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체 되살리기 운동이 한창이다. 빽빽한 아파트 숲에 마을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만 사람 사는 곳 어디서나 정을 나누고 살다보면 이웃이 되고 한 마을 구성원이 된다.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경찰력을 늘리는 것보다 마을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을은 복원해야하는 큰 과제다. 경쟁과 단절이 아니라 나누고 배려하는 삶, 정이 있는 마을. 우리 주변엔 어떤 마을들이 정을 쌓아가고 있을까?
경기도는 올해 ‘경기도 마을 만들기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정책포럼을 진행하는 등 지원정책 마련을 위한 공감대 형성에 힘을 모아나가고 있다. 안산시는 이보다 앞선 2007년 좋은마을만들기 지원 조례를 만들고 2008년 지원센터를 설치해 마을공동체 복원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좋은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가 주관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이 시작된 지 5년. 특히 올해는 유난히 마을마다 축제가 많이 열렸다. 지난 10월 6일 사2동 감골축제부터 선부1동 놀이터 축제, 지난 3일 신길동, 선부2동 마을축제까지. 문화마을 만들기를 선언하고 나선 고잔1동에서는 매달 소규모 축제가 열린다.
축제를 구경하다 보면 올해 각 마을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을 축제가 벌어진 현장을 찾아 안산의 마을 만들기 현 주소를 들여다봤다.
사2동이 들썩! 주민 1만명 참여한 감골축제
지난 10월 6일은 사2동이 생긴 이래 역사에 남는 날이었다. 감골 축제에 참석한 주민들이 “여기 살면서 이렇게 많은 동네 사람들이 모인 걸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도 많은 주민이 참가했다. 축제가 끝난 후 축제준비위원회 추산한 참가 인원은 1만명. 사2동 전체인원이 3만명이니 주민의 3분의 1이 참가한 축제였다. 또한 시곡초등학교가 인공잔디를 조성한 후 처음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문을 열었다.
축제는 크게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는 주민들이 자신에게 필요 없어진 물건을 갖고 나와 서로 판매하고 교환하는 나눔장터를 열고 오후에는 어르신 위안 잔치와 주민센터 강좌 수강생들의 작품 발표회가 열렸다.
마을 잔치답게 사2동부녀회, 체육회, 주민자치위원회가 함께 참여해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맞춤형 극장, 마을카페 톡톡 튀는 신길동 마을 축제
지난 3일 신길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제2회 신길 마을 가족 축제’의 느낌은 상큼 발랄함이다. 마을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마을에게 말걸기’, 마을 주민들의 생활 패턴을 묻는 ‘마을의 품격’등 톡톡 튀는 코너 이름 뿐만 아니라 마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한다.
텐트 영화제에는 신길동 청소년 기자단이 만든 UCC를 즉석에서 주문 상영한다. 상영 작품은 △귀신터널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꿈 하나쯤이야 눈깜짝할 사이 △신길동 그 마을의 변화 △마을에서 하나 되는 우리 등 신길동 청소년 기자단이 지난 1년간 직접 만든 작품이다.
마을 주민들이 만든 코너도 신선하다. 자신에게 맞는 봉사활동을 찾아주는 ‘애정녀’ 코너, 아빠와 함께 딱지를 만들 수 있는 딱지접기 코너가 열렸다.
운동장 한 귀퉁이에 마련된 마을 카페에서는 간식을 먹으며 처음 만난 주민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수세미 뜨기 코너에서 마침 동년배 친구를 만난 황인숙(79) 어르신은 “이사 온 지 몇 달 됐는데 통 친구가 없어서 얼마나 심심했는지 몰라. 오늘 여기 놀러 나와서 나랑 비슷한 친구를 두 명이나 만났어. 이제부터 이녁들이랑 놀면 좀 안 심심하겠지”라며 활짝 웃었다.
책을 주제로 한 선부2동 책축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책 읽는 마을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선부2동은 책을 주제로 한 마을 축제를 기획했다. 이날 축제도 책 읽는 마을 책 읽는 가정 추진위원회(위원장 오광수)가 준비했다. 올해 주제는 ‘빨강머리앤과 상상너머의 세계로’다. 마을만들기 초기 사업으로 학교 담장을 허문 석수초등학교에 축제가 벌어졌다.
3일 펼쳐진 책축제에는 초등학생 꼬마부터 여든 넘긴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가해 마을 축제를 만들어 나갔다. 단체 줄넘기, 달걀집 만들기, 즉석 사진 촬영, 씨름, 윷놀이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진행됐다.
오광수 추진위원장은 “선부2동 주민들이 처음으로 참여해 축제를 만들었다. 부족하지만 옛날 고향에서 진행하던 마을 잔치, 나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되살아나는 잔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난히 마을 축제가 많았던 올해 이현선 안산시 좋은마을 만들기 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마을만들기 사업이 시민들에게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현선 사무국장은 “올해 초 마을마다 축제를 고민하는 곳이 많았다. 마을만의 특색있는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성미산 마을축제 집행위원장인 이창환씨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 하는 등 내실있는 마을 축제가 되도록 지원 했다”며 “그러나 역시 마을마다 특색은 배워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기대 이상의 마을축제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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