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짧았던 1분, 놓쳐버린 금메달

패럴림픽 결승 좌절된 수영 선수 이인국

지역내일 2012-09-19

단원고 1학년, 올림픽 기념관 수영선수단에서 실력 키워


지난달 31일 런던 올림픽 파크내 아쿠아틱스 센터. 패럴림픽 수영 남자 배영 100m S14 결승전을 기다리던 배숙희 씨. 배 씨는 아들 인국(단원고 1학년)이가 등장하기만을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왠일인지 선수명단에서 순식간에 Korea 이인국 이름이 사라졌다. 대신 다른 선수의 이름이 나타나더니 예정대로 결승전이 진행됐다. 배 씨는 무슨 영문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행여나 인국이에게 큰 사고가 생긴 건 아닌지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시간이 지났다.
배영은 인국이가 가장 자신 있어 올림픽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연습한 종목이다. 예선도 1분03초 31를 기록 1위로 통과해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었다. ‘자폐증인 인국이가 금메달을 딴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텐데….’ 꿈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코치진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더니 ‘대기실에 1분 늦어 실격 처리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너무 어이없고 황당했죠. 대기실에 늦게 데려다 준 조순영 감독에게도 서운했지만 지적장애인인데 단 1분조차 용납 안 해주는 장애인 올림픽 위원회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만약 자국 선수였더라도 그랬을까요? 올림픽 출전을 위해 인국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라며 내쉬는 긴 한숨에 아쉬움을 넘어 절박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어이없는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준비했던 결승 경기를 뛸 수 없어서 혼란스러워 하는 인국이를 얼굴조차 볼 수 없었던 것. 다른 나라 부모들은 선수 숙소에 자유롭게 오가는데 우리나라는 부모들은 숙소를 방문할 수 없었다. 숙소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선수단 스탭 중 한 명이 확인하고 동행해야 하는데 그럴 인력이 없었던 것. 어쩌면 인국이 사건의 발단도 부족한 스탭 인력 때문이었다.
“대회 규정상 선수 1명당 감독이나 코치 등 스탭 1명이 동행해야 하는데 수영팀의 경우 수영선수 9명 중에 스탭은 단 4명 뿐이었어요. 그러니 한 명 한 명 관리를 못한 거죠. 오죽하면 아이들이 경기가 없는 날에도 숙소에서 돌볼 스텝이 없어서 경기장에서 마냥 기다려야 했었다”며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그녀가 인국이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건 실격처리 다음날인 9월 1일 저녁 무렵이었다. “얼마나 불안했던지 말은 못하고 열손가락 손톱을 죄다 뜯었더라고요. 자폐아이라 금메달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아빠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불안한 인국이를 그대로 둘 수 없어 자유형 경기를 끝낸 9월 2일 귀국 절차를 서둘렀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인국이의 마음은 쉽게 안정을 찾지 못했다. 잘 보던 TV를 쳐다보지도 않고 피하면서 불안 증상도 잦았다.
귀국한 지 일주일이 흐른 지난 10일. 인국이가 오랜만에 올림픽 수영장을 찾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영 실력을 키워온 곳이다. 이곳에서 인국이는 오는 10월 고양시에서 열리는 장애학생체전을 준비하게 된다. 런던의 아픈 기억은 툭툭 털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그만의 놀이를 즐기게 된 것이다.
인국 어머니는 수영협회 측에 인국이 은메달 인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예선 기록이 결승 2위 기록이에요. 선수단에서 선수 관리를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국이에게 은메달은 메달 이상의 의미에요. 지적 장애인인 인국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 만큼 협회 측에서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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