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체험학습-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

지역내일 2012-11-12 (수정 2012-11-12 오후 11:26:56)

강추! 체험학습-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


바위에 새긴 선사시대인들의 꿈
신비한 선사시대로의 특별한 시간 여행



“엄마,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고래를 잡았어요?”
“바위에 어떻게 그림을 그려 새겼을까요?”
반구대 암각화를 보기 위해 대곡천 옆 숲길을 걸어가며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나도 궁금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 최대·최고의 포경유적, 선사시대 해양문화를 담고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곡천 너머 반구대 암각화를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대곡천의 원시적인 비경과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싸인 암각화 

‘반구대’란 이름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산세가 마치 거북이가 엎드린 모습을 닮아 생긴 이름이다.
우리는 신기한 고대 유물을 발굴하러 가는 고고학자처럼 들떠 있었다.
암각화의 신비를 품은 대곡천은 태고적 원시적인 비경을 간직한 채 햇살에 반짝이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그 옛날도 그러했으리라.
십 수년 전 이 곳을 처음 찾았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먼 과거로 온 듯 신비로웠다. 사람의 발길과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갈대숲은 우거지고 고즈넉했다. 십 수년 세월동안 지형도 많이 변해 있었다.
예전의 신비로운 감흥과 설레임은 없었지만 대곡천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가을빛이 물든 숲속 길은 풍요롭고 햇살은 따스했다. 정몽주가 잠시 은둔한 집청전, 지의각 등도 만날 수 있었다.



반구대 암각화 그림들 세밀화

포경 장면, 여러 종류의 동물, 그물과 울타리 등 도구 그림 새겨져 있어


1.2km 거리를 20분 정도 걸으니 대곡천 너머 암각화 층암이 병풍처럼 우리를 반겼다.
아이들은 암각화를 찾느라 망원경에서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1년 중 갈수기인 11월~5월까지 중에서도 2~3개월 정도만 수면 위로 드러난다. 지난 주말 그 곳을 찾았을 때는 안타깝게도 암각화가 수면 아래 잠겨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저쪽이 고래 그림 같다느니 이쪽이 사슴 그림 같다느니 하며 저만의 상상 속 암각화를 그려 찾고 있었다. 언젠가 숲 곳곳에 버려진 듯 무심히 놓여 있는 석불들이 즐비한 운주사에 갔다 돌아오는 길이 생각났다. 먼 산 바위 들이 모두 불상처럼 보이던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국보 제 285호인 반구대에서는 모두 296점의 그림이 발견됐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포경장면, 수렵 생활하는 모습과 사슴, 여우, 멧돼지, 거북, 늑대 등 여러 종류의 동물 바위 그림이 새겨져 있다. 고기 잡던 그물, 가축 기르던 울타리 등 도구 그림도 새겨져 있다. 높게 평가되는 작품은 58점의 고래그림. 새끼 밴 고래를 비롯해 향유고래, 흰수염고래 등 다양한 종류의 고래를 볼 수 있다. 고래사냥 기술도 묘사돼 주목받고 있다.
잡은 고래를 어떻게 분해했는지를 보여주는 고래 분해도도 새겨져 있어 무척 감탄스러웠다.
엄청난 세월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느낌과 전율이 전해져 온다. 대곡천변 어디쯤엔가 저녁 만찬을 준비하고 있는 선사시대인들을 만날 수 있을 듯 했다.



반구대 암각화 박물관 내부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각석 크기로 만든 모형물

반구대 암각화 박물관에서 배우는 다양한 암각화의 비밀


암각화를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을 반구대암각화 박물관에 들러 자세히 암각화의 이모저모를 배우며 달랠 수 있었다.
암각화 박물관은 고래의 모양을 형상화해서 친근하고도 독특했다. 1층, 2층 전시관으로 나눠지는데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전시관, 선사미술관, 체험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대 암각화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다양하게 보고 체험할 수 있어 아이들이 무척 흥미로워 했다. 특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암각화를 새기고 있는 선사시대인들의 모형이 인상적이었다.
실물 크기의 큰 층암에 새겨진 암각화 모형은 가까이서 보니 경이롭고 신성하게 느껴졌다.
선사시대인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그들의 갈망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큰 바위 벽은 하얀 캔버스처럼 창작에 대한 갈망을 불러 일으켰을 테고,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성한 종교 의식을 치르듯 경건하게 그림을 새겼을 것이다. 손 내밀면 그들의 굳은 살 박힌 따뜻한 손의 온기가 느껴질 듯 했다.



반구대 암각화 제작 모습 모형

공룡이 살던 중생대로의 시간여행 ‘천전리 각석’

차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천전리 각석 바위벽에도 다양한 그림이 새겨져 있다.
우리 아이들이 반구대 암각화 가는 길 곳곳에서 몰두했던 건 공룡 발자국 화석 찾기였다. 대곡천에는 여러 장소에서 공룡발자국화석이 많이 발견되고 보존상태도 양호하다. 공룡 발자국 화석은 약 1억 년 전의 중생대 백악기 시대에 살았던 공룡들의 것으로 보인다.
천전리 각석에서 공룡발자국 화석까지는 오솔길 따라 걸어 15분 정도 걸린다.
천전리 각석 바위그림에는 선사 시대 뿐만 아니라 신라시대 화랑들이 이곳에서 심신을 수련했던 흔적도 남아 있다. 선사인들이 남긴 신비로운 문양들과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선, 각화와 명문 등이 새겨져 있다. 이 암벽은 15도 정도 앞으로 비스듬히 서 있어 직접적인 풍화작용을 받지 않아 비교적 잘 보존 되어 있다.
천전리 각석 옆 대곡박물관에도 들러보자. 울주 대곡박물관은 대곡댐 공사로 수몰된 대곡리 일대에서 출토된 유물을 중심으로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 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고고 전문 박물관이다. 덤으로 대곡박물관 앞 논에 만들어둔 허수아비구경과 논두렁에서 메뚜기 잡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반구대 암각화에는 다양한 동물, 도구 등이 새겨져 있다


박성진 리포터 sj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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