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제왕’ 통풍, 제대로 알고 대처하기

술 권하는 사회가 부추긴 병, 중년 남성이 위험하다

지역내일 2012-09-10

업무상 잦은 술자리, 꾸준히 돌아오는 회식, 스트레스 쌓여 또 한 잔…. 이렇게 수시로 마시는 술은 서서히 건강을 망가뜨릴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질환이 통풍이다. 어느 순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통증이 찾아오는 통풍. 건강을 자만하는 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질환이다.


남자를 울리는 병, 고혈압 비만인 사람 더 위험해 =
강창신(76)씨는 젊은 시절 오랜 객지생활을 하며 술자리가 잦아 안정된 식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자주 발이 붓고 극심한 통증을 겪었다. 통풍이란 진단이 내려졌지만 식생활을 쉽사리 바꾸진 못했다. 고혈압에 비만과 당뇨가 있던 그는 결국 발목 관절에 쌓인 요산을 긁어내는 수술을 여러 번 받았으나 요산이 오랫동안 축적된 신장은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급기야 그는 7년 전부터 투석에 의지한 채 여생을 보내고 있다.
한방에서는 통풍의 병명을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이라고 한다. 통증의 극렬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말로 호랑이에게 물어뜯긴 것과 같은 통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통풍 발병 초기엔 대부분 2~3일 후 증상이 사라지고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재발하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
통풍은 음식 중 ‘퓨린(Purine)’이라는 성분이 분해되면서 요산을 만들어 관절에 쌓이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대사이상 질환이다. 요산이 신장에 쌓이면 신장 기능을 망가뜨려 신부전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오랫동안 방치하면 관절의 광범위한 손상과 함께 피부 밑에 큰 결절이 생성되어 관절이 괴상한 형태로 변한다.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안택원 원장은 “신장의 배설 기능이 문제가 생기면 통풍이 잘 발병한다”며 “혈압이 높거나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도 발병하기 쉽다”고 말했다.
통풍은 중장년층 남성에게 발병률이 높다. 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류마티스내과에서 통풍 환자를 분석한 결과 3979명의 환자 중 남성 환자가 91.6%였다. 연령별로도 50~70대 발병률이 72.6%로 가장 높았다. 40대는 14.1%, 30대는 5.7%로 중ㆍ장년층 비율이 높았다.
또한 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통풍환자가 지난해만 19만5000명으로 한해 평균 13%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20~30대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남성이 여성보다 9배 이상 많았다. 여성은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이 요산의 수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발병률이 낮다.


가족 중 통풍환자 있으면 발병률 높아 =
한상진(가명 52)씨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자리가 빈번했지만 3년 전 통풍이 발병해 술과 고기를 거의 먹지 않으며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요산 수치는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건강을 생각해 의식적으로 줄이고 있지만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다. 아버지의 유전적 소인을 물려받아 요산 수치가 높은 그는 체중도 적고 고혈압도 없는데 내심 억울하다는 심정이다.
장현규 류마티스내과 장현규 원장은 "통풍은 요산이 많다고 무조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전적 소인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가족 중 통풍이나 혈중 요산이 정상보다 높은 사람이 있다면 가족 구성원은 혈액검사로 요산치를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고지혈증은 요산 수치를 높이므로 같이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발병 시마다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며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간수치가 올라가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약이 요산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므로 부작용은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한약은 자연친화적인 약물이기 때문에 간이나 신장 손상을 일으키는 비율이 낮다”며 “한방에서는 습담(濕痰 비정상적인 수분)을 통풍의 원인으로 보고 습담을 잘 배설시키는 약재를 이용한 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천수는 체내 대사를 활성화시키고 몸에 있는 이물질, 즉 습담을 체외로 배출시켜 통풍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통풍 재발률을 낮추려면 =
장 원장은 “철저하게 음식을 가릴 필요는 없다. 음식을 가리더라도 요산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발병 중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며 “요산배출이 안되면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며 재발이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의할 음식으로 술과 붉은 살코기, 등 푸른 생선 등을 꼽았다. 특히 맥주는 요산을 만드는 재료 성분이 많아 통풍환자들이 가장 금기할 식품이다.
저지방 우유나 요구르트 등 유제품은 통풍을 예방한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음식섭취와 통풍 발병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저지방 우유나 요구르트 등 저지방 유제품을 가장 많이 먹는 상위 20% 그룹이 가장 적게 먹는 하위 20% 그룹에 비해 통풍 발병률이 44% 낮았다.
붉은 육류를 가장 많이 먹는 상위 20% 그룹은 가장 적게 먹는 하위 20% 그룹보다 통풍 발병률이 41% 높았다. 생선을 가장 많이 먹는 상위 20% 그룹은 하위 20% 그룹에 비해 통풍 발병률이 51% 높았다. 또한 이 조사에서 시금치, 콩, 버섯 등 퓨린 성분이 많은 야채는 통풍 환자에게 금기시 됐으나 조사 결과 먹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비타민 C가 요산 수치를 낮춰 통풍 발병률이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다.  요산은 배출이 관건이다. 소변과 땀으로 요산이 잘 배출될 수 있도록 매일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게 좋다.


도움말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안택원 원장
       장현규 류마티스내과 장현규 원장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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