 집중적으로 면접 훈련을 시킨 덕분에 올해 수시전형 구술면접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학생들은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융합교육 통해 학생 진로 설계 도움
대학별 수시전형 확대,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대학입시가 복잡해지면서 고1 때부터 체계적인 입시 준비는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입시 흐름을 면밀히 분석,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달라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다. 영동일고에서는 강남, 송파, 강동권 8개 주요 고교와 연합, 각 학교별 입시 자료를 공유하는 한편 서울시교육청 진학지도지원단과 협업, 진학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발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내 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독서토론광장, 독서퀴즈, 영어말하기 대회, 영어 어휘력과 에세이 경시대회, 프로젝트 학습 발표대회, 자기주도 탐구 학습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끼리 모둠을 구성, 1년간 관심 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는 프로젝트 학습은 호응이 높다. 지난해의 경우 한옥이 현대 건축에 적용된 사례, 독도 문제와 한국의 대응 등 고교생의 참신한 시각이 담긴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융합교육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어, 영어, 사회, 과학, 창의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한 가지 주제를 정해 팀별로 토론하며 그 결과물을 UCC로 완성해 보는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처럼 학생 스스로 관심 주제를 선정해 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실시함으로써 학생들의 미래 진로 설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영동일고 진학률은 매년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2학년도는 서울대 8명, 연세대 16명, 고려대 17명, 서강대 6명, 성균관대 11명, 한양대 12명, 의학계열 4명이 합격했으며 2011년 서울대 6명, 연세대 17명, 고려대 9명, 서강대 4명, 성균관대 10명, 의학계열 3명이 주요 대학에 진학했다.
학부모 대상 설명회도 연중 실시하고 있다. 최근 입시 데이터와 합격 사례를 중심으로 한 진학설명회는 1년 5회 개최하며 직장인 부모를 위해 저녁 시간대 설명회도 따로 열고 있다. 또한 복잡한 입시 전형을 10회에 걸쳐 알기 쉽게 설명하는 학부모를 위한 사임당교실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진학부장 서종원 교사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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