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숲 대신 빽빽한 아파트, 자연놀이 대신 하루 서너 군데의 학원, 아이들의 일상이 참 많이 삭막해졌다. 그러자 학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텃밭, 야생화조성, 생태체험 등 학교 가득 자연을 끌어들였다. 매일 초록과 소통하며 이전에는 몰랐던 자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 아이들, 일월초등학교(교장 김현진)에서 그 행복한 아이들을 만났다.
우리는 꼬마 도시농부! 왁자지껄 일월농업체험학습
오늘은 하늘하늘 날아갈 것만 같은 여린 배추, 무 모종을 심을 요량이다. 지난 주 한바탕 고구마를 수확한 뒤라 텃밭 곳곳이 휑했다. 10월의 쌀쌀한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흰 장갑에 모종삽까지 제대로 모양새를 갖춘 아이들은 영락없는 꼬마 도시농부. 오혜경 교사가 5-3반 친구들을 도와 돌을 골라내고, 고랑을 내자 아이들은 그 길을 따라 배추모종을 듬성듬성 심는다. 손놀림이 제법이었다. 처음 농사(?)를 지었을 때와 지금, 달라진 게 있을까.
“곤충이 정말 무서웠는데, 조금 친숙해졌어요.” 김소리의 얘기에 뒤이어 먹는 음식에 대한 소중함을 알았다, 식물이 자라는 걸 들여다보는 재미가 생겼다 등 채연주, 오채은의 즐거운 수다가 쏟아진다. 고아현은 지난번 태풍 때 애써 키운 방울토마토가 쓰러지는 등 피해를 입어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직접 심고 가꾸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경험담이다.
“노작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일하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자연과 친해지면서 그 속에서 지렁이도 발견하고, 다양한 곤충도 만나면서 마음이 여유로워지기도 하고요.” 오 교사의 설명에 화답이라도 하듯 남자아이들은 모종을 심다 말고 방아깨비를 잡으러 다니느라 바빴다. 학교-학원이 고작이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거리가 생긴 셈, 김태환은 “흙 속에서 세모, 네모 모양의 주먹만 한 돌을 봤다”며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신나했다.
일월공원 내 텃밭에서 자란 식물들, 아이들의 땀방울
일월공원 내 200평의 텃밭은 일월초등학교의 도심 속 농장이다. 지난해부터 시에 텃밭사용을 신청, 올해는 일월가족에게 100평을 분양하고, 나머진 학급으로 분배했다. 퇴비 뿌리기, 밭고르기, 로터리 작업 및 비닐 씌우기 등 사전작업엔 일월텃밭가족 학부모들이 동참해줬다. “텃밭가꾸기는 처음이라 함께 배워가면서 하고 있는데, 보통일은 아니라”는 오혜경 교사는 “학년별로 연간 10시간씩 재량활동시간을 이용해 텃밭을 돌보지만, 봄이나 여름철엔 4~6학년으로 구성된 텃밭동아리나 우리반 아이들이 수시로 가서 물을 주고 잡초도 뽑았다”고 그간의 과정들을 들려줬다. 콜라비, 상추,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고추, 가지,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 거둬들였다. 수박은 너무 조그맣게 자라서 실패하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겐 생생 체험으로 각인이 된 듯 했다.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씩 공원에 나와 산책하면서 작물들이 자라는 걸 보면 뿌듯해요. 우리 밭에선 지금 배추랑 해바라기가 예쁘게 자라나고 있죠.” 가족텃밭을 분양받은 손지현은 간혹 이곳을 지나는 어른들이 너무나 당당하게 배추니 작물들을 뽑아가는 걸 보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꼬마 도시농부로서의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졌다.
생태체험으로 가득한 학교, 따뜻한 가슴으로 채워가다
야생화꽃밭, 함지박 텃밭, 수생식물, 학교숲, 여기에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독대까지, 학교 곳곳이 ‘일월의 자연’으로 채워졌다. 박소연은 “4학년 때 전학 왔는데, 여기 오니까 이런 체험도 하고 정말 좋다”고 했다. 함지박에는 식물을 가꾸고 5~6학년 실과시간과 연계한 생태체험학습을 한다. 예서 수확한 물배추며, 깻잎을 급식시간에 먹기도 했다. 안 먹던 채소도 먹게 되고, 노작활동으로 아이들과 두루두루 친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오 교사가 설명했다.
“창의인성모델학교에 걸맞게 학교 안에 있는 생태조성공간을 적극 활용한 생태체험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동물의 한 살이 연구대회, 야생화그리기 대회, 생태체험 관찰일기 쓰기 외에도 일월공원 내의 저수지 탐방학습, 계절별로 녹색농업 체험교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학교 현관에는 다양한 생태체험학습 결과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밖으론 학교와 가까운 일월공원에서, 학교 안에선 학교 숲이란 자연에서 숨 쉬고 뛰어노는 일월초등학교의 아이들은 가슴까지도 참 따뜻해보였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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