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대전발전은 외부지원이 아닌 내부 사회적자본에서 찾아야”

대전지역 시민운동의 맏형 … “대전 정치권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지역내일 2012-11-05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는 대전지역 시민운동의 맏형과 같은 존재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까지 그의 삶은 대전 시민운동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요즘 새로운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뛰고 있다. 지역 시민운동을 지원하는 재단설립에 나서고 있다.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역 내부의 힘과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김 상임이사에게 요즘 대전지역 사회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 직접적인 시민운동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요즘 대전지역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나.
당장 대전시를 보면 이질적인 두가지의 큰 흐름이 있다. 한편은 좀 말이 어렵지만 사회적자본을 시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자하는 노력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나 신세계의 아울렛 입점, 롯데테마파크를 통한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사업 등 대형 토건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이 있다. 지역민의 역량을 키워 지역문제를 해결하자는 흐름과 다른 한편으론 외부에 의존해 지역을 개발·발전시키자는 두 개의 시각이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좀 말이 어렵다. 쉽게 설명해달라.
예를 들면 대전시는 광역지자체 대상 조사에서 항상 살기좋은 도시 상위권에 포함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청년 실업율이 상대적으로 다른 도시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영세자영업자 밀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도시 외형상으로 살기좋은 도시라는 것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하느냐 하는 점은 전혀 다르다. 충남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률 등을 전국 최상위권이지만 정작 소비수준은 하위권이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도시가 커진다고 시민들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 그렇다고 개발과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
개발과 성장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미래 먹을거리도, 성장도 필요한데 시정의 중심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 둬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대전시는 신세계와 롯데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한다. 외부의 투자를 받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외부 기업은 언제든지 경제가 어려우면 빠져나갈 수 있다. 투자의 불안정성이 항상 존재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규모 국비를 지원받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역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비지원 결과에 대한 검증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과학비즈니스벨트 예산만 보더라도 국비를 받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문제는 그 해법이 외부에서 뚝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있다는 점이다. 내부의 힘을 키워 문제를 해결해야지 외부의 힘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 결실은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 대전 내부의 역량을 키우자는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경제는 크게 공공경제 시장경제 사회적경제 3가지로 나눠진다. 국가나 대전시 등 행정기관의 경제적 행위를 공공경제로 보고 기업들의 경제행위를 시장경제라고 설명할 수 있다.
둔산동 자영업자들이 둔산동 상가를 서울의 홍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면 서구청 등 공공경제가 노력해야 하고 각 상인들도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등 시장경제도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 수준을 뛰어넘어야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상가번영회나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거리정비나 문화활동을 하고 공동투자도 추진하는 사회적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상가를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대전지역 현실은 만만치 않다. 대전은 이들 중소기업들을 연결하는 고리인 중견기업이 매우 취약하다. 지방은행도 없다. 중소상공인 사이에 협동조합 훈련도 너무 안돼 있다.
3가지 경제가 맞물려 돌아가야 제대로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데 이게 없는 현실에서 대규모 개발만 한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이익이 돌아오겠나.
대형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으로 이익이 환원되고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말이다. 이게 만들어져야 대규모 투자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대전시가 최근 사회적자본을 강조하기 시작한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사회적자본으로 지방자치를 하겠다는 것인데 좋은 시도다. 정부재정 지원이나 대기업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깨닫고 변화하는 게 핵심 키워드다. 차곡차곡 쌓으면서 발전하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 화제를 바꿔보자. 최근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을 했다. 사실상 흡수통합이다. 1987년 이후 유지해온 충청지역에 기반을 한 지역정당이 사실상 소멸했다.
충청권에서의 지역정당 현상은 반사적 지역주의다. 패권적 저항적 지역주의가 영·호남의 지역주의라면 충청은 우리만 손해보는 것 아니냐는데서 출발한 지역주의다.
그동안 선거를 보면 지역변수는 갈수록 영향력이 감소하고 세대와 계층변수의 영향력은 높아져왔다. 이번 결과는 지역정당을 표방했던 정당들이 이 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현재 대전지역 정치상황은 과거는 흩어지고 있지만 새로운 것은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지역할거형 지역정당이나 중앙에 반하는 대안적 지역정당의 실험과 도전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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