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 아인슈타인, 처칠, 피카소처럼 한 시대를 쥐락펴락했던 위인들의 공통점은 난독증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난독증은 지능이 떨어지는 건 아닌데 책을 읽어도 내용 이해를 잘 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며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말한다.
문장 이해 잘못하고 말귀 어두우면 의심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난독증을 연구에 노력을 기울였던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난독증 연구가 뒤늦게 이뤄진 가장 큰 이유는 소리문자인 한글의 우수함과 장점 때문이다. 영어는 철자와 발음이 1:1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난독증이 있으면 어린 시절에 빨리 발견된다. 반면에 한글은 소리 나는 대로 쓰는 문자라 난독증이 있더라도 어눌하게는 읽을 수는 있으며 글을 전혀 못 읽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증세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난독증은 독서분열증이나 어맹증처럼 ‘읽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가지’를 ‘가리’로 발음하는 등 제대로 글자를 인식하지 못하고 더듬거리거나 개별 낱말에만 집중해 전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 시각적 난독증으로 유창하게 소리 내어 읽지 못하고 이해력이 또래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다. 한글을 힘들게 익히며 받아쓰기가 서툴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책읽기를 어려워한다. 둘째 청각적 난독증은 다른 사람의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 자꾸 되묻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하다. 마지막으로 운동표현력 난독증은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말이 어눌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 또한 신체 리듬감이 부족하고 세밀한 동작을 어려워하며 행동이 굼뜨다.
뇌 정보처리과정 문제로 난독증 발생
“난독증이 의심된다며 대학생이나 직장인 등 성인이 돼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독해력이 떨어지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도 이해가 잘 안 돼 사회생활이 곤란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하지요. 난독증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이분들의 초중고 시절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자신감이 부족해 학교생활이 힘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우식 더 브레인 두뇌학습클리닉 잠실점 원장의 설명이다.
교과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기초학력 미달 학생 5만6000명을 대상으로 학습 부진 원인을 조사해본 결과 1만1000여명(19.6%)이 난독증, 정서불안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학생 중 30% 이상이 난독증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난독증은 지능이나 심리적인 부분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뇌의 정보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즉 글을 읽고 소리로 바꾸는 능력과 귀로 들은 소리를 단어로 바꾸는 과정이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뇌의 여러 기관이 ‘협응’하지 못하고 특히 소뇌와 연결되어 있는 귀의 전정기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은 꾸준한 치료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고 조기에 발견할수록 호전되는 속도가 빠르다.
조기 발견과 치료로 정상 생활 가능
“머리가 좋은 아이들 중에는 글자의 ‘의미’가 아니라 ‘시각적 형상’을 무조건 외우기 때문에 난독증인 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어요. 때문에 아이의 눈동자 움직임 등 시지각 능력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한편 심리 검사, 신경학적 검사, 주의력 검사, 언어능력 검사, 독서능력 검사 등을 다각도로 실시한 다음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가 진행됩니다.” 박 원장의 설명이다.
더 브레인 두뇌학습클리닉에서는 다양한 장비와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난독증을 치료하고 있다. 눈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안구 운동과 시각적인 정보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시지각 훈련, 경청 능력을 높여주는 청지각훈련, 감각운동통합치료, 뉴로 피드백처럼 실시간으로 본인의 뇌파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며 집중력을 높이고 뇌를 자극하는 여러 가지 훈련을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진행한다.
“12살 여학생인데 읽기 능력이 초1 수준이었어요. 행동도 굼뜨고 사회성이 떨어지며 많이 위축되었어요. 지능 검사를 해보니 상당히 높게 나오더군요.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읽기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죠. 난독증이 치료된 지금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요. 무엇보다 일상 생활에서 자신감이 생겼지요.” 박 원장이 치료 사례를 들려준다.
자녀가 공부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난독증 때문에 ‘못하는 것’일 수도 있는 만큼 자가 진단을 통해 면밀히 관찰하는 한편 전문가의 적절한 도움을 얻는 것이 좋다.
난독증 체크 리스트
·‘ㄱ, ㄴ’ 또는 ‘6, 9’ 등 대칭되는 글자나 ‘가지, 가기’와 같은 모양이 비슷한 글자가
헷갈린다.
·베껴 쓰기가 서툴고 받아쓰기를 잘 못한다.
·책읽기 속도 느리거나 잘 틀리고 리듬감이 부족하며 발음이 부정확하다.
·한글 배우는 것이 늦고 책을 읽고 나서 내용 이해력이 부족하다.
·말귀가 어둡고 동문서답을 하거나 되묻기를 한다.
·좌우가 헷갈리거나 방향감각이 떨어진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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