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지와 싱그랭이 마을 하나되기

지역내일 2012-11-01
일요일 아침 꽃다지 회원들이 옷깃을 여미고 완주 경천으로 달린다. 싱그랭이란 푯말이 눈에 띤다. 알고 보니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길에 들러서 짚신을 걸어 놓았다는 뜻에서 이 마을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마을 앞에 20리마다 심었다는 시무나무가 한그루 서 있는데, 거기에 짚신을 걸어 놓고 쉬었을 법도 하다. 
마을을 지나 불명산으로 쭈욱 올라가다보면 안도현 시인이 ‘굳이 길을 알려주지 않으렵니다’라고 했던 조용한 화암사가 자리하고 있다. 
절에 오르는 길옆으로 수피가 하얀 사람주나무, 단풍나무, 비목 등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으며 쑥부쟁이, 꽃향유가 가을꽃을 상징이라도 하듯 향내가 산 그득히 담겨 있다. 
특히 화엄사 절 한 켠으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 올라오던 방향으로 첩첩이 쌓인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기서 바라보는 광경은 아직 지지 않으려는 신록과 이제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서로 부둥켜 안으려 발버둥치는 듯하다. 
신록이 여름내 자신의 몸을 키우던 자양분이었다면, 단풍은 내년에 더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먼저 일부분을 떼어주는 일이다. 안토시아닌(-세포의 재생을 촉진하여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빨리 죽게 하며  아스피린보다 10배 높은 소염효과를 지닌 자연치유제)을 만들어 붉게 만드는 데는 바로 해충을 물리치고 증산작용을 막아 나무에 큰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자기방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화암사를 뒤로 하고 다시 싱그랭이(요동) 마을로 돌아와서 마을 뒷산에 있다는 돌배나무를 찾아 나섰다. 이 나무는 특히 당산나무로 쓰이고 있는데, 돌배나무로는 전국에서도 유일하다고 한다. 
돌배나무 주변에 회원들이 모여서 각자 소박한 소원을 빌었다. 오랜 세월, 돌배나무는 그렇게 서서 사람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결국 오늘도 돌배나무는 꽃다지와 요동마을을 하나로 이어주었다. 숲 속에 자라오던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인지 오늘 그 증거를 보고 온 셈이다.



전라북도 자연환경연수원 환경교육강사 임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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