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시 용인에 오방색 감성 날개를 달다
새하얀 구름이 푸른 하늘 위로 언뜻언뜻 색을 더하던 가을의 어느 날.
무심히 지나칠 법한 도심의 무채색 거리 사이로 눈에 띄는 현수막 하나가 걸렸다.
누구는 하수처리장의 변신이라 했고 또 누구는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이라 명했다.
아직은 도시와 농촌의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는 용인시. 번듯한 규모를 갖춘 공연장의 개관은 사람들의 기대와 욕망을 채워줄 문화적 자존심이었다.
그렇게 포은아트홀이 지난 2년여 간의 준비 끝에 드디어 맨 얼굴을 드러내려는 순간이었다.
개관 준비로 명절마저 잊은 채 카운트다운을 향해 달려가던 포은아트홀을 미리 만나보았다.
용인의 상징성 담아낸 복합문화 공간
문화예술원, 마루홀, 큰 어울림마당, 죽전 야외음악당…
크고 작은 공연들을 보기 위해 그동안 용인시민들이 이용하던 문화공간들이다.
옆 동네의 크고 번듯한 공연장이 부럽기도 했지만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 유치와 부담되지 않은 관람료에 용인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키워준 공간들이었다.
그렇게 문화적 토양이 길러진 시민들에게 또 한 번 자긍심이 되어줄 공간이 위용을 드러냈다.
게다가 이곳엔 특별한 사연도 녹아있다. 하수처리시설과 문화예술 공연장이 접목된 사례가 그것. 주민기피시설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하수처리장이 체육시설과 여가공간으로 접목된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문화예술 공간으로 탄생된 경우는 포은아트홀이 전국 최초다.
여기에 상징성을 담아낸 이름도 남다르다.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에 묘를 모신 정몽주 선생의 호를 딴 ‘포은’이다. 예향 용인의 정체성과 지역 간 화합을 기원하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세계적 뮤지컬 유치, 수준 높은 공연 시설 갖춰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한번쯤 머물게 하는 높다란 전망대와 함께 세워진 포은아트홀.
규모나 음향 설비, 무대장치 등 무엇 하나 뒤지지 않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됐다.
용인시에선 가장 큰 규모로 지하2층부터 지상4층까지 연면적 1만 3882.59㎡ 다.
그동안 유치에 어려움이 있던 세계적 공연도 충분할 만큼 무대공간과 객석수도 확보했다.
객석은 2층 938석과 3층 232석, 오케스트라 피트석 74석 등 총 1244석 규모로 이뤄졌다.
자가 입체음향시스템을 도입해 관객들이 수준 높은 음향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타 공연장과 달리 바닥에 스피커가 마련돼 있어 입체 음향을 극대화했다는 관계자의 설명. 여기에 별도의 녹음실이 있어 공연 실황도 바로 녹음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장르의 공연도 특색에 따른 조명 연출이 가능하도록 최고 수준의 조명기구와 미디어 서버도 구축했다. 무대 상ㆍ하부 기계장치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최첨단 컴퓨터 무대 시스템도 갖췄단다.
용인문화재단 노시용 홍보팀장은 “포은아트홀은 공연장을 비롯해 연습실과 교육실, 분장실과 의상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며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27년 만에 한국어로는 처음으로 포은아트홀 무대에서 공연될 만큼 세계적 수준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용인문화재단 출범과 함께 문화허브 역할
포은아트홀의 개관은 용인시의 문화 인프라를 총 지휘할 용인문화재단의 출범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흩어져 관리 운영되던 문화 공간을 아우르며 용인시의 문화적 허브역할을 담당할 예정. 또한 포은아트홀을 비롯한 6개 공연장 외에도 용인시 거리 곳곳이 문화예술이 살아있는 커뮤니티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10월부터 용인 거리아티스트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시민들이 공연수준을 직접 평가하는 ‘감나무’ 시민평가단도 활동을 시작한다.
용인문화재단의 박남진 문화사업 팀장은 “용인시의 경우 도농복합도시의 특성상 동ㆍ서간 문화적 격차가 있어 왔다”며 “시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문화공연의 무대가 될 수 있도록 확장해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지역의 우수한 예술단체를 상주단체로 유치해 공연과 교육 사업을 공동 추진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펼쳐나간다는 계획. 아울러 포은아트홀 내 교육장에서 펼쳐질 창의예술 아카데미도 수준 높은 강좌로 시민들을 반기고 있어 관심 가는 대목이다.
아직은 낯설고 이제 막 날개 짓을 시작한 포은아트홀이 처음 기획된 취지를 잘 살려 용인시민들의 문화적 감성을 담아내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 포은아트홀 & 이슈 story >
* 용인 거리 아티스트
거리 곳곳, 문화가 필요한 지역으로 찾아가 공연을 펼치는 활동가들이다.
포은아트홀 상주예술단체인 블루댄스씨어터(현대무용)와 사다리움직임연구소(교육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 아티스트들이 거리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음악, 국악, 마술 등 총 10팀으로 구성된 거리아티스트 팀. 10월 중순부터 용인시청 광장과 용인 중앙시장, 동백 쥬네브, 만골근린공원, 포은아트홀 광장 등 용인시 주요거점 11개 곳에서 다채로운 거리 공연을 펼친다. 시민들에게 생활 속에서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지역의 우수한 아티스트의 발굴과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 공연문화 시민평가단 ‘감나무’
공연을 좋아하는 용인시민 100명으로 구성된 시민평가단이 10월부터 본격 운영된다. ‘감성이 충만하고, 나눔을 실천하고,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하는 ‘감나무’ 시민 평가단. 포은아트홀 및 용인시 공연장에서 이루어지는 기획 및 대관공연을 평가하고 리포트를 작성해 용인문화재단에 제출하는 역할을 한다. 연극, 무용, 음악, 전통예술, 아동극 등 5개 분야로 나눠 활동하며 현재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평가단이 선정돼 활동을 앞두고 있다. 감나무 시민평가단의 활동은 앞으로 재단에서 기획, 대관한 공연의 수준을 유지하는 시금석 역할을 할 예정이다.
<포은아트홀, 관심 UP 공연 >
* 5락(樂) 콘서트
포은아트홀 개관축하 야외공연으로 포은아트홀 야외마당에서 10월 9일(화)부터 13일(토)까지 5일 동안 열린다.
모던 락부터 발라드, 재즈, 아카펠라와 코메디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들이 가을 밤 야외무대를 수놓는다. 인디 아이돌 페퍼톤스, 여성 싱어송라이터 박새별, 5인조 퓨전밴드 데이브레니크 등 다양한 팀들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 전체관람으로 누구나 관람 가능하며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문의 031-260-3355
* 뮤지컬 레미제라블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27년 만에 한국어로는 처음으로 포은아트홀 무대에서 공연된다. 11월 3일부터 25일까지 공연되며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최고의 뮤지컬 배우 정성화가 장발장 역을 맡는다.
연출가 로렌스 코너를 비롯해 무대디자이너 맷킨리, 조명디자이너 폴라 콘스타블 등 런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 전원이 내한해 수준 높은 무대 연출을 펼친다. 호소력 짙은 음악과 독창적 무대기법, 모든 연령과 시대를 초월해 감동을 줄 예정.
11월 3일~11월 15일까지는 프리뷰 공연이, 이어 11월 16일부터 11월 25일까지 본 공연이 진행된다.
문의 031-260-3355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