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수원, 책에 빠진 사람들

책에서 삶을 배우고, 책에서 사랑을 꿈꾸죠!

지역내일 2012-11-09 (수정 2012-11-09 오전 12:07:14)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예전에 비한다면 도서관도 많아지고, 책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났지만, 정작 책을 찾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진작부터 ‘책 속에 길이 있음’을 알고, 책을 통해 웃고 행복해하며 소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문학도시 수원, 책 읽는 수원, 그리고 책에 빠진 사람들, 주부동아리 ‘도서관 속 미술’과 김종호*이선화 가족이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미술책과 통했다, ‘도서관 속 미술’


토론 속에서 만나는 또 다른 나, 그리고 우리    
서양미술사 중에서도 인상파와 후기인상파를 조명해보는 시간, 발제자는 그간 여러 미술책을 뒤져 문서로 정리해오고, 그림 자료도 준비했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다양한 매체도 동원된다. 2시간이 너무나 짧다. 특히 지난번에 진행됐던 ‘아트&우먼’은 다들 할 말이 정말 많았다. 그야말로 열띤 토론, 그 속에서 나를 보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만난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일목요연하게 꿰진다고 할까요. 작품의 감상 포인트도 배우게 되죠.” 국어교사였던 이옥경 씨는 내공이 쌓이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문미라 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지금 동아리에서 미술의 역사와 사조를 더 깊이 배우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외로운 혼자만의 작업 속에서 ‘도서관 속 미술’은 그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달디 단 기쁨의 물 한 방울이 갈증을 해소했다.  
“미술동아리는 많지만, 미술토론을 하는 동아리는 저희가 유일해요. 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이 미술특화도서관이다 보니, ‘도서관 속 미술’동아리도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술에 관한 책도 많고, 찾는 책이 없을 땐 도서관에 구비해달라고 요청도 합니다.” 이강미 회장은 미술책을 읽을 수 있는 이런 환경이 있음에 새삼 고맙다고 했다.   
    
 
''책’이란 거룩한 부담감을 통해 성장을 꿈꾸다   
개인전, 미술대전 당선 등 각자 바쁜 행보를 이어가는 중에 동아리는 4회의 정기전을 가졌다. 올해 전시는 ‘책으로 통하다.’ 표현하고 싶은 그림도, 진리도, 삶도 모두 책에 있다. 도록 속에서 만난 ‘도서관 속 미술’은 서로 다른 책에서 똑같은 생각을 하며 합일점을 찾아가는 생각여행이었다. 그렇다면 내 삶에 책은 무엇일까, 이경옥 씨는 ‘힘의 원천, 자극제’라고 했다. 곽연희 씨에게 책은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단상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풍경, 그리고 빌려온 책을 늘 뒤적이면서 알차게 시간을 쓰고 있다는 뿌듯함, 알아가는 즐거움…, 약간의 강제성을 띤 행복한 부담감이죠.” 누군가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유명한 화가도 완전한 정답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란 걸 알았다. 삶도 다를 바 없다. 상대방의 색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관용,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유미숙 씨는 특유의 입담을 늘어놓았다. 같은 책이라도 20대와 50대에 읽었을 때 받는 감동은 다르다. 삶의 연륜이 보태지기 때문이다.
“제겐 소통의 공간이요, 풍부한 표현력의 산물이죠. 10년쯤 뒤엔 어느 누구보다도 더 성장해있는 유명작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미리 싸인 받아두세요.” 이민정 씨의 재치 있는 한마디에 좌중이 웃음바다. 글 잘 쓰고, 책읽기 좋아하는 화가들, 정말 부러울 지경이다.


***멈추지 않는 책사랑, 책 읽는 ‘김종호*이선화 가족’   


아이돌가수요? 책이 더 좋아요~               
수원시 도서관 ‘책 읽는 가족’에 선정된 김종호 씨네 저녁풍경은 이렇다. 동화책 이야기가 식탁 위에 올랐다. 지수(지동초 5년)나 승은이(지동초 3년)가 얘기하는 책 내용에 아빠 김종호 씨와 엄마 이선화 씨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보탠다. 취침시간, 이선화 씨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때론 성경책을 대신한다. 막내 의진이(4세)도 꼼짝 않고 동화에 귀를 기울인다.
책 읽는 김종호*이선화 가족의 일상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책과 함께’다. 아니나 다를까, 지수나 승은이는 인터뷰 내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음악프로그램에 열중하는 또래친구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낄 법 한데, 지수는 “책 많이 읽는 걸 아니까, 친구들이 알아서 내 앞에선 그런 얘기 안 한다”며 시원하게 답한다. 책을 보면 필요한 지식을 얻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부분은 머릿속에 콕콕 박힌다. 특히 사회, 역사책은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학습만화를 즐겨 읽는다는 승은이는 요즘 ‘내일은 실험왕’ 시리즈에 빠졌다. 책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한다. 책 읽는 양을 묻자, “학교도서관 대출왕에 이름을 올린 누나만큼은 아니라”며 웃었다.  
 


온 가족 책 읽는 습관, 환경마련이 중요
“제가 워낙 책읽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지수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혔죠. 지금은 도서관이 잘돼 있는데다가 저희는 다둥이 회원이라 한 사람당 10권을 빌릴 수 있어요.” 이선화 씨는 가족이 2주에 한번 정도 도서관에 들러 40~50권 되는 책을 빌리고, 아이들은 틈틈이 학교도서관이나 마을문고에서 책을 빌려본다고 들려줬다.
이들의 거실엔 TV가 없다. 결혼 전까진 TV를 끌어안고 살던 김종호 씨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십분 양보한 결과. ‘혼자서 TV보는 생활이 외로웠다’는 그의 고백이다.
“힘들진 않았어요. 필요하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보면 되니까요. 저도 책은 즐겨 읽는 편이라 요즘에도 필요한 책은 중앙도서관에 예약해뒀다 퇴근 후 빌려오곤 해요.” 중앙도서관이 밤10시까지 문을 연다는 정보를 꿰고 있다니, 역시 책 읽는 가족의 가장답다.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재밌겠다 싶어서 아이들 책을 빌려오는 경우도 많다. 이선화 씨는 아이들이 편식할 새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르기 바쁘다. 책에서 더 나아가 지수에게 NIE, 일기쓰기도 매일 시키고 있다. 김종호 씨는 ‘글을 써보라’고 권유한다. 일종의 논술훈련을 시키기 위함이라는데, 아직까진 잘 따라준다고. 넓고 깊게 보길 바라는 부부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도서관에 오는 게 제일 즐거운 나들이라는 아이들, 지수가 수줍게 말한다.
“제 꿈이요? 발레리나인데, 글 쓰는 것도 좋고…. 작가 겸 발레리나 하죠, 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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