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이 청소년의 인권을 생각하다!
‘아수나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전국 단위로 조직된 청소년인권단체이다. 그들 스스로 이루어냈으며, 여전히 그들 스스로 이루어가고 있다. 청소년의 시선으로 입시경쟁과 사교육을, 각종 규제와 학교폭력을, 청소년 언론의 자유를 바라본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이야기하고 행동하겠다는 ‘아수나로’ 고양지부 학생들을 만나봤다.
이현주 리포터 gojoow69@daum.net
“아무것도 없었어요. 우리 힘으로 해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아수나로는 2004년 말 만들어진 청소년인권단체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전국 단위의 조직을 갖춘 청소년인권단체이다. 처음 청소년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몇 명이 모여 ‘청소년인권연구포럼 아수나로’를 조직하면서 시작돼 지금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되기까지 모두 그들 손으로 직접 이루어냈다. 두발 자유를 위한 거리 캠페인, ‘파란만장 청소년인권 전국행진’, 학생인권대선에서의 청소년 참정권 보장 요구, 일제고사와 경쟁 교육에 반대하는 활동 등 지속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던 당시에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했고, 학생들을 상대로 학생인권 상황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박종하 학생(개포고 1)은 서울지부에서 활동하다가 일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2010년 8월 첫 모임을 가진 고양지부에서 3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초등학생 때 미국산 소고기 반대를 위한 촛불항쟁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아수나로에서는 3년째 활동하고 있어요.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이만큼이라도, 형식이라도 갖추게 된 것이 자랑스럽고 보람찹니다.”라고 말한다. 고양지부는 2010년 첫 모임 이후 경기학생인권조례 통과촉구 서명운동에 개인 단위로 연대해 학생인권조례 홍보 활동과 서명 운동을 했다. 2012년에는 실제 학생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학생들을 상대로 실태를 조사하고 성명서와 질의서를 작성하여 발표하고 보내는 등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다. 현재는 고양지부의 제안으로 경기학생인권조례 2주년맞이 실태조사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어요”
아수나로 고양지부 소속 김영제 학생(주엽고 3)은 1년 전쯤 아수나로 활동을 시작했다. 우연히 위키백과에서 한국에 청소년인권단체가 별로 없다는 설명과 함께 아수나로의 이름을 보게 되었고, 바로 아수나로에 가입을 했다. 그는 이후 시도교육청 산하 경기도학생참여위원회, 파주차세대위원회에서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포럼 개최와 청소년정책 감수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아수나로를 통해 오히려 활동 영역을 넓혔고,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학에서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보려고 결심했다. 그는 ‘아수나로 활동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아수나로 회원인 ‘공현(<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인권을 넘보다>의 저자)’과 ‘투명가방끈’이라는 단체에 대한 기사를 보고 가입하게 되었다는 김민주 학생(백마고 3)도, 아수나로 활동을 통해 자신이 별나지 않다는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이런저런 학교 문제에 불만이 있었지만,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았어요. 모두들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걸 보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하는 생각을 하던 중에 아수나로에 가입했어요. 아수나로 회원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누면서 보람을 느꼈고, 오히려 고3 수험생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됐어요.” 심재호 학생(대진고 1)도 “솔직히 기대했던 것보다 대단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학교와 청소년인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또 있구나 하는 위안을 얻었고, 미약하나마 활동을 통해 그게 용기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용기와 자신감이 인생의 크나큰 자산이라는 사실에 반문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은커녕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로 점점 왜소해지는 청소년들. 그러나 입시경쟁에 반대하는 아수나로 활동을 통해 오히려 학생들 스스로 해냈다는 데서 용기와 자신감을 얻고 수험생 스트레스를 덜어낸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생각으로 자연스레 사고가 확장되더군요”
“아수나로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청소년뿐 아니라 어린이, 여성, 성적 소수자, 장애인 등 점점 사회적 약자 전체로 사고가 확장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활동을 시작해 올해 대학생이 된 김종훈 학생(20세, 컴퓨터공학)의 이야기이다. 그뿐 아니라 아수나로 고양지부의 모든 회원들이 ‘사고의 확장’에 대해 입을 모았다. 김영제 학생이 사회복지학과를 지망하는 일이나 박종하 학생이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꾸는 것 등은 모두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내가 아닌 우리 모두를’ 생각하게 되는 아수나로 활동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엑소더스’ 속 청소년단체의 이름에서 빌려왔지만, 사전적으로 아수나로는 ‘측백나뭇과의 상록 교목’이란 뜻이다. 이름처럼 ‘늘 푸른 나무’로 아수나로는 계속 성장 중이다. 학교, 혹은 생활하는 곳곳에서 청소년들 자신이 청소년인권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고 노력하는 것이 아수나로의 가장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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