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탱고 리듬이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곧추세운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고혹적으로 머리를 올려 묶은 여인이 나와 스텝을 밟는다. 젊고 건강한 남자가 여자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리드한다.
“사람은 늙으면 사라지기 시작하거든. 투명인간이 되어버린다고.” 여자가 말한다.
“내게 특별한 사람은 당신이에요.” 남자가 대답한다.
속삭임과도 같은 대사…. 관객들은 긴장하지만, 곧 그들 사이에 흐르는 것이 실낱같은 로맨스의 아슬아슬함이 아니라 깊은 바닥을 채우는 동지적 우정임을 알아챈다.
극 중 고두심은 가부장적인 목사의 아내로 30년간 평범한 교사로 살아온 70대 할머니 릴리다. 상대역 마이클은 더뮤지컬 어워드에서 ‘모비딕’으로 남우신인상을 수상한 지현준이 맡았다.
마이클은 괴팍한 30대 방문댄스교습강사다. 처음부터 거짓으로 서로에게 자신을 소개한 이들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며 독설로 일갈한다. 하지만 만남이 반복될수록 춤의 내용과 리듬이 달라지듯 이들의 관계도 새로운 지점을 향해 빗장을 열고 나아간다.
6주간 6가지의 댄스, 스윙 폭스트롯 비엔나왈츠 탱고 차차차 컨템포러리를 익히듯 자아를 알아가고 희망의 몸짓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짜릿한 춤사위에 녹아들어 있을 법한 로맨스는 남자 주인공 마이클을 동성애자로, 암 선고를 받은 미망인을 시한부로 장치하며 관객의 쓸데없는 기대치를 없앴다.
다만, 극은 춤을 매개로 인간과 인간이 만나 체온을 나누며 스스로 혹은 타인과 어떻게 진정한 화해를 이뤄나가는지에 몰입하기를 권한다.
올해는 고두심이 연기 인생을 시작한지 40년 되는 해다.
연기 인생 불혹, 더 이상 어떤 것에도 유혹 당하지 않을 당당한 그녀라지만 관객은 이번에야말로 그녀의 일대기에 제대로 일탈한, 춤바람 난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일시 : 10월 20일(토) 오후 7시 / 10월 21일(일) 오후 2시, 6시
장소 :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
문의 : (주)공간엔터테인먼트 1588-2532
지남주 리포터 bisket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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