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학생들의 잘못된 것만 지적하고 벌을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그들만의 ‘아픔’을 가지고 있어요. 성적, 친구문제, 이선, 가정 문제 등등...... 단지 그 아픔을 말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뿐이죠. 대부분 아이들이 그 아픔을 드러내면 핑계거리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합니다. 아픔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어느 정도 치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광문고 힐링(healing) 티처 남영우(36·국어) 교사가 아이들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사와 격려는 학생의 힘
생활지도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존경 받는 것은 쉽지 않다. 학생의 징계를 맡는 악역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문고등학교 남영우 교사는 생활지도부 소속이 된 후 더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학생들에게 다가가려는 그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남 교사의 하루는 학생들보다 빠른 아침 7시, 학교 정문에서부터 시작된다. 등굣길의 ‘생활지도부 선생님’하면 징계와 꾸중부터 떠오르겠지만 그의 등교지도는 다르다. 그가 이른 아침 정문에서 하는 일은 학교에서 하루 생활을 시작할 등교 학생들을 반갑게 맞아 주는 일이다. 학생보다 먼저 인사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등교 하는 학생의 햇살 받은 밝은 웃음이 저에게도 힘이 되고, 제가 던진 인사말 한마디에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낍니다.”
남 교사의 마지막 일과는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 학교에서 자율 학습을 마친 학생들의 배웅으로 끝이 난다. 광문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인 ‘자기주도 학습반’ 1학년 담임이기에 학생들이 학습을 마치는 시간까지 학습 조력자 역할도 한다.
“확고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늦은 시간까지 자율적으로 학습에 임하는 학생들이 대견스럽죠. 학습에 지친 학생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것이 당연히 교사로서의 저의 임무라고 봅니다.”
대화와 교감은 그의 힘
남 교사가 생활지도부에서 맡은 일은 일탈 학생에 대한 지도 업무. 문제 학생에 대한 끝없는 대화가 장시간 이어지며, 문제 행동에 대한 원인을 짚어 재발을 방지한다. 학생에 대한 근본적 치유가 안 되면 토요일까지 학생과 같이 등교해 그들과의 교감을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과의 교감을 위해 그가 개발한 것이 ‘자기성찰지’ 와 ‘릴레이 소설’ 작성 프로그램이다.
‘자기성찰지’는 문제 학생에 대해 자신을 냉정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주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 설계를 하게 하여 목표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쉽게 교감을 허락하지 않는 그들과의 대화에 물꼬를 내기 위한 ‘자료’이기도 하다.
“‘자기성찰지’에는 좋았던 일, 슬펐던 일, 부모와의 관계, 10년 후 나의 모습 등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걸 보며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또 그들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하죠. 대화를 통해 학생들의 아주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느낍니다. 불현듯 느끼는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울컥함을 느낄 때가 있어요.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죠.”
‘릴레이 소설’은 일탈 학생이 앞에 작성한 소설 내용을 읽고 그 다음 스토리를 전개하여 일정 분량 작성하게 하는 것. 문제 학생이 작성한 소설에 드러난 가상 인물을 통하여 그 학생의 내면적 문제를 찾아내고 치유해 주는 교육 방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소 과격한 내용과 지나치게 부정적인 결말만 이어져 ‘릴레이 소설’은 더 이상 릴레이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 행동에는 문제를 유발하는 어떤 원인이 있게 마련입니다. 일탈 학생에 대한 벌점 부과, 징계 처분 등으로 학생들이 교내에서 저만 만나면 피해 다녔는데, 그들을 오랜 시간 보듬어 가니까 이제는 저에게로 다가오더군요.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교직에 대해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1학년 9반을 하나로 뭉치는 힘
남학생반 담임을 맡고 있는 남 교사는 반 학생들을 이끌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1박2일 체험활동. 지난 1학기 방학이 있는 날, 1학년 9반 학생들 전원은 학교에서 1박2일 체험활동에 돌입했다. 황정익 생활부장교사의 살아있는 ‘인성교육’, 반 학생 전부가 참여하는 축구경기, 10~20년 후 자기 모습 발표, 귀신이야기, 담력테스트 등으로 진행된 그들만의 캠프였다.
“1박2일을 함께 보낸 후 반 아이들끼리 정말 친해졌어요. 그래서인지 뭐든지 잘 하는 반이라는 자부심도 생겨났죠. 아이들이 정말 순수하고 착합니다. 공부로만 결정되어지는 사회적 잣대에 상처 받지 않고 이대로 잘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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