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마을이야기 ⑦당수 청정시루 콩나물사업단
정성 듬뿍 무공해 콩나물, 어려운 이웃의 식탁으로
당수동과 입북동은 도시와 전원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 칠보산 산자락의 가을하늘은 유독 파랗고, 눈부신 햇살은 들판으로 내려앉아 청량감을 더해준다. 이곳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지하수가 주민들의 사랑과 만나 친환경콩나물을 낳았다. 청정시루에서 콩나물을 키워내는 그들에게 하루해는 짧기만 하다.
바른 먹거리 콩나물, 이웃에 대한 사랑도 쑥쑥~
다소 비싸게 구입하더라도 친환경식품에 손이 가는 많은 주부들의 고민은 한결 같다. 어디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는 없을까? 입북동 총부녀회 회장을 역임한 최광순 단장과 이러저러한 인연을 맺고 있던 사람들이 동참해 좋은 먹거리 사업의 출발을 알렸다.
최 단장은 “식탁에 오르는 콩나물을 생산과정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친환경이라면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 지역 주민이 직접 재배하여 믿을 수 있는 콩나물을 어려운 이웃 등에게 제공해 이웃사랑을 실천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을르네상스 사업에도 ‘함께하는 청청시루 콩나물만들기 사업’으로 공모한 후 지원금을 받게 된다. 주부뿐 아니라 남성도 참여해 10명의 단원들이 모여 콩재배· 콩나물키우기 등의 업무를 분담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강제성은 띠지 않았다. 이웃에 대한 봉사라는 취지에 맞게 여건이 되면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이면 충분했다. 약간 시골 분위기가 느껴지는 마을의 정서상 주민들이 정이 많아, 설령 단원이 아니어도 콩나물 키우기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들 도와주었다.
콩나물사업단은 마을르네상스공모사업 중에서도 관심을 받은 사업이었다. 공모사업 대다수가 화합을 위한 친목도모나, 환경가꾸기 등에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해 봉사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사업은 ‘신선하다’는 호평과 기대를 받았다.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콩나물, 힘들어도 보람 그 자체
하지만 열악한 시설과 경험 부족으로 인해 겪는 시행착오는 비켜갈 수 없었다. 박경화 부단장은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보통 일이 아니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콩나물을 키워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한다. 콩나물은 유독 손이 많이 가는 자식과 같다는 것을.
각별한 애정 속에서만 탄생하는 청정시루 콩나물은 애초에 좋은 품질의 국산콩만이 자격을 얻는다. 이들을 3시간 정도 물에 담가 선별작업을 거친 후 시루에 안친다. 까다로운 콩들은 온도를 적절하게 맞춰주지 않거나, 아침·저녁으로 물을 갈아 주지 않으면 썩어 버린다. 온도계가 시루 앞에 버티고 서 귀하신 몸들의 온도를 조절한다. 박 부단장은 물을 갈기 위해 시루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은 웬만한 장정들도 힘에 부치는 일임에 틀림없단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벌써 줄행랑을 쳤을 터. 하지만 쑥쑥 커가는 녀석들의 모습에 고달픔은 사르르 녹아 버린다.
5~7일 정도 지나면 녀석들의 황홀한 자태가 완성된다. 한번 키울 때 마다 얻어지는 1kg씩 30봉지는 입북동 주민센터에서 관내 16분의 독거노인들과 12개 노인정 어르신들께 배달한다. 믿고 먹을 수 있는데다 맛은 또 어찌나 고소하던지 어르신들은 손꼽아 기다린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콩나물을 뽑고 나면 시루를 깨끗이 세척을 해 햇살 좋은 곳에서 말려야한다. 청정 환경에서 맑은 공기, 깨끗한 물만 먹고 자란 무공해 콩나물이여야만 ‘청정시루’ 이름을 붙일 수 있기에 노력은 켜켜이 쌓여만 간다.
직장에 다니느라 바쁜 틈을 내 콩나물을 돌보고 있는 김연숙 총무의 감회는 남달랐다. “콩나물이라는 결과물을 갖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더 기쁘다. 어르신들이 맛있다며 고마워하고 응원해줄 때면 뿌듯해진다.” 직접 키운 콩나물은 그 자체로 보람이라는 고경자 단원은 “매번 수확량이 얼마나 될까 설레며 기다리는 것도 쏠쏠한 재미”라고 덧붙였다. 시행착오가 거듭될수록 수확량은 늘고 단원들 간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있었다.
더 많은 봉사를 위해 사회적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다
올해가 경험을 쌓는 재배 원년이라면 내년은 더 큰 결실을 맺고 싶은 것이 단원들의 공통된 마음. 콩 재배를 처음 시작해 지금은 농협에서 콩을 구입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직접 수확한 콩으로 콩나물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당수청정시루 콩나물사업단’을 사회적기업으로 육성시킬 계획을 품고 있다.
그렇게 돼 지원을 받으면 제대로 된 재배시설을 갖추고 사업에 매진해 이익을 창출해내고자 한다. “마을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어르신 일자리도 만들고, 수익금으로는 장학사업이나 불우이웃돕기로 이웃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싶다”고 최 단장은 바람을 전했다. 그러려면 이성옥 단원의 말처럼 2013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또 하나, 주민센터나 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도약이 앞당겨 질 것이다. 양인섭 입북동장은 “사회적 기업으로 육성되면 직접 재배한 콩으로 두부 등을 만드는 관련 사업도 확장시킬 계획이다. 관내 학교 급식재료로 납품하는 등 판로개척도 가능하리라 본다”고 전했다. 예산이 한정돼 있어 금전적인 지원은 마음껏 할 수 없지만 인력으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어떤 일이든지 함께 할 생각이라고 부언했다.
옛날 새마을 운동이 잘살기 위한 것이었다면 마을르네상스는 인간성 회복을 위한 사업이 되고 있다.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어려워진 사람들 사이의 마음의 벽이 마을르네상스를 계기로 조금씩 허물어 져가고 있다. 당수 청정시루 콩나물 사업단으로 시작된 당수·입북동 주민들의 소통의 결실도 그들이 키우는 콩나물처럼 쑥쑥 영글어가고만 있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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