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 진잠초등학교 5학년 3반 학생들이 나뭇잎 명함을 가슴에 올려놓고 누워 잠시 명상에 잠겼다.
11월2일 아침. 수은주가 7도에 멈췄다. 유성구 진잠초등학교 5학년3반 29명은 장태산 숲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날 숲교육을 위해 학교운동장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했던 진짜 숲으로 갔다. 아이들은 설레임과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들은 두 팀으로 나눠 숲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50년이 넘은 메타세콰이어를 껴안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간단하게 몸을 푼 아이들은 높이가 30미터가 넘는 메타세콰이어 사이로 난 스카이타워 길을 따라 전망대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틈틈이 나무 공부도 했다. 석탄기 이전에 번성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메타세콰이어 잎이 서서히 갈색으로 물드는 것을 지켜봤다. 나뭇가지와 잎이 전날 바람에 많이 떨어진 것을 보고, 바람이 불 때 자신을 버린다는 것도 알았다. 아이들은 나무처럼 내안에 많은 욕심과 불필요한 것들을 버려야 한다고 깨달았다.
나무 꼭대기만큼 높은 전망대는 바람에 흔들렸다. 아이들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민규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아이들은 출발전에 숲해설가 교사가 나눠준 나뭇잎명함에 장래희망을 담았다.
전망대에 오른 아이들은 나뭇잎 명함을 가슴에 올려놓고 누워 잠시 명상에 잠겼다. 아이들은 미래 직업을 나뭇잎 모양에 따라 창의적으로 설명하는 기발함을 보였다.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민규, 프로게이머가 꿈인 인식, 가수가 되겠다는 유정이도, 의사가 꿈인 도희도 자신의 미래 직업을 당당하게 표현했다.
5학년 3반 아이들은 친구의 직업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잠시 후 붉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에 모여든 아이들은 단풍잎을 통해 즉석에서 자기표현을 했다. 숲해설가나 담임교사는 “숲학교는 우리에게 00이다”라는 주제만 던져주고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기가 입고 있는 옷 색깔에 따라 빨강팀과 노랑팀으로 나눴다.
노랑팀은 다양한 색깔의 나뭇잎을 모아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설명에 나선 유민규군은 “우리는 처음에 각각의 색깔이었다. 여러 색깔이 모여 아름다운 무지개가 되듯이 숲교육에 참여 후 친구들은 아름다운 무지개가 되었다”며 ‘숲은 무지개’라고 설명했다.
빨강팀도 작은 나뭇가지에서 점점 굵은 나뭇가지로 길을 만들었고 붉은 하트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나운서가 꿈인 이경진양은 “5학년3반 친구들이 처음에는 약했지만, 갈수록 강해지고 모두가 친한 친구가 되는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최계영 숲 해설가는 “처음에는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자기감정을 표현하는데 자신감을 얻고 있다”며 “자연속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세상을 넓게 보는 마음이 생겨 학교생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정 양은 산림청 홈페이지를 통해 “내 감정을 더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과, 친구들에게 더 베풀고, 친구들을 배려해 주는 마음이 생겼다”며 “장태산에 다녀온 후 친구들과 더욱 사이가 좋아졌다”고 감사의 글을 올렸다.
이날 행사는 예정에 없었던 학교밖 숲 교육으로, 아이들의 희망사항을 산림청이 후원했다. 산림청은 왕복 교통편과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제공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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