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소아과 전문의들로부터 아이가 잘 걸리는 병 10가지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1위는 물론 감기였고 나머지 중 7가지가 호흡기와 관련이 있는 편도선염, 축농증, 중이염, 기관지염, 후두염, 천식, 비염이었다. 호흡기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질병은 장염과 아토피뿐이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질병이 정말로 호흡기와 관련이 없는걸까? 아토피가 감기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감기는 누구나 앓을 수 있는 아주 흔한 질병이지만, 아토피는 문명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특별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특별한 질병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의학에 “폐주피모(肺主皮毛)” 라는 말이 있다. 폐의 기운이 피부의 상태를 주관한다는 말로서, 바꿔 말하면 폐기능이 약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피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가진 알레르기 체질의 아이들 중의 일부는 성장하면서 천식이나 비염 등 다른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으로 발전한다. 이를 현대의학에서는 알레르기 행진이라 하여 연령에 따라 한 가지 알레르기 질환이 호전되면서 다른 알레르기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아토피 환자가 감기에 걸리면 아토피가 심해지는 경우가 흔히 볼 수 있고, 요즘 같은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절기에는 아토피의 증상이 악화되어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늘어나고 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감기는 인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고 몸 전체의 면역력을 점검하는 기회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백혈구를 만들어 감기 바
이러스와 싸우기 위해서다. 코가 막히는 것은 해로운 외부 공기가 계속 유입되어 폐렴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콧물이나 재채기는 병균과 싸운 결과물을 외부로 내보내는 과정이다. 그런데 불편하다고해서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면서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을 방해한다면 면역력은 점점 떨어지고 아토피를 치료하기도 어렵다.
반대로 아토피 환자일지라도 평소에 올바른 식생활과 목욕법 등으로 심신을 맑게 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하여 환절기에도 감기 몸살, 등에 잘 걸리지 않거나 설사 걸리더라도 스스로 잘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자생력을 갖고 있다면 아토피도 나을 수 있고 다른 알레르기 질환으로 넘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잠실 우보한의원 김정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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