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쌍용동에 사는 김현숙(41)씨는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이번 추석이 무척 신경 쓰인다. 시어머니가 치매 증상을 보여 병원에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시어머니의 행동이 조금씩 이상해지는 것을 발견한 김씨는 지난 추석에 가족들이 모였을 때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가족들은 시어머니가 치매 증상이 있다고 믿지 않았고 시부모도 검사조차 받으려 하지 않았다. 1년 후 시아버지는 시어머니의 치매 증상으로 얼마 전부터 병원에 다니고 있다며 자식들에게 털어놨다.
김씨는 “부모님 두 분만 사시고, 자식들이 멀리 떨어져 살아 발병하면 곁에서 돌볼 가족이 없다. 어른들이 살던 곳을 떠나려 하지도 않는다”며 “시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눈에 두드러지자 그때서야 병원으로 나선 시아버지와 가족들의 불감증이 문제”라며 앞으로 닥칠 일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부모님 언행이 예전 같지 않다면 =
일을 하다말고 자꾸 과정을 잊어버린다. 했던 말을 그 자리에서 반복한다. 음식을 잘 흘린다. 잘 구별하던 사물도 헷갈려한다. 짜증이 많아지고 우울해 보인다. 무언가 편집하는 증세가 나타난다….
만약 부모님에게서 이 같은 증상이 중복해서 나타난다면 이미 치매는 진행 중. 지체 없이 병원으로 가서 치매진단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치매는 한번 발병하면 점점 심해진다. 치매는 조기발견과 동시에 지속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천안의료원 허종일 원장은 “중증 치매는 약물효과가 없다”며 “치매는 완치보다 진행을 늦추는 데 초점을 두는 관리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치매는 주로 두 가지다. 알츠하이머병(AD)과 혈관성 치매. 알츠하이머병은 우리나라 전체 치매 환자의 50~60%를 차지한다. 보통 치매라고 하면 알츠하이머병을 뜻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이상단백질이 쌓이면서 정상 뇌세포를 서서히 못 쓰게 만들어버리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진행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증상이 미미한 초기에는 진단이 어려워 초기 증상을 무심코 넘기다 중증으로 진행된 뒤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혈관성 치매는 약 30%의 치매환자에게서 나타난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질환(중풍, 뇌졸중)에 의해 발생하며 마비가 온다거나 감각이상 및 언어장애 등이 생긴다. 증상의 발현이 비교적 뚜렷하다.
파킨슨병은 치매가 아니지만 치매로 보이는 뇌질환의 일종으로 얼굴이 무표정해지거나 종종걸음, 손 떨림 증상 등이 나타난다. 치매 약물과는 다른 처방을 한다.
조기 발견해 관리하면 진행 늦출 수 있어 =
인지장애가 나타났다고 무조건 치매는 아니다. 경우에 따라 ?선망’과 혼동할 수도 있다. 선망은 큰 수술을 받거나 주변 환경이 급변했을 때 일시적으로 인지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몸이 회복되거나 주변 환경이 원상태로 돌아가면 인지력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허종일 원장은 “의심 가는 인지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무슨 치매인지 치매 조기진단을 받아보고 종류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치매는 수술적인 방법이 해당되지 않는다”며 “양방에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을 위한 작업치료를 병행해서 진행속도를 2년 정도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안택원 원장은 “한방에서는 뇌의 어혈을 풀어주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을 사용해서 침술 치료와 병행하면 치매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원환자들에게 치매를 개선시키는 성분이 들어있는 열다한소탕(熱多寒少湯) 위주의 처방을 한 결과 상당한 호조를 보였다”며 “특히 치매 초기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무작정 입원보다 가족들의 관심이 우선 =
중증 치매를 앓고 있거나 돌볼 가족이 없는 경우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입원하는 방법도 있다. 요양시설은 1, 2등급만 80%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요양병원은 등급과 상관없이 본인 부담이다.
등급판정을 받으면 집으로도 요양보호사가 와주는 방문요양도 받을 수 있으며 이때는 85% 지원받을 수 있다. 등급판정을 받으려면 등급판정용 의사진단서를 첨부해 노인장기요양보호센터 절차에 따라 신청하면 된다.
대부분의 치매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을 숨긴다. 안 원장은 “자식들로부터 받는 소외감, 사회와 격리되는 공포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활 속 치매예방법으로 ?신문 보기’를 권했다. 새로운 사실을 계속 뇌에 저장하는 습관은 “치매 저항성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고추 녹차 당근 란황(계란노른자) 마늘 부추 시금치 양파 적포도주 참깨 콩 토마토 표고버섯 호두 등이 있다. 안 원장은 “이 식품들은 비타민은 물론 항산화 물질과 오메가 3 등 뇌질환 개선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많다”며 “가나다순으로 외우면 기억하기 쉽다”고 귀띔했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온가족이 모이는 일 년 두 번의 명절 중 하나인 추석. 가족 간의 대소사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추석엔 부모님의 건강을 먼저 살펴야 하겠다.
도움말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안택원 원장. 천안의료원 허종일 원장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