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상고나 공고 같은 실업계 고등학교는 몇몇 뜻있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이 힘든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취급되었었다. 하지만 이제 특성화 고등학교가 변하고 있다. 정부의 선취업 후진학 정책으로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웬만한 대학 졸업생들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 관내 인기있는 특성화고를 방문하여 각 학교별 취업 노하우와 세상 속에서 인정받고 있는 취업성공 학생들을 만나보도록 하겠다.
강서구 방화3동 강서공업고등학교
2012년 서울시 취업률 1위 특성화고등학교
강서공업고등학교는 서울 강서구 방화3동에 있는 공립고등학교로 1994년 개교한 특성화고등학교이다. 2013년부터 서울시 교육청에서 지정한 친환경 건축분야 특성화고로 바뀌어 ‘친환경 건축분야’ 쪽 학교로 전환, 세계로 뻗어가는 첨단 배움터로 거듭나고 있다고 한다. 기존에 있던 건축인테리어, 정보통신, 웹디자인, 환경화공과는 친환경건축과, 친환경에너지화학과, u-정보통신과, 생활디자인과로 바뀌게 되면서 좀 더 건축에 근접한 학교로 발전하게 된다.
강서공고는 2012년 1월 1일 서울시 취업률 1위 특성화고로 지정될 만큼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취업반을 각각 운영하고 있는데 2012년 2월 친환경건축과, 친환경에너지화학과, u-정보통신과, 생활디자인학과 236명의 졸업생 중 122명이 취업, 67명이 대학에 입학하였다고 한다.
친환경건축과에서는 친환경적인 재료와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친환경 설계 및 시공 그리고 플랜트 설계 등의 기술을 익히며, 친환경에너지화학과에서는 친환경에너지 소재와 환경오염 물질 분석 등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u-정보통신과에서는 기초학문인 전자, 통신, 컴퓨터, 전기, 정보처리, 유비쿼터스에 관한 기초 지식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하여 미래의 정보화 시대를 이끌어 나갈 전문 기술인을 양성하고, 생활디자인학과에서는 기초 조형과 디자인 이론, 컴퓨터 그래픽,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 가구디자인, 조명디자인, 공간디자인 등을 배워 인간 생활 전반에 폭넓게 관여하는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전문인을 양성한다. 강서공고 졸업 예정자 중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MINI INTERVIEW / 강서공업고등학교 건축인테리어과 3학년 제갈현
특성화고 건축부문 전국 1명 한국공항공사(KAC) 입사
강서공고에서 전교 1등을 도맡아했다는 건축인테리어과 3학년 제갈현(19)군은 올해 한국공항공사에 합격하였다고 한다. 현군이 입사한 한국공항공사는 전국 14개 공항을 관리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공기업으로 공항의 효율적 건설, 관리, 운영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다. 외국어 스펙을 빵빵하게 갖춘 대졸자들도 입사하기 힘들다는 공기업에 입사한 제갈현 군은 기대했던 대로 반짝이는 눈빛과 긍정적 사고를 갖춘 청년이었지만 강서공고에 입학하기 전에는 방황하는 사춘기를 보냈었다고.
“중학교 1학년 때 지방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었는데 당시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과 사춘기가 겹치면서 방황을 했었습니다. 중학교 내내 공부라곤 하루 10분도 하지 않았던 철없는 학생이었는데 중3때 일반 인문계고등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려니 정말 막막하더군요.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담임선생님께서 공업고등학교를 추천하셨습니다. 분명 어머니도 제가 공고에 진학하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셨겠지만 당시 단순 스펙보다 기술을 우선시 해주는 사회분위기 덕분에 강서공고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강서공고에서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강서공고 진학 후 장학금을 탈 수도 있었고, 공부로 인정받는다는 재미도 맛볼 수 있었다고. 이런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더 많은 노력과 열정을 쏟았다는 것이다. 긍정적 마인드와 즐거운 기분, 성실한 태도 또한 학교에서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대학 진학보다 취업! 사회 속에서 더 가치 있는 나를 발견하다
“막상 취업을 하기 직전까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학교 내신 준비에 최선을 다했고 학교에서 주최하는 행사, 대회, 동아리활동, 봉사, 계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학급회장과 임원활동도 계속 하였지요.” 취업을 위한 준비로 고3때는 방과 후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선생님들을 귀찮게 해가며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연습하고 취업캠프, 인성교육, 심성수련, 진로체험활동, 직업지도프로그램, 채용박람회 등 취업역량강화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고 한다.
고교 진학 후 중학교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에 자책을 하기도 하였다고. 하지만 강서공고에 입학해서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게 되면서 공부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후 학교 공부에 최선을 다하였고 이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단다. 전교 1등의 성적이라면 대학진학을 욕심낼 만도 하였을 터. 진학에 뜻을 둔 적은 없었냐는 질문에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대학도 생각했었지만 4년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을 다닌다고 했을 때 과연 내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과 경쟁하여 공부를 잘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보다는 현재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여 취업에 성공한 후 공부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속 깊은 청년은 고교 재학 시절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꾸준히 생각하며 노력했다고 답한다. 회사 다니는 일이 무척 즐겁다고 답하는 제갈현 군은 “저는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모님도 제가 일찍 회사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 좋아하십니다. 앞으로도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공부할 생각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제갈현군은 1시간 일찍 등교해서 2시간 늦게 하교하고, 맨 앞자리에서 항상 큰소리로 발표한 점 등이 고교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이야기한다.
MINI INTERVIEW / 강서공업고등학교 정보통신과 3학년 정우석
예금보험공사(KDIC) 합격! - 특성화고 IT부문 전국 1명
행복이란 무엇일까? 왜 학교에 다니는 것일까? 진학을 앞둔 학생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질문이다. 올바른 사회인을 양성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목적이라면 대학 진학도 결국은 직업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인생은 선택이고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해 나가는 방법도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법. 강서공업고등학교 정보통신과 3학년 정우석(19)군은 대학 진학보다는 IT전산 네트워크 전문가로 예금보험공사에 입사를 선택하였다.
“중3때의 저는 대학을 좀 더 수월하게 들어가기 위해 실업계 학교를 지원했습니다. 실업계 전형으로 대학에 가는 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였지요. 당시 주변 고등학교를 조사해본 결과 강서공업고등학교가 가장 좋다고 느껴서 지원을 했습니다. 대학진학을 염두에 두고 진학했지만 결국은 대졸자보다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네요.” 강서공고에 다니면서 철이 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우석군은 지금 자신의 선택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한다.
중학교 때 공부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는 그는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었다고. 부모님이 하라고 하는 공부였지만 교양교육이 사회에서 어떤 쓰임이 있는지 깨닫지 못했었단다. 그러다 중3 고교 진학을 결정할 즈음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보다는 실업계 전형으로 대학 가는 것이 수월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강서공고에 진학했는데 고교 진학 후 비로소 인생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였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대학 진학을 노렸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가 특성화고로 전환되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면서 진로를 바꾸게 되었고 급히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지요. 정보처리기능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CCNA,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등을 땄고 인적성검사 기출문제 풀이 등을 통해 취업을 준비하였습니다.”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사회에 더 큰 쓰임이 될 수 있기를
우석군은 취업 준비를 도와주신 강서공고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고교 3학년 1학기 초에 담임선생님께서 예금보험공사에 지원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할 당시 우석군이 들어갈 수 있는 IT분야는 인원을 고작 1명 뽑았다고. 그런데 이런 쪽이 의외로 사람이 안 몰려서 가능성이 있다고 넣어보라고 하셨던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예금보험공사 입사를 준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0년도였나 예금보험공사 캠페인 광고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족을 지킨다. 예금을 지킨다. 이런 광고였는데 그게 인상적이다 보니 예금보험공사의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져서 될 수 있다면 꼭 들어가고 싶어졌습니다. 그 후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지요.” 우석군이 입사한 예금보험공사는 보험원리를 이용해 고객의 예금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예금의 지급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을 위해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곳이다.
“입사가 모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좋은 직장에 합격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계속 자기계발을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금보험공사의 고졸 취업은 처음 있는 일이기에 이곳 분들께서 조심스럽게 다가와 주시고 또 여러가지 방면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는데 그분들께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열심히 배워서 항상 웃으며 대해주고 묻는 말에 성실하게 답해주는 좋은 분들에게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이야기한다.
석주혜 리포터 vietnam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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