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정신력과 강심장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남자로 태어나면 누구나 가야하는 군대, 결혼한 여자라면 누구나 겪는 시집살이, 마지막으로 누구나 최소 한번은 보는 시험 수능 때문이다. 우스갯소리겠지만 고개가 끄덕여진다. 11월 8일 수능이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수능 시험 한번으로 초중고 12년 넘게 공들여 온 자녀들의 교육적 성과가 드러나니 수험생을 둔 가족 뿐 아니라 온 나라가 들썩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험생들이 고사장에서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르는 시간, 부모들도 타들어 가는 입술로 온 마음을 다해 자녀의 합격을 간절히 기원한다. 수험생 한명으로 집안 분위기는 전시상황이 되고 엄마들은 내내 좌불안석이다. 힐링 열풍 속에서 불교, 개신교, 천주교 각각의 종교 속에서 힐링을 찾는 수험생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백일기도 하며 마음을 추스려요
불광사(석촌동)에서 11월 7일이면 끝나는 백일기도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여중이라는 한 수험생 엄마는 “재수생 아들이 꼭두새벽에 나가서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새벽 1시가 넘어 들어오니 얼굴도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행여 조바심을 보이거나 잔소리를 할까봐 조심해요. 백일기도하면서 제 마음을 추스르고 그 에너지로 아들을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며 담담한 심정을 나타냈다. 11월 3일엔 오후1시부터 4시까지 삼천배가 있다. 11월 8일 수능 당일엔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기도회가 수능 시험 시간표에 맞춰 이뤄진다. 꼭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맑은 목탁소리와 독경소리로 심신의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즉문즉설 법회로 유명한 법륜스님이 법회에서 한 말이 있다. “기도할 때에는 ‘뭐 해주세요’ 하는 내 욕심을 붙이면 안 된다. 욕심을 내려놓고 맑은 정신 밝은 눈으로 기도하면 그 기도는 영험이 있다. 원의 성취가 더 쉽고 빠르게 이루어진다. 기도를 거지가 푼돈 구걸하듯 하지 말아야 한다. 큰 원을 세우고 그 원이 성취되는 기도를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바람직한 기도이다." 우리의 기도가 자칫 기복신앙으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경고다.
엄마가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수능기도회가 기복적이거나 출세 지향적이라며 교회 내부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별도로 준비하지 않는 교회가 많다. 자녀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기도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수능기도회는 그 기도의 내용과 방향이 기독교적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 때문이다. 따라서 수험생을 위한 기도회는 교회마다 진행여부가 다르다. 수험생 딸을 위해 두 달째 동네교회 5시 30분 새벽예배에 나간다는 한 수험생 엄마는 “큰 아이 입시를 한번 치루고 깨달은 게 걱정하고 염려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말씀과 기도 속에서 많은 상처가 치유되고 그 힘으로 딸아이 아침도 정성스레 챙겨주고, 격려의 말도 해줍니다. 어차피 시험결과도 제가 아니라 딸아이가 받아들이고 헤쳐 나갈 몫이잖아요. 제가 흔들리지 말아야 저희 딸을 붙잡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라며 나름의 노하우를 귀띔했다.
결국 엄마가 치유되는 기도
<수험생을 위한 100일 기도서>와 묵주를 든 엄마들은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기도서를 읽어 내려갔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의 한 성당에서도 엄마들의 마음은 매한가지다. 매일 9시에 기도회에 참석한지 80일째 된다는 한 수험생 엄마는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성당에 수험생 딸을 위해 다시 나간 경우다. “얼마 전까지 성적 때문에 딸과 많이 싸웠어요. 다른 사람한테 함부로 의논도 못 하구요. 아침에 다투고 학교에 보낸 날은 기도하면서 눈물 흘리고 후회를 해요. 아이를 위해 기도하지만 결국 제가 치유되는 느낌 이예요”라며 수험생 엄마의 고충을 얘기했다. 기도서에 있는 수험생을 위한 기도를 살펴보면 <...노고와 땀이 없는 결과를 바라기 보다는 애써 노력한 만큼 거두려는 마음을 갖게 하소서. 또한 양심에 따라 시험에 임하게 하시고 당황하거나 실수하지 않게 하소서. 나아가 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마음이 다치거나 믿음이 흔들리는 일이 없게 하소서...>라며 노력한 만큼 얻게 되는 결과를 강조하고 있다.
종교가 있건 없건 수험생을 둔 부모의 마음은 답답하고 절박하다. 입시라는 성장통을 겪으며 훌쩍 클 자녀를 끌어안을 수 있도록 엄마들도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하겠다.
공경아리포터 kakong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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