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자신이 가진 최소한의 재능과 물질만으로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에 꼭 많이 가질 필요도 없다. 오히려 봉사자에게는 성실성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힘들어서 혹은 바빠서 단시간에 그만 두는 것은 자원하는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사업채를 운영하는 바쁜 중에도 10여 년간 꾸준히 강서, 양천지역의 저소득층 독거노인을 위해 영정사진을 촬영해 온 장준복 씨(53세, 우진스프링(주)대표). 10여 년간 어르신들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준복 씨와 이종간 씨(57세,(주)쌍희대표)를 만나보았다.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사진
인생의 끝에서면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한 평생을 살면서 생긴 이마와 눈가, 입가의 주름이 그저 찡그려서 생긴 것만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행복했던 때, 아팠던 때, 가슴 찡했던 감동의 순간이 있었고, 그것은 그때마다 생긴 울고 웃었던 삶의 흔적들이다. 그러나 슬프고 아팠던 시간보다 행복했던 시간을 더 기억하고 싶은 것이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마지막 가는 길에 영정사진만큼 오래 동안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그래서일까 요즘 장례식장에서는 영정사진을 편안하게 미소 짓는 표정으로 찍어,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을 예전처럼 딱딱하게 찍지 않아요. 집에 걸어두고 보다가 돌아가시면 영정사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편안하게 미소 짓는 모습을 찍습니다.” 흑백으로 촬영하던 사진을 컬러로 찍고, A4 사이즈로 인화하던 것을 B4사이즈로 키웠다. 그는 어르신들이 사진을 찍을 때 얼굴을 찡그리지 못하게 한다. “어르신들에게 잔잔한 미소를 지으라고 요구합니다. 그래야 문상객들이 왔을 때 마음이 편할 것 아닙니까.”
준복 씨의 10여 년간 이어진 효사진 촬영은 충청도 서산에 계신 어머님 사진을 찍어드리면서 시작되었다. “동네 분들이 어머님의 영정사진을 보고 부러워들 하시니까 어머님께서 동네 분들 사진을 찍어주면 어떻겠냐고 부탁을 하셨어요.” 사진을 찍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마음먹을 수 있었다는 준복 씨. “당시 어머님이 건강하셨지만 연세가 85세가 되셨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찍어드렸는데, 94세인 지금까지 건강하십니다.” 준복 씨는 당시 마을 어르신 60분의 영정사진을 촬영해 액자로 만들어 전달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쓰지 않던 때라 필름사진을 찍어 일일이 현상하고 인화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강서구사진작가회가 결성되면서 그는 효사진 봉사활동을 제안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2500명~3000명을 촬영했다.
요양원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분이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힘들게 웃음 짓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사진을 액자에 넣어 전달할 때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사진을 받으시면서 환하게 웃습니다”며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또, 영정사진을 찍다보면 가끔 안 찍겠다고 우기다가 다른 사람이 찍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와서 찍는 어르신도 있다. “영정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지만 꼭 찍어야한다는 부담감 또한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냈다는 만족감 때문인지 안도감 때문인지 영정사진을 찍으신 분들이 더 오래사시는 것 같습니다.”
봉사도 프로처럼
준복 씨는 강서구사진작가회에 소속되어 10년 이상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양평동에서 침대 스프링 제조 공장 한 곳을 운영하다가 몇 년 전부터는 김포공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업채를 운영하면서 만난 거래처 사장을 따라 다니다 보니 사진작가가 되었다는 준복 씨. 그는 중앙대학교 사진대학원을 졸업해 한국사진작가협회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한국사진작가협회 분과위원으로 틈틈이 문화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13년째 스쿠버다이빙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유가 수중사진을 찍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종간 씨와도 스쿠버다이빙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알게 되었다. 종간씨도 15년간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10년간 수중사진촬영을 해왔다고 하니 두 사람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수중촬영만을 하던 종간 씨는 지상사진을 잘 찍는다면 수중사진도 잘 찍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문제민(양천구디지털사진반)강사를 찾아갔다가 초, 중, 고급수업을 거쳐 연구과정까지 수료했다.
그때 이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던 준복 씨는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이 친구가 촬영하는 것을 보았는데 제법 사진을 잘 찍더군요.” 그는 영정사진 촬영으로 한 참 바쁠 때 종간 씨를 만났고 봉사활동에 함께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때 양천구에 효사진 봉사팀이 생겨서 바쁠 때였습니다.” 종간 씨는 2008년 양천구에서 실시했던 1004day(효사진 촬영)에 참여해 준복 씨를 도왔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천구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를 하게 되었다.
이에 앞서 2010년 양천구자원봉사센터의 효사진작가협회 회장을 맡았던 종간 씨는 문제민 강사와 협의하여 양천구디지털사진 연구반수료자들이 ‘효사진작가협회’ 회원이 되어 행사촬영이 있을 때마다 참여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놓았다. 양천구의 촬영 봉사 일정을 카페에 올리면 원하는 사람이 신청하여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다.
“취미가 같다보니 친구가 된 것 같습니다. 서로 비슷한 일을 하기 때문에 가끔 일로도 만나야 할 때가 있습니다”라는 종간 씨는 준복 씨가 침대스프링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종간 씨는 전열히터선, 전구선 등의 특수선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또, 종간 씨는 15년간 스쿠버다이빙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국내에서 사용되는 수중장비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쓰다가 2009년부터는 수중비디오, 하우징, CCTV 등의 수중장비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취미가 일이 되고 봉사가 되어 서로에게 시너지효과를 주고 있다.
가끔 스카이다이빙 보트 위에서, 촬영차 떠난 여행지에서 서로 볼 기회가 많았던 두 부부는 얼마 전 함께 백두산에 다녀왔다. 가정에서 사업장에서 봉사 장에서 쉴 새 없이 바쁘지만 그들은 지쳐 보이지 않는다. 봉사와 취미생활을 일처럼 일과 봉사활동을 취미처럼 즐기는 그들의 삶에서 에너지가 느껴졌다. 결코 외롭거나 무료해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삶이 타인에게 에너지로 전해지고 있다.
성명욱 리포터 timace@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