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치안을 도농복합형에서 수도권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심은석(47) 세종경찰서장은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이룰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 다음달이면 국무총리실을 비롯 6개부처 4800여명의 중앙정부 공무원이 세종시로 이주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선 “지역경찰청장급 경찰서장”이라는 우스갯소리로 격려하지만 부담을 털어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심 서장은 “아직 인력이나 시설이 연기경찰서 수준이지만 의지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높다”고 자신한다. 인터뷰 내내 “세종시 경찰부터 변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세종경찰서의 인력부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황과 대책을 듣고 싶다.
국회 지적대로 경찰 증원은 불가피하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면서 인구가 3만여명 늘었지만 세종경찰서 경찰관은 20여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세종시 인구는 2012년 11월 현재 11만2334명으로 유동인구는 4만여명 정도다. 12월 중앙부처 공무원이 이주하면 인구유입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우리경찰서 경찰관은 모두 189명으로 경찰관 1인당 시민 594명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 501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건설관련 종사자나 3개 대학 학생등 유동인구를 고려하면 큰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내년도 경찰관 정원을 현재보다 52명 증원해 놓은 상태다. 경찰력이 증원되면 치안유지에는 큰 부담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세종시 출범 초기다. 가장 우려되는 범죄는 무엇인가.
세종시는 거대한 공사장이다. 고가의 건설자재와 공구 등이 쌓여있고 건설과정에 투입된 현장근로자만 2만여명이다. 절도사건이 빈발하고 있고 현장근로자끼리 서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의 대비해 현장점검을 6번 했다.
정부청사 입주하면 각종 집회시위 발생 우려도 높다. 아직도 인프라 구축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교통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 수도권 주민이 대거 이주하면 지금과는 다른 수준의 치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주해오는 공무원들은 우리 사회의 핵심 공무원이다. 그만큼 치안에 대한 기대수준도 높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도농복합형 치안에서 수도권형 치안으로 변화해야 한다. 인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도 단순히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 아니다. 높아진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이미 ‘세종시 치안주체로 자질과 역량 향상’ 등 세종경찰 7대 비전을 선정했고 주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3S(smile soft speed)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수도권 생활보다 불편함 없이 쾌적하고 조용하면서도 완벽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 다음달 정부청사가 문을 열면 당장 각종 집회시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세종청사는 개방형 건축구조물로 집회가 열릴 경우 시위대가 청사에 진입하는 게 쉽다. 특히 주 시위대상인 국토해양부나 농림부 등 부처별 대상으로 동시다발 집회가 열릴 경우 효율적인 집회관리가 어렵다.
무엇보다 정부청사 이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필요하다.
우선 효율적인 집회관리를 위해 집회가 가능한 지역에 CCTV 가로등 보안등 등을 설치해야 한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게 집회장소 마련이다. 과천정부청사는 운동장을 집회장소로 사용하고 있어 집회를 관리하는데 효율적인 관리가 되나 세종청사에는 그와 같은 집회장소가 없다. 현재 LH 소유인 일부 장소를 집회장소를 위한 운동장이나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성공적인 집회관리를 위한 신형장비 확보도 필요하다.
- 각종 건설공사로 교통이 상당히 혼잡하고 교통시설물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우리 관내에는 최근 대전시에서 산울리를 연결하는 1번국도 우회도로, 대평리에서 오송역을 연결하는 BRT도로가 개통했다. 23일에는 정부청사에서 정안나들목을 연결하는 도로를 완성한다. 그 밖에도 주요도로와 연결하는 내부도로를 신설하고 있다.
각종 교통인프라가 구축되는 과정이라 교통혼잡을 예상하는 것도 사실이다. 세종경찰서에선 주요혼잡구간에 교통경찰관을 배치, 신호기 조작을 통한 소통근무에 중점을 두고 임시도로 개설시에는 사전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운전자들이 사전에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
부족한 교통시설물은 행복청 LH 등과 협의, 과속이 예상되는 지점에는 무인단속카메라를 설치하고 세종시 관내의 특성상 안개지역이 많은 만큼 발광형표지판 등을 설치, 교통사고예방에 힘쓰겠다.
- 세종경찰서의 방향을 놓고 논란이 많다.
세종시 출범 이후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광역자치단체 출범 등으로 타 기관과의 위상을 같이 하기 위해 직급을 올리거나 광역시에 맞는 경찰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게 한꺼번에 이뤄질 수는 없다.
세종시가 정상적으로 건설되고 인구가 증가하면 이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 우선 세종시 건설지역에 1개 경찰서를 늘려야 하고 세종시 발전에 맞게 경찰청 신설 등 치안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다.
- 세종경찰서 출범 이후 노인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누구나 행복하며 잘 살 수 있는, 모두가 함께하는 명품세종시’를 만들기 위해 시인성이 뛰어난 노란색 우산 500개를 제작해 어르신들에게 나눠졌고 196개소의 사망사고 지점에 대한 시설도 개선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동기대비 노인사망자수가 50% 감소했다.
장애인들은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예산이나 제도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지역기업 지역단체들과 업무협약으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장애인 보호활동에 나서고 있다.
- 시인으로 알고 있다. 경찰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데.
노인대학이나 학교 등의 범죄예방교실에 가면 시를 낭송해준다. 치안 현장은 고단하다. 24시간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시를 읽고 쓰기 시작한 것은 각박해지는 마음을 순화시키고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주로 일상생활과 사건현장에서 느낀 소시민의 삶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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