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감독의 유쾌한 도전, 이제 시작이에요”

지역내일 2012-11-09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주목한 저동고등학교 3학년 이주리 학생
  “10대 감독의 유쾌한 도전, 이제 시작이에요”


  
  요즘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덕분에 화려한 영상에 익숙한 청소년도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다. 특히 제2의 스필버그는 꿈꾸는 10대 감독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다투어 필름에 담아내며 꿈을 향한 무한질주를 하고 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Seoul International Youth Film Festival)에서 선전하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주리 학생도 마음을 움직이는 영상을 만드는 게 꿈이다. 역대 최다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국제영화제에서 10대다운 발랄함을 ''다큐''에 담아 당당이 본선에 오른 저동고득학교 3학년 이주리 학생을 만났다.


Q. 영상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인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A. 영화제작모임에서 만나 결혼하신 부모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즐겨봤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상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막연한 기대감으로 방송부에 들어갔고, 국장을 맡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활동했어요.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다 보니 제약이 많았고, 기대만큼 영상기술을 배울 수가 없었어요.
뜻 깊은 동아리 활동이었지만, 영상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고양영상미디어센터를 찾았어요. 2학년 여름방학 때 장비특강을 수강하면서 그간 쌓였던 갈증이 조금 해소됐어요.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겨울방학동안 한 달 넘게 진행된 <다큐멘터리 제작 워크숍>이었어요. 기획부터 완성까지,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낼 수 있게 됐죠. 이후 프리미어 영상편집 등 각종 강좌를 수강하면서 부족한 점들을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있어요.


Q.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올랐는데요. 그 때의 소감과 본인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A. 영화 꿈나무들의 축제인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아시아 유일의 국제청소년영화제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공식 지원하는 6대 영화제 중 하나죠. 그래서 본선에 진출 했을 때, ‘내가 이래도 되나, 내가 이럴만한 자격이 있을까’ 싶었어요. 처녀작인 만큼 많이 서툴고, 부족했거든요. 관객석이 꽉 찬 극장에서 제 영화가 상영되던 때가 아직도 생생해요. 정말 꿈만 같았죠. 제 작품은 전문적인 영상보다는 10대다운 풋풋한 이야기와 감성을 높이 평가해 주신 거 같아요. 돋보이는 기획력이라고나 할까요.(웃음) 같은 작품으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청소년 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했어요.


Q. 출품작 <이유 있는 열광>는 어떤 이야기인지요.
A. ''이유 있는 열광''은 제 경험에서 시작된 이야기예요. 중학교 3년 내내 빅뱅 G-드래곤의 열성팬이었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요. 사람들은 열광의 대상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든요. 지금 K-POP을 대세로 인정하면서도 정작 그들을 따르는 청소년들을 모두 사생팬으로 치부해 자극적이고, 부정적으로 대하죠.
‘이유있는 열광’도 어떤 연예인의 팬이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아닌 척하는, ‘일반인 코스프레 (일명 일코)’에 대한 이야기예요. 우리 주변에 수많은 ‘일코’들이 있음에도, 정작 이 단어의 존재도 모르고 있죠. 좋아하는 것조차 감춰야하는 10대들의 이유있는 열광을 꾸밈없이 담아내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2011년 12월부터 촬영해 올 1월에 편집까지 완성했어요. 제가 꼭 해야 했던 이야기였고, 저이기에 할 수 있었죠. 


Q. ''이유 있는 열광''을 연출하면서 힘든 일이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궁금한데요.
A. 무턱대고 찾아간 방송국에서 10대 팬들을 인터뷰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오랫동안 기다리느라 잔뜩 예민해진 그들이 처음 만난 제게 속 얘기를 할 리가 없잖아요. 처음엔 거칠게 거부하거나, 형식적인 대답만 오갔죠. 첫날 그렇게 허탕을 치고, 생각해보니 저 같아도 그럴 거 같았어요. 다음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친한 언니, 누나의 입장이 됐죠. 제 경험을 함께 나누면서 밥도 먹고, 많은 공감을 끌어냈어요. 그제야 속 깊은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순간 이런 게 ‘소통이구나’ 싶었어요. 다큐멘터리는 이렇게 어디로 튈지 몰라요. 한 소재에 대해 고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영상을 만들어나가는 모든 과정에 우여곡절이 생길 수 있죠. 그래서 모든 과정이 참 뜻 깊고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진솔하구요.


Q. 앞으로 어떤 영상을 만들고 싶은지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A. 현재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구 신문방송학과)와 영상학과에 지원했어요.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영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교양 PD가 되고 싶거든요. 10대에는 10대만의 고충을 다뤘으니, 곧 다가올 20대에는 그때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좀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예체능이 사라지는 학교교육에 대한 문제 제기와 역사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본인에게 간절한 열정이 있다면 꼭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영상은 분명 말이나 글과는 다른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고, 그런 영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일이거든요.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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